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대구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지난 2009년 운영하던 노래방을 폐업하고 동사무소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16년 된 2500cc 그랜저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차는 340만 원 미납으로 건강보험공단에 압류가 된 상태였고 압류권 때문에 매매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려 미납된 의료보험료를 내고 차를 처분한 다음에야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받을 수 있었다.

 

김씨에겐 치매노모와 실의에 빠져있는 남편, 군에서 사고로 의가사 제대한 큰아들, 고3인 딸과 초등학교 4학년인 막내아들 등 6식구가 생활을 꾸려나가는데 겨우 30여 만원의 생계비와 7만원의 주거비가 나온다. 건물 주차장 일을 보는 남편의 실소득은 20만 원 정도지만 동사무소에서는 60만 원으로 추정소득을 잡고, 큰아들의 경우에도 군에서 훈련중 교통사고로 다쳐 아무 일도 할 수 없는데도 30만 원의 추정소득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씨는 밥도 하루에 두 끼만 먹고 비가 오는데도 지붕도 못 고치고 하늘만 쳐다보며 살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동사무소 직원들은 쌀값을 수급비에서 빼버리기도 하는 등 수급비가 들어오는 게 들쑥날쑥 한데도 문의하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음부터는 넣어주겠다는 말만 하는게 속이 상하다고 했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제도의 미비로 최저생계비도 안되는 금액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거나 그나마도 기초생활수급자 지정도 못받는 차상위 계층의 절대빈곤층의 열악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에 대구의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이하 인권운동연대)'는 16일 저녁 대구MBC 강당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10년의 평가와 대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최예륜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실제 근로소득이 아닌 추정된 소득을 부과함으로써 소득자격 기준을 박탈하거나 생계비를 제하는 방식인 추정소득부과방식은 결국 빈곤을 고착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무국장은 "지난 10년간 기초법은 낮은 기준선과 제도의 독소조항으로 인해 그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며 "전체 인구의 3% 수준(2007년 기준 153만명) 밖에 포괄하지 못하며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10년에 근로능력 평가기준을 시행하여 자격기준을 강화하였는데 모호한 평가기준으로 빈곤층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하고 있어 가난한 이들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무국장은 기초법의 개정을 통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비현실적인 재산과 소득 기준 폐지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대책 강화 △수급권자의 권리보장 강화 △근로연계의 '조건부 수급조항' 폐지 △기초생활보장비용 전액 국비로 보장 △최저생계비의 현실화와 상대빈곤선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대구지역 빈곤층과 기초생활수급자의 현황과 실태에 대해 통계청의 자료를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중 실업상태에 있거나 소득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없는 사람이 3명 중에 1명 꼴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의 기초생활 수급자 수는 2009년 기준으로 105,491명으로 전국의 14.5%를 차지하고 전국의 광역시 중 광주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으로 대구의 경제력에 비해 빈곤층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창호 활동가는 전국적으로 약 410만여 명의 기초생활수급자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대구지역에서도 수많은 저소득층이 사회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겪고 있음을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건부 수급자가 증가한 것에 대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하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근로능력 유무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으므로 유연한 법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정순(인권운동연대 회원) 외 4명의 토론자가 나와 토론하고 참가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여러가지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김정순 인권운동연대 회원은 수급자가 느끼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과 현실에 대해 자신이 수급권자가 되면서 느꼈던 점과 수급자가 되어 모멸감을 느꼈던 점들에 대해 예기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윤승걸 대구쪽방상담소 소장은 노숙인과 쪽방생활인의 입장에서 본 기초생활수급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토론하였다. 윤 소장은 "노숙을 경험했거나 노숙의 위기에 처한 쪽방, 여인숙, 고시원, 찜질방, 만화방 등지에서 거주하는 잠재적 노숙인들은 홈리스지원법에 포함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쪽방상담소도 대통령령으로 전국에 10개소가 설치되었으나 정부나 지자체의 인식 부족과 미온적 태도로 쪽방생활인의 보호와 자립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친환경 무상급식 논쟁이) 6.2 지방선거에서 보편적 복지가 화두가 된 최초의 선거였다"고 평가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가구단위에서 개인단위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 사무처장은 추정소득 부과 폐지, 조건부 수급조항 폐지, 개별급여 강화, 최저생계비 현실화 등을 주장했다.

 

노금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장애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우리사회의 장애인 빈곤가구율은 23.8%로 전체 빈곤가구율 13.4%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는 빈곤장애인 가구 중 56.7%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우지연 대구광역자활센터 사무국장은 "(기초생활수급자의 자활지원사업 등) 국가가 책임져야 할 상당부분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지만 지자체의 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 사무국장은 전체 근로능력수급자의 14%만이 참여하고 근로의욕이 없거나 미약한 사람들이 자활사업에 대거 참여함으로써 낮은 성공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우 사무국장은 대안으로 반빈곤층에 대한 맞춤형 보장지원서비스 제공을 통해 경제활동을 참여시키고 독려하는 증 자활사업에 토탈적 지원이 필요하고 그 예로 '인큐베이터 사업'을 통해 6개월에서 1년정도의 진단을 통해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시민들은 질문을 통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광범위한 운영을 통해 차상위, 차차상위 계층까지 넓힐 필요가 있고, 에이즈 환자 등 편견 때문에 노동현장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배려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토론회가 끝 난 뒤 인근 막창집으로 옮겨 다양한 대안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