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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환상의 짝꿍> MC를 맡았던 김제동씨
 MBC <환상의 짝꿍> MC를 맡았던 김제동씨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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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과 함께 산행을 했습니다. 한 1000 여 명의 어린이가 <환상의 짝꿍>을 왔다가, 지금은 5학년이 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동요에서 나오는 꿈을 실제로 이루게 해주고 아이들에게 추억을 심어준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껏 동심을 펼쳐준 대한민국 어린이 여러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하십시오."

불과 1주일 전이었죠. 김제동씨가 지난 18일 폐지된 <환상의 짝꿍>에서 마지막 인사말을 건네며 눈물을 지으시던 때가요. 네, 많은 언론들이 김제동씨가 '공중파에서 모두 마이크를 내려놨다'고 떠들어 댈 때에도 김제동씨는 변함없이 아이들을 만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3천만 원을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셨더군요.

사실 그 즈음은 MBC <7일간의 기적>으로 복귀(?)와 22일 첫 방송, 이후 정규 편성 확정 기사가 나던 때이기도 했지요. '기부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신개념 로드 버라이어티'로 소개되어 더더욱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해졌습니다. 더욱이 작년 가을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오마이텐트>가 결국 MBC 정규 편성에서 물을 먹는 경험도 하셨기에 더더욱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휴머니티를 바탕에 둔 '물물교환'... '아나바다' 없어 더 좋아

MBC <7일간의 기적> 방송에 출연한 김제동씨
 MBC <7일간의 기적> 방송에 출연한 김제동씨
ⓒ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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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반가웠습니다. 트위터에서도 종종 좋은 얘기와 한가득 웃음기를 머금은 사진으로 트위터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시는 분을 저녁 시간에 다시 TV 브라운관으로 만나니 말이지요. 무엇보다 연예인들과 한갓진 농담 따먹기를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개인적으로는 더 관심이 가기도 했습니다.

키워드는 '물물교환'이더군요. 주인공은 경기도 양주 반지하 단칸방에서 3남매를 홀로 키우는 아빠 김학용씨고요. 김학용씨는 지병으로 8년째 병원에 몸져누운 아내를 보필하면서도 밝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안정된 일자리가 시급한 상태입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이 용달차더군요.

"요즘은 TV에 잘 안 나오더라고. 그래서 김제동씨가 온다고 해서 처음엔 이름이 생소하더라고. 또 보니까 엄청 못생겼더라고. 눈이 조금해가지고."(김학용)
"하하. 주가가 떨어졌다고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김제동)
(갑자기 등장한 아줌마 팬들이 환호를 보내자) "김제동씨 아네!"(김학용)

이렇게 자연스레 웃음을 주는 김제동씨가 내놓은 물건은 '절친' 이승엽 선수의 유니폼이었습니다. 김제동씨와 함께 7일간 물물교환 유랑으로 기적을 일궈낼 일반인들은 오디션으로 뽑았고요. 이승엽 선수의 유니폼을 들고 순천 효천고 야구선수들의 도움을 받고, 다시 남해에서 후덕한 인심을 지닌 시민들이 내놓은 프린터 기기와 마늘로 교환되는 과정이 사뭇 흥미롭더군요.

스케줄 때문인지, 김제동씨가 그 7일을 모두 함께하는 내용은 아니었어요. 그랬다면, 방송의 영향력을 조금 더 직접적이고 손쉽게 빌리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겠지요. 여하튼 그렇게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시민들을 만나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김제동씨가 기부한 유니폼은 결국 용달차로 변신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컴퓨터까지도요.

자본주의와 소비가 구석구석 판치는 사회에서 '물물교환'으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발상이, 일단 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게 나름 신선하더군요. 방송과 카메라가 관여했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것이 '아나바다'라는 다소 '관'스러운 느낌이 아닌, 좀 더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냄새가 나서였을지도 모르겠지만요. 

무엇보다 MBC 예능의 장기인 '공익 버라이어티'의 느낌은 줄어들어 다행히 거부감이 적었어요. '양심 냉장고' 이래 최근의 <우리 아버지>나 <단비>까지 감동과 눈물을 짜내기 위해, 시간이 흐를수록 아픈 사연을 가진 이들을 찾아다닌다는 인상이 짙었거든요. 김학용씨와 가족들이 행복해 하는 표정을 담백하게 담는 것에서 오히려 잔잔한 감동과 의미를 얻을 수 있었답니다.

극복해야 할 과제는 의미보다는 '형식' 

MBC <7일간의 기적>
 MBC <7일간의 기적>
ⓒ mbc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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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프로그램이니 응원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쓴소리도 좀 할게요. 확실히 첫 회여서 그런지 프로그램 포맷이나 편집 방향이 자리를 잡은 것 같지는 않더군요.

그게 아니면 7시 교양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한계일지도 모르겠고, 또 기존 예능프로그램에 더 길들여진 제 시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미션 수행이란 전제 앞에서 전국 기행과 인물과의 훈훈한 만남, 입담을 통한 재미와 감동 코드까지 버무려야 하니, 제작진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더군요.

그걸 감안해도 프로그램이 산만해 보이기는 했답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안에 용달차를 얻어야 한다는 설정 때문인지, 미국드라마 <24시>의 익숙한 음향과 시간표시로 나름의 긴박감을 조성한다거나, 낯익은 얼굴들을 등장시키기 위해서인지 MBC 아나운서실과 현영씨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들른 것도 조금은 의아하기도 했고요.

또 하나, 첫 회이고 또 프로그램도 그리 오래 준비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확실히 김제동 씨의 역할도 불분명해 보였어요. 바로 직전 프로그램인 <자체발광>이 MC 없이 출연자와 나레이터만 있었던 포맷이 떠오르는 건 왜였을까요.

역설적으로 보면, <산넘고 물건너>를 필두로 특히나 여러 일반인들을 만나 따스한 감정과 구수한 입담을 이끌어내는 것이 김제동씨의 장기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굳이 멤버들끼리 경쟁하듯 개그를 펼쳐야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자연스레 거리가 멀어졌을지도 모르겠고요. 왠지 익숙한 포맷을 찾으신 것 같아 안심도 됐습니다.

분명한 것은 <7일간의 기적>이 휴머니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바꿔 말하면, 일반인들의 '십시일반'과 '인지상정'에 호소하는 착한 프로그램이라는 말이지요. 거기에 출연자들의 고생담도 곁들이고 참여자들의 사연도 소개하며 그리 '공익'적이지 않게 힘을 뺀 채로 담백하게 연출한다는 것은 큰 미덕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프로그램에 너무 쓴소리를 한 건 아닌가 걱정도 되지만, 아마 프로그램이 기대 이하였다면, 이런 글도 무의미했겠지요. 다행히 시청률에 비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라는 기사를 볼 수도 있었고요. 그래요, 저녁 7시에 일일드라마나 시트콤을 제외하고 많은 시청자들이 TV 앞에 앉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특히나 DMB폰을 비롯한 휴대폰과 인터넷 다시보기, 다운로드 시스템이 정착된 요즘은 말이지요.

그러니 시청률에 연연하지 말고 제작진과 함께 좀 더 단단하면서 재미와 감동을 갖춘 프로그램을 꾸준히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글 한마디로야 얼마나 쉬운 주문인줄 잘 알지만, 좋은 프로그램을 보며 감동받는 시청자들을 위해 계속해서 힘써 주시리라 믿습니다.

아, 그리고 김제동씨에게 한 트위터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요즘 너무 진지하신 것 같기도 하고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요. 네, 세상 앞에서 김제동씨도 작은 개인일 뿐이지요. 그래도 "단지 마이크 하나면 여러분을 웃길 수 있다"며 호기롭게 청중들을 자지러지게 만들던 그 청춘의 기백을 기억합니다.

최근 트위터에 "노란 꽃 푸른 꽃 빨간 꽃 모두 피는 곳이 꽃밭 아닙니까. 서로 더 예쁘다 안 예쁘다가 아니라 그래 너도 나도 꽃이니 마음껏 피어라 하는 것이 자연이지요. 저는 단 한번도 신이 꽃의 색깔을 문제 삼아서 꺾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 했습니다"고 하셨지요?

그래요. 그 권력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했습니다. <7일간의 기적>을 새로운 시작으로 또 다른 기적을 꽃피우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태그:#김제동, #MBC, #7일간의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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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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