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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친서민 행보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친서민 행보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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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정책 카드를 꺼내든 것과 관련해 외환정책의 방향도 '친서민' 쪽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즉 이명박 정부가 고환율에 집착하던 모습을 버리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말대로 저환율 정책이 친서민 정책이라고 등치시켜 이야기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가 저환율 정책을 쓸지 여부를 가지고 정부의 '친서민' 정책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떨어지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아오면서 서민경제에 많은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친서민' 카드를 뽑아든 만큼 이전처럼 무리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는 있다. 즉, 저환율 정책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바뀌었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고환율에 집착하는 모습이 사라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민가계 파탄내는 고환율 정책

2007년 연평균 929.16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2008년 1103.36원, 2009년 1276.35원으로 치솟았다. 이는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원화약세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가 수출대기업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은 특별히 고환율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8년 2월 취임 당시 "환율을 시장에 온전히 맡기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3월엔 "중앙은행의 입장은 원화 강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 등 외환시장에 고환율을 유지할 것이라는 강한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이렇게 환율이 치솟음에 따라 수출 대기업들은 막대한 혜택을 입었다. 원화에 비해 달러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수출로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대기업 입장에서는 큰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예를 들어 2009년 삼성전자는 10조9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2009년 평균환율 1276.35원을 기준으로 달러로 환산해 보면 약 85.5억달러가 된다. 이를 2007년 원/달러 환율(1$=929.16원)을 기준으로 원화로 환산해 보면 약 7.9조원이 된다. 물론 위와 같은 단순 셈법으로는 한계가 있겠지만 환율효과로 인해 3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출대기업들은 환율상승으로 인해 현지에서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A 기업이 미국시장에서 자동차 1대를 팔아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려 한다고 하자.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인 상태에서는 자동차를 10000달러에 판매해야 한다. 하지만 환율이 상승해 1200원이 되면 차를 약 8333달러에 팔아도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데에는 이러한 환율효과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에 반해 일반 서민 가계들의 실질 소득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달러를 주고 물건을 사와야 하는 수입업체들은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더 늘어나게 되고 이는 결국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되어 가계의 실질 소득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환율이 5%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는 0.29%상승한다(한겨레, 2010.7.27). 송기균 경제연구소의 분석을 보면 2009년 한국 내수용 수입액은 1926억 달러였는데 2009년 평균환율이 1276원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당일 947원이었던 것에 비해 무려 329원 상승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전보다 63조 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가계의 실질소득이 63조원 감소했다는 것이다(뷰스앤뉴스, 2010.6.25). 2010년 들어서도 이명박 정부는 원/달러 환율을 1100원 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계의 실질 소득 감소는 현재진행형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수출 중소기업들도 있겠지만 이들은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KIKO' 등의 환헤지 상품에 가입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당시 대부분의 연구기관, 금융기관들은 947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더 떨어져 900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환율은 급등했고,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를 했던 중소기업들은 커다란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수출 대기업만 혜택을 보게 되고 일반 가계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져 갔다. 더군다나 수출 대기업들은 막대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내수에 기여를 하지 않으면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더욱 얼어붙어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친서민 정책을 펼 의지가 있다면 고환율 정책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8월 2일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경제를 살리려는 의지가 있는 것이라면 고환율 정책의 폐기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친서민'카드를 또다시 뽑아든 이명박 정부는 환율 정책에서 변화된 모습들을 보여줄까?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꺼내든 시점이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라는 점에서 6, 7월의 외환 시장을 통해 이를 살펴보자.

경제여건과 괴리된 환율

이명박 정부는 수출대기업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끌어올렸다.
 이명박 정부는 수출대기업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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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7월 한국경제의 상황을 살펴보면 환율 하락(원화강세)의 요인들이 크게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6월 경상수지는 50.4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 세 번째로 큰 흑자를 기록했다. 아직 확정치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8월 5일 기획재정부의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 역시 수출호조에 힘입어 40억 달러 안팎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두 달 동안 약 9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6, 7월간 3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물론 한국에서 달러가 유출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해외에 투자를 할 경우 원화를 달러화로 바꾸어야 하기에 달러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자본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자본수지다. 6월 자본수지는 9억 달러 적자(순유출)를 기록하고 있다. 6월 경상수지 흑자 50.4억 달러와 비교하면 큰 액수는 아니다.

아직 통계자료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7월의 자본수지는 6월에 비해 외국인 주식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점, 7월에 기준금리가 인상된 점(기준금리 인상은 이자 수익이 커진다는 것으로 외국자본의 유입을 가져오게 됨) 등을 고려해 본다면 큰 폭의 순유출을 기록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도 7월에 큰 폭의 국제수지(경상수지+자본수지)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그만큼 달러수요보다는 한국으로의 달러유입(공급)이 많았다는 것이다. 달러 유입(공급)이 많다는 것은 달러가치의 약세(환율하락)를 의미한다.

대외 여건 역시 환율 하락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다. 6, 7월간 달러 가치는 하락세를 보였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6월 초 86.74에서 7월 말 81.54로 하락했다. 이는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진 반면,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발행 성공 등 상대적으로 유로지역의 불안감이 다소 누그러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달러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상대적 원화가치의 상승(환율하락)을 의미한다.

6, 7월의 전반적인 현황들은 환율 하락의 요인들이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큰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다. 5월 말 1202.5원을 기록하던 원/달러 환율은 7월 말 1182.7원을 기록 중이다. 두 달 동안 약 19.8원 가량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위에서 살펴본 전반적인 경제요건에 비하면 하락폭이 아주 작은 편이다.

현 한국경제 현황을 놓고 본다면 1100원선 아래로 떨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특히 환율이 1180원대로 하락한 것은 7월 말 며칠간의 환율 하락세 때문인데, 이를 제외한 7월 22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1204.0으로 환율이 오히려 소폭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7월 말 들어 1200원선이 무너졌지만 6, 7월의 전체적인 모습은 1200원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전체적인 경제여건을 환율이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외환당국의 개입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환율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정부가 시중의 달러를 사들이며 달러가치를 높게 유지하려 개입했다는 것이다.

여전한 고환율 집착

이러한 외환당국의 개입은 외환보유액의 증가에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8월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국내 외환보유액은 2859억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117억4천만 달러가 늘었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증가에 따라 운용수익이 늘었고 유로화와 파운드화 등의 강세로 이들 통화의 달러 환산액이 큰 폭 증가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해 대규모 달러매수에 나선 것이 외환보유액 증가의 커다란 원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6월 외환보유액 역시 2742억2000만 달러로 5월 말보다 40억 달러 늘었다. 이도 역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큰 요소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더불어 외환시장은 여전히 정부개입에 대한 눈치를 보며 움직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환율 하락요인이 큰 가운데 이쯤 떨어지면 정부당국이 개입하겠지 하는 인식이 환율 하락을 막고 있는 모양새다. 7월 29일엔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면서 고환율 정책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전날보다 2.3원 오른 1186.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러한 반응들은 시장 참여자들이 여전히 정부당국이 고환율정책을 사용할 것이라는 판단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7월 하순 들어 1200원선이 무너진 것을 두고 당국의 개입 성격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가 있기도 하다. 이전에는 무조건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리려 했다면 지금은 그런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의 외환 정책이 변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지난 4월 말 1100원 선이 위협받자 직접적 구두개입 등 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다시 급등세로 돌려놓았다. 환율하락을 지켜보다 1100원선이 무너지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현재 환율이 1160원대(8월 6일 기준)인 것을 봤을 때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나올 여지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외환시장은 여전히 정부개입의 눈치를 보며 정부가 어느 선 까지를 용인할 것인가를 주목하고 있다.

또한 7월 말에도 여전히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의 모습은 감지되고 있다. 7월 28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6원 오른 1184.1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정부의 개입규모가 15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이뤄진 실개입 규모가 30억달러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개입 강도가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이데일리, 2010.7.29).

이런 점들을 미루어 봐서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부가 고환율 정책에 대한 집착을 버릴 것이라는 기대는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전체적인 현황을 봤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행보를 이어가던 6, 7월에도 외환당국은 여전히 고환율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커져가는 물가부담, 고환율 집착 버려야

이명박 대통령이 7월 22일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시장을 방문해 과일가게에서 수박을 맛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7월 22일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시장을 방문해 과일가게에서 수박을 맛보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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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물가부담이 커지고 있다. 8월 2일 통계청의 '7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하며 6개월째 2%대의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장바구니 물가를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6.1%나 폭등해 약 6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친서민'을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는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공공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각각 평균 3.5%, 4.9%인상되고,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요금은 각각 4.3%, 5.3%가 오르게 된다. 서민생활보다는 정치적 일정을 중시해 요금 인상을 뒤로 미루다 한꺼번에 인상안을 쏟아낸 결과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공공요금 인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0.3%포인트 정도 오르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경제활동의 기초가 되는 전기, 가스요금 인상은 다른 제품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지고,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시내버스요금과 쓰레기 봉투 값 등의 인상요인으로 작용해 2차, 3차 물가인상을 물러오게 마련이다. 이미 CJ제일제당은 설탕가격을 평균 8.3% 인상하기로 했다. 설탕 가격 인상에 따라 과자, 음료수 가격 등도 뒤따라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3개월 만에 80달러선을 돌파하고, 러시아의 가뭄으로 밀 가격이 급등 하는 등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단순히 통계상의 소비자 물가 수치를 넘어 하반기로 갈수록 서민들이 느끼는 물가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위적인 고환율 집착은 서민가계에 이중의 고통을 안겨다 주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인위적 고환율 정책은 수입 물가 상승 등으로 일반 가계에 많은 손실을 가져다준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들을 걱정한다면 고환율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의도적인 저환율 정책을 쓰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보여주었던 고환율에 집착하며 인위적인 개입을 해왔던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민권연구소에도 실었습니다.



태그:#고환율, #이명박, #친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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