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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LG유플러스 매장(해당 매장은 기사 내용과는 직접 관련 없음).
 서울의 한 LG유플러스 매장(해당 매장은 기사 내용과는 직접 관련 없음).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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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1일 오후 3시 ]

두 달 전 여덟 살짜리 딸 휴대폰을 바꿔주려 부산의 한 LG유플러스(옛 LG텔레콤) 대리점을 찾은 정아무개(38)씨는 직원에게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정상적으로 기기 변경을 하면 30만 원 하는 단말기를 신규 가입으로 하면 공짜로 주겠다는 얘기였다.

대신 '정부 정책'이라며 같은 통신사에 신규 가입할 때는 기존 휴대폰을 해지하지 않고 120일(4개월) 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아이가 쓰는 거라 번호가 바뀌어도 상관없었고 사용 정지 신청을 하면 매달 4400원만 내면 되기 때문에 큰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해 직원 말을 따랐다.

같은 통신사 신규 가입하려면 기존 폰 120일 해지 불가?

"뭔가 석연치 않아 며칠 알아본 결과 제가 속은 걸 알게 됐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LG유플러스 본사 등에 확인해 보니 그런 정책도 없고, 같은 통신사 단말기를 싸게 구입했다 해도 기존에 쓰던 폰은 바로 해지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문제는 다른 곳도 열이면 열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거였다. 정씨가 부산과 서울 등 전국 LG유플러스 직영점과 대리점 50여 군데에 일일이 전화로 확인해 본 결과 단 한 군데만 빼고 모두 '동사 신규 가입 시 기존 폰 120일 유지' 조건을 걸었다. 심지어 LG유플러스 고객센터 담당자도 '120일 유지' 조건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들이 내세운 이유는 정보통신망법, 방통위 규정, 본사 규정 등 제각각이었다. 그중에는 고객이 신규 개통 후 기존 폰을 120일 전에 해지하면 본사에서 '페널티(벌칙)'를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곳도 있었다. 

LG유플러스 가입자 신규 가입 시 120일 동안 기존 휴대폰 가입 유지 조건을 내건 온라인 매장 광고 문구.
 LG유플러스 가입자 신규 가입 시 120일 동안 기존 휴대폰 가입 유지 조건을 내건 온라인 매장 광고 문구.

기변-신규 보조금 격차가 대리점 편법 마케팅 불러

방송통신위원회 CS센터 관계자는 10일 "같은 통신사에 신규 가입 시 기존 휴대폰을 3~4개월 유지해야 한다는 정부 규정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면서 "일부 대리점에서 판매자 인센티브를 노려 편법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홍보팀 관계자 역시 "신규 가입 시 기존 휴대폰을 3~4개월 의무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본사 규정은 없다"면서 "직영점이나 대리점에서 안내를 잘못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신규 가입과 기기 변경(기변) 사이에 본사에서 지급하는 보조금 차이가 크다 보니 일부 대리점에서 기변 고객을 신규로 가입시키는 편법을 쓰고 있다"면서 "신규 가입자가 먼저 쓰던 휴대폰을 3개월 이내에 해지할 경우 해당 대리점에서 건당 10만 원 정도인 신규 판매 수수료를 모두 환수하고 있다"고 '페널티'의 존재를 인정했다.

결국 단말기 판매점에선 기변보다 신규 가입자 유치 시 훨씬 많은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기변 고객들에게 신규 가입을 종용하는 한편, 본사에 '페널티'를 물지 않기 위해 3~4개월 정도 '의무 유지 기간'이 있는 것처럼 속여온 것이다.

LGU+ 120일, KT 90일, SKT 65일 유지?

이는 LG유플러스 대리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KT의 한 온라인 매장에서도 쓰던 휴대폰을 90일(3개월) 유지하는 조건으로 KT 고객에게 신규 가입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다. 

부산에 있는 한 SK텔레콤 대리점에서도 기변 고객이 단말기 가격 조건이 좋은 신규 가입을 원할 경우 기존 폰 2개월(65일) 가입 유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다

일부 대리점에선 같은 통신사에 신규 가입을 하더라도 기존 번호를 그대로 쓰게 만드는 이른바 '에이징' 수법을 쓰기도 한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일부 대리점에서 기존 휴대폰 번호를 조작해서 신규 가입시키는 등 편법을 쓰고 있어 발견될 경우 판매 지원금 회수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KT 고객 신규 가입 시 3개월간 기존 폰 유지 조건을 명시한 온라인 매장 판매 문구
 KT 고객 신규 가입 시 3개월간 기존 폰 유지 조건을 명시한 온라인 매장 판매 문구

다만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 쪽은 조금 사정이 달랐다. SK텔레콤 홍보팀 관계자는 10일 "지난해 '행복 기변'을 도입해 장기 가입 고객이 기기 변경을 할 경우 신규와 동일한 혜택을 주도록 했고 지난 4월부터 기변 시 9개월, 신규 시 48개월 동안 차별적으로 지급되던 대리점 수수료도 기변, 신규 모두 48개월로 맞췄다"면서 "이후 직영점이나 대리점에서 그런 편법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런 편법 마케팅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신규와 기변 시 보조금이나 수수료 차이를 줄여야 하는데 이통사마다 신규 가입자 유치에 혈안이 된 경쟁 구도에선 쉽지 않다. 

"부가서비스 의무 기간? 바로 해지해도 상관없어"

10일 자신의 블로그에 '스마트폰 구입 시 속지 말아야 할 것들'이란 글을 올린 김효창(트위터: @guraking)씨는 "대리점의 경우 통신사에서 가입 조건과 실적에 따라 리베이트를 제공받기 때문에 특정 요금제나 부가서비스 의무 사용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면서 "기기 변경 시 리베이트가 1만 원이라면 신규는 10만 원 정도이기 때문에, 대리점에서 기기 값을 5만 원 정도 할인해주면서 기기 변경 대상자들에게 신규 가입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범 방통위 이용자보호과장은 10일 "대리점에선 마치 단말기 보조금을 받으려면 부가서비스 등에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것처럼 안내하고 있지만 이는 보조금과는 무관하다"면서 "고객들은 부가서비스 등을 언제든 해지할 수 있고 8월부터는 가입 월을 제외하고 연속 3개월 동안 사용하지 않은 부가서비스는 요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최신형 공짜폰 세일'을 내건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해당 매장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최신형 공짜폰 세일'을 내건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해당 매장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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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휴대폰, #편법마케팅, #LG유플러스, #KT,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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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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