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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역시 프로였다. 12일 시작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부터 영화 상영에 뒤이은 밴드 공연까지 김정은의 끼와 재치가 돋보인 하루였다. 최명현 제천시장이 개회사를 하려고 할 때 마이크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스태프가 마이크를 교체하려는 동안 잠시 정적이 흐르자, 무대 한쪽 구석에서 윤도현과 진행을 하던 김정은이 종종 걸음으로 최 시장한테 다가갔다. 허벅지까지 깊게 파인 드레스 자락이 뒤로 날리면서 미끈한 다리가 훤하게 드러났다.

 

"제 마이크로 하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제 드레스도 한번 구경하시고."

 

그 짧은 순간에도 무안해 할 최 시장에게 마이크를 건네면서 애드리브를 날린 것이다.

 

 

개막작 상영이 끝난 뒤 김정은이 출연 중인 SBS 월화드라마 <나는 전설이다>의 극중 밴드인 '컴백 마돈나 밴드'의 무대가 이어졌다. 공식행사가 끝나 관객들이 빠져나가는데 드라마 촬영을 위한 장비를 세팅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 속에 공연 장면을 찍으려면 관객들을 붙잡아둬야 하는 상황. 김정은의 애드리브가 시작됐다.

 

"여러분 아까 많이 놀라셨죠?"

 

개막식 도중 폭발음 같은 '꽝'하는 소리가 났던 것을 일컬었다. 조명이 사회자 쪽을 비추자 날벌레들이 몰려들었고 김정은이 놀라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볼륨이 높여진 상태에서 마이크를 바닥에 떨어뜨리자 폭발음처럼 들린 것이다.

 

"실은 치마 속으로 벌레가 들어갔어요. 전 벌레가 너무 너무 무서워요. 벌레가 우글거리는 방과 쥐가 득실거리는 방이 있다면 차라리 쥐가 있는 방에 들어가겠어요."

 

관객들이 "에이~"하는 반응을 보이자, "아니… 그렇다고 쥐가 좋다는 건 아니고요"라며 태연스레 넘어갔다. 앞서 비까지 내린 상황에서 장비 세팅이 계속 지체되자 "프리허그 하고 싶은 사람은 무대 위로 올라오라"고 주문했다.

 

제천의 한 학생이 올라가자, "우리 드라마 열심히 봐요"라고 물었다. "우리 동네는 SBS 안 나와서 드라마 못봤어유"라고 하자, 김정은은 "음...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의 줄임말)가 제일 좋은데…"라고 응수했다.

 

  

"오늘 찍은 거 언제 방송에 나갈지 모르니깐, 여러분 자기 뒤통수라도 보시려면 <나는 전설이다> '닥본사' 알죠?"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시청률을 챙긴 것이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김정은이 무대 옆으로 사라졌다가 밴드와 함께 다시 등장하자 그녀가 부탁한 대로 관객들은 처음 본 것처럼 '마돈나, 마돈나'를 연호했다.

 

급조된 밴드가 헤드뱅잉까지 감행하며 '컴백 마돈나' 등 여러 곡을 공연하자 관객들도 하나가 됐다. 하루 저녁에 사회자에서 관객모집꾼으로, 다시 록커로…. 프로의 변신은 현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danibinews.com)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그:#제천국제음악영화제, #김정은, #컴백 마돈나, #나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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