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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평소 재래시장에 관심이 많다 보니 물가정보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여태껏 제대로 된 물가정보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제가 읽은 한 기사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더군요.  

T프라이스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소비자원 이기헌 팀장은 "현재 서울,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7개 광역시의 135개 판매점에서 실제 판매되는 가격을 인터넷을 통해 비교해 볼 수 있다"며 "1주일에 한 번 매주 금요일마다 직접 조사원이 현장에 나가 가격을 조사하고, 실제 가격이 맞는지 검증까지 거치기 때문에 꽤 믿을만한 가격 정보"라고 자신했다. <머니투데이 중>

저는 팀장님이라는 분의 말씀에 혹해서 'T프라이스'(http://price.tgate.or.kr)에 들어가 봤습니다. 'T프라이스'는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고 있는 물가정보 사이트 입니다.

한국소비자원 물가정보 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물품별 가격정보]의 첫 화면 곡물에 쌀이나 보리, 콩은 보이지 않는다
▲ [물품별 가격정보]의 첫 화면 곡물에 쌀이나 보리, 콩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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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에 있는 메뉴에서 [물품별 가격정보]를 클릭해 들어가 보니 물품들의 가격표가 나오더군요. 그런데 리스트에 나타난 것은 전부 국수 가격이었습니다. 왼쪽에 있는 메뉴를 보니까 '곡물' 항목 아래의 '국수'가 선택된 상태였던 거죠. 곡물이면 당연히 쌀, 보리, 콩 이런 것들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것들은 보이지 않고 국수, 두부, 라면, 밀가루, 부침가루, 식빵, 시리얼, 즉석밥이 나오는 겁니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이번에는 [생선·조개류]를 선택해 봤습니다. 아이고 이런, 맛살, 어묵, 참치캔이 나오네요.

'생선·조개류' 품목 하위 분류로 맛살, 어묵, 참치캔이 나타났다
▲ '생선·조개류' 품목 하위 분류로 맛살, 어묵, 참치캔이 나타났다
ⓒ 정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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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소싯적에 읽은 피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 하긴 사람들이 '생선'이라고 불러서 그렇지 '고구미'라고 불렀다면 고구미가 됐을 겁니다. 품목분류도 마찬가지겠죠. 물속에 사는 고구미를 튀기고 익히고 깡통 속에 넣은 것을 '생선'이라고 한다면 말입니다.

'T프라이스', 공산화에 올인한 공산주의 사이트?

이런 생각으로 웃고 있는데 [채소·해조류]라는 메뉴가 눈에 띄더군요. '그래, 재래시장에서 파는 채소 가격도 조사했단 말이지?'라고 생각하며 메뉴를 클릭했습니다. 단무지, 당면, 맛김, 콩나물. 

그래도 콩나물이 보이길레 지역분류를 제가 사는 '서울동북'으로 맞춰놓고 아래의 탭 메뉴에서 '전통시장'을 선택했습니다. 결과는?  '터엉~.'

저는 그제서야 사이트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상식은 깡그리 무시하고 모든 식품의 공산화(工産化)에 올인한 '공산주의 사이트'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콩나물도 비닐봉지에 담아 공산식품화 한 것이 아니면 아예 취급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입니다.

T프라이스 사이트 전통시장에서는 콩나물을 안판다?
▲ T프라이스 사이트 전통시장에서는 콩나물을 안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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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이 사이트는 뭘 보여주겠다는 거야?' 분류를 따져보았습니다. 물품 대분류가 13개, 그에 따른 소분류가 85개, 그리고 물품의 가지 수가 244개였습니다. 결국 244개의 물품을 나누기 위해 85개의 소분류를 사용한 것입니다. 그 가운데 한 종류의 물품이 낱개 상품과 여러 개 묶음 상품이 있는 경우가 30여 개, 그리고 밀가루처럼 내용물은 같지만 포장 단위가 다른 물품이 상당수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검색 조건을 지정하는 곳에서 오작동을 일으키는 부분이 두어 군데 있더군요. 검색 사이트가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서 오작동을 보이면 안되지요.

하지만 그런 점들은 그냥 넘어간다고 치더라도 가격조사를 꼭 해야 할 품목은 빠져 있고 가격조사가 편한 공산식품만을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생활물가의 기본 품목인 농수축산물(곡물, 생선, 과일, 채소, 육류)을 몽땅 빼놓고 엉뚱한 물품을 거기에 끼워맞추다니요. 정부 산하 기관에서 '생필품 가격정보'를 표방하면서 그럴 수는 없는 겁니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러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가격 정보를 받기가 편하고 비교하기 간편한 물품으로 정하다 보니 공산식품을 선정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또 하나의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전통시장을 조사 대상처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입니다. 

대형마트 62곳, 전통시장 14곳... 마트 위주의 품목 선정

먼저 'T프라이스'에서 조사 대상으로 삼는 전체 134개 매장을 살펴보죠. 대형마트가 62곳, 백화점이 26곳, 기업형수퍼(SSM)가 29곳, 전통시장이 14곳, 편의점이 3곳입니다.

한국소비자원 이기헌 팀장은 "1주일에 한 번 매주 금요일마다 직접 조사원이 현장에 나가 가격을 조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마트는 조사하기가 편하니까 많이 배정하고 전통시장은 없어서 배정을 못한 것입니까?

산술적으로 보면 전통시장이 10% 정도 되는군요. 하지만 실상은 안 그렇습니다. 전체 134개 매장에서 244개의 물품이 팔리는 경우를 보니까 모두 2225개의 항목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전통시장에서 팔리는 경우는 138개 항목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전통시장에서 취급하지 않는 규격화된 물품을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서울동북의 전통시장 판매품목에서 콩나물을 찾지 못한 것은 전통시장에 콩나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비닐봉지에 350g씩 담아서 파는 브랜드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트에서 파는 물품을 대상으로 하고서도 모자라 마트를 다수 출연시킨 모양이 되었습니다.

물가정보, 너무 물로 보셨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말씀드리려고 전화를 했더니 'T프라이스' 팀장은 해외출장 중이라고 했습니다. 팀원 한 분이 전화를 넘겨받으시더군요. 제가 지적한 문제점들을 대체로 인정하시면서 추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말을 액면대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물가정보를 내놓으려면 우선 목표를 정하고 그에 적합한 물품의 선정 기준과, 수많은 가격 정보, 어떤 물품을 고를지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머리가 아파도 보통 아픈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의 사이트를 만든 세 명의 팀원으로 그것을 하겠다구요?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지적하고 마치겠습니다. 물가정보는 가격 변동이 심하거나 판매처에 따라 차이가 심한 물품을 다룰 때에 그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공산식품처럼 가격 변동이 적고 기준을 정할 필요조차 없는 것만을 대상으로 하면서 생필품가격정보를 표방하는 것은 낯 두꺼운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가정보, 너무 물로 보셨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정병태기자는 재래시장 살리기 운동 '시장가자'를 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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