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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한 질의를 받으며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한 질의를 받으며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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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후보자는 인사 대상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짓말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수사 당시 자신의 베트남 방문에 대해 조사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탓에 불똥이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으로도 옮겨 붙는 양상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김태호 후보자가 2006년 2월 한 출판기념회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나란히 찍은 사진이 <오마이뉴스>에 공개됐다. 2006년 10월 박 전 회장 소유 골프장인 정산CC에서 함께 골프를 치면서 박 전 회장을 알게됐다고 한 말도 거짓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다시 드러난 거짓말, 박연차 게이트 의혹 증폭

김 후보자는 25일 인사청문회에서 박 전 회장을 처음 만난 시점을 2007년 하반기라고 했다가 박영선 의원이 골프 친 사실을 공개하자 말을 바꾼 바 있다. 당시 "(박 전 회장을 처음 만난 시점이) 다시 그 전(2006년 10월)으로 내려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했던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 후보자 측은 이날 사진 공개 후 "당시 공식적인 행사에 참석해 사진을 찍게 됐을 뿐 개인적인 만남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로 아는 사이였다고 할 수 없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실 김 후보자가 2004년 도지사가 되고 나서 2년이 지난 2006년까지도 박 전 회장을 알고 지내기는커녕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형님이 800명, 아버지는 1000명"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넓은 인맥을 자랑했던 김 후보자와 역시 경남 지역에서 기업활동을 하면서 정계 인사와 폭넓은 관계를 쌓아왔던 박 전 회장이 교류가 없었을 리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박 전 회장은 2004년 김 후보자가 자신의 싱크 탱크로 만든 '뉴경남포럼'에 창립 멤버로 이름을 올린 사실도 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포럼이 11차례나 열리는 동안 박 전 회장이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이날 2006년 2월 이미 김 후보자와 박 전 회장이 안면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해 8월 김 후보자의 개인적인 베트남 방문의 배경을 놓고도 의혹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지역의 아는 성직자와 종교행사차 다녀왔다"고 해명했지만 그는 당시 박 전 회장의 태광실업 현지 신발 공장인 태광비나에도 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곳은  김 후보자가 다녀가기 2주 전 이광재 강원지사가 들러 5만 달러를 받았다는 장소다. 방문 시점도 김 후보자가 경남의 자매결연 공식 행사차 호치민시의 동나이성을 다녀온 지 2개월 만이고 박 전 회장과의 골프 회동 2개월 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후보자는 당시 박 전 회장을 만나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와 동행한 스님이 박 전 회장과 동향이고 호형호제하는 사이"라고 밝히는 등 의혹은 여전하다.

김 후보자는 왜 박연차와 첫 만남 시점을 숨기려 했을까

박 전 회장 관련 김 후보자의 진술이 오락가락한 것을 두고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을 부인하려다 제 무덤을 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가 받았던 '박연차 게이트' 의혹은 경남지사 시절인 2007년 4월 미국 뉴욕의 한인식당 강서회관을 방문했을 때 사장 곽현규씨가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건넨 수만 달러를 받아챙겼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기 위해 김 후보자가 2007년 하반기 전에는 박 전 회장과 "일면식도 없었다"고 밝히면서 관련 의혹을 정면으로 받아치려 했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자는 또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는 점도 적극 부각시켰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 후보자의 해명이 검찰의 부실 수사 가능성에 대하 의심만 키워놓은 것이다.

김 후보자는 "2006년 8월 베트남 방문에 대해서 질문 받았나", "동행했던 스님과의 관계에 대해 질문 받았나"(박선숙 민주당 의원)라는 추궁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또 여행 경비 관련 "검찰이 한국은행의 환전 기록을 제시하거나 질문한 적이 있나"라고 묻자 "기억이 안 난다"라고 하는 등 부인으로 일관했다. 검찰이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할 핵심 의혹에 대해 전혀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박선숙 의원은 "그 질문들은 검찰이 조사과정에서 마땅히 했어야 할 질문"이라며 "김 후보자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에는 이광재를 기소한 검찰, 김태호를 봐준 검찰, 두 개의 검찰이 존재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의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도 "검찰이 확인해야할 당연한 사항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공세 수위 높인 민주 "임명 철회는 당연, 재수사 해야"

민주당은 이날 또다시 드러난 김 후보자의 거짓말 파문에 그의 임명 철회는 물론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등 공세 수위를 한단계 높였다.

박영선 의원은 "박연차 게이트와 연관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김 후보자는 인사 대상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라며 "이 문제는 국정감사를 통해서 검찰과 법무부로도 번지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검찰의 재수사를 압박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이 김 후보자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부실한 수사로 무혐의 처분해 국민의 의혹을 사고 있다"며 "검찰이 재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과 함께 김태호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 특검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전 대변인은 또 "지난 번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때 이명박 대통령이 '다른 것보다 거짓말 하는 게 가장 나쁘다'며 결국 낙마시켰다"며 "청문회 역사상 역대 최고의 거짓말쟁이로 등극한 김 후보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태그:#김태호, #박연차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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