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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사제작국 핵심 간부가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막말 동영상' 보도를 의도적으로 막거나 축소하려 했다는 폭로가 KBS 내부에서 나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KBS가 이명박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의도적으로 막은 게 아니냐는 '정권 편향' 논란이 다시 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해찬 전 총리는 15일 노무현재단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방송국에서 자료를 입수하고도 보도할까 말까 감추고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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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제작 PD, 기자들은 16일 사내 게시판에 '이화섭 시사제작국장에게 묻는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국장이) 동영상은 <추적60분>이 보도할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했다"며 "특종보도를 준비 중이던 <추적60분> 제작진에게는 소속 국장에 의해 아이템이 엎어지는 KBS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서 이화섭 시사제작국장이 심대하게 제작진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편향된 논리로 일부 특정 정파에 유리한 데스킹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이화섭 국장 등을 문책하지 않으면 제작진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막말 동영상'을 입하고 보도하기까지 KBS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추적 60분> 제작진이 이렇게 반발하는 것일까. 

"소속 국장에 의해 특종보도 엎어지는 초유의 사태 발생"

<추적 60분> 제작진에 따르면, 제작진이 익명의 제보자에게 관련 동영상을 입수한 건 지난 6월 하순이다. 제작진은 곧바로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 하지만 당시는 조 내정자가 서울경찰청장 신분이어서 취재를 보류했다. <추적 60분> 제작진이 구체적으로 밝힌 '막말 동영상' 취재 일지는 아래와 같다.

- 6월 하순, <추적 60분> 심인보 기자가 익명의 제보자 통해서 동영상 입수.

- 6월 하순, 일부 <추적 60분> 팀원들이 관련 내용 공유 및 논의. 당시는 조 청장 내정자가 서울청장이었기에 취재 여부 결정하지 못하고 일단 보류.

- 7월, 파업으로 인해 논의 잠정 중단.

- 8월 8일경,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

- 이후 <추적 60분> 팀원 전체 회의 등을 통해 아이템에 대한 논의 재개.

- 취재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보유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

- 8월 12일, <추적60분> 전체 팀원 회의 통해 8월 18일 방송예정으로 아이템 추진 결정.

- 8월 13일 오전, 이화섭 시자제작국장에게 아이템 보고.

- 8월 13일, <추적 60분>팀의 보고 이후 이화섭 국장이 사회팀에 동영상 존재 사실 통보. 사회팀이 동영상 존재 여부를 처음 인지하고 취재 시작.

- 8월 13일 보고 이후 수차례 시사제작국장 <추적 60분> 제작진 호출하여 논쟁.

KBS 시사제작국장 "조현오 동영상 <추적 60분>이 보도할 내용 아니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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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제작진에 따르면 이화섭 국장은 당시 논쟁 자리에서 "차명계좌 부분은 만약 방송한다면 실제 차명계좌가 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어야 한다"며 "그것이 아니라면 방송하기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국장은 "천안함 유족 비하 발언에 대해서는 아이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조 내정자의 문제제기(유족들의 슬픔을 언론이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가 공영방송의 제작 가이드 라인에 비추어 보면 일면 타당한 부분도 있다"며 "따라서 이는 <추적 60분>이 보도할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추적 60분> 제작진은 "여러 채널로 취재 해본 결과 차명계좌 존재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이며 청문회 이후에 동영상을 공개한다면 시의성이 떨어진다며 (이 국장에게) 크게 반발했다"며 "하지만 이 국장은 '차명계좌가 있다는 이야기도 소문으로 들었다'며 계속해서 (보도) 아이템이 될 수 없다고 발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적 60분> 제작진은 "이 국장이 계속해서 다음 주 방송에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다가 오후 늦게부터는 만약 방송한다면 동영상을 9시 뉴스에 넘겨서 방송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결국 당일 9시 뉴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부분만 축소해서 보도됐다"고 폭로했다. 

<추적 60분> 제작진 "동영상 미공개는 통제강화 위한 것"

또 <추적 60분> 제작진은 "축소보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동영상 전체의 문제 발언 공개를 포함해 8월 18일 방송하기로 하자, 8월 14일 9시 뉴스에서 천안함 유족 관련 발언이 추가 보도됐다"고 밝혔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추적 60분>이 조현오 동영상을 공개하기 적합하지 않다는 논리는 <추적 60분>을 비롯한 탐사취재 프로그램에 대한 무지와 지극히 편향된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자·피디 협업 및, <추적 60분>의 보도본부 이관이 결국은 통제강화를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KBS 내부에서 다시 한번 공정보도와 취재 자유에 대한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KBS 시사제작국 "통상적인 사전협의 거쳤을 뿐 제작진 자율성 침해한 것 아니다"

한편 KBS 시사제작국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3일(금) <추적 60분> 제작진으로부터 조 내정자 동영상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시사제작국장과 부장, 해당 팀장, 취재담당자가 세 차례에 걸쳐 협의를 했다"며 "통상적인 사전 협의를 거쳤을 뿐 제작진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사제작국은 "협의 결과 조현오 내정자의 '발언의 적절성'만으로 방송을 하는 것은 <추적 60분>의 통상적 취재나 제작방식에 비춰 대단히 이례적이니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있었나 없었나'로 심층취재를 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또 시사제작국은 <추적 60분>이 아닌 9시 뉴스에서 '막말 동영상'이 보도된 것에 대해 "신속성을 살리기 위해 보도국 사회부에 검토를 의뢰하기로 했다"며 "당시 조 내정자의 영상파일을 입수해 리포트를 준비하던 사회부가 리포트를 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화섭 시사제작국장은 지난 5월 박재완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논문 이중게재' 보도에 대한 불방을 지시해 KBS 평기자들로부터 사퇴를 촉구받기도 했다. 당시 KBS 보도제작국장이었던 이화섭 국장은 KBS '뉴스9'의 최종 큐시트에 올라와 있던 박 전 수석의 논문 이중게재 관련 보도에 대한 삭제를 지시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대해 입사 10년차인 KBS 공채입사 27기 기자 24명은 KBS 사내통신망(KOBIS) 등에 실명으로 올린 성명서에서 "(이화섭 국장은) KBS 저널리즘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쓰레기통에 내던지고도 두 발 뻗고 잠들 수 있는가"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태그:#KBS, #조현오, #막말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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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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