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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취임 후 6개월 만에 거리에 주저앉았다. 김 위원장은 12일 오후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 제도) 철회, 노조법 재개정' 등을 요구하며 서울 정부종합청사 건너편, '시민열린마당'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평소 현안 투쟁에 무리수를 두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지만 각 단위 사업장별로 진행되는 타임오프제 관련 투쟁이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단식농성이라는 강수를 놓은 것이다.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이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결속시키고 향후 노조법 재개정 투쟁을 전개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반 년 동안 온건한 성향, 지방선거 이후 적극 행보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당선 직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투쟁은) 뻥파업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실리를 추구하는 '온건파'로 알려졌다. 그의 취임이후 다소 과격하다고 평가받던 민주노총의 투쟁방식이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는 형태로 변했지만 무기력하다는 비판도 동시에 뒤따랐다.

 

지난 3월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노동자 대회에는 노조원 1만 여명이 집결했지만 도심 진출을 시도하지 않았고 경찰과 충돌 없이 평화롭게 끝났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4월 총파업과 노동기본권 사수를 위한 총력투쟁을 선포했지만 4월 총파업은 폐기 됐고 민주노총의 다른 현안들도 천안함 사건과 지방선거에 묻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또 지난 5월 1일, '타임오프제'가 통과된 이후에도 각 단위 노동조합들이 산발적인 투쟁을 전개했을 뿐 민주노총 단위의 큰 투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4월 총파업 폐기와 타임오프제 관련 투쟁과정에서 보인 다소 무기력한 모습은 민주노총의 지도력과 조직력이 약화됐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그런 상황은 6.2지방선거 이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지방선거가 끝난 후 11년 동안의 영등포 시대를 마감하고 서울 중구 정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이사를 한 만큼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야당의 승리로 끝난 지방 선거 결과도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투쟁을 재촉했다.

 

지난달 23일에는 김영훈 위원장의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서울 종로 보신각 일대에서 열린 노동자대회에는 5000여 명의 노조원들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 7일 한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취임 초기처럼 신뢰를 심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실제 문제와 이슈를 던지고 현장에서 직접 우리의 비전과 대책, 전략을 만들어나가는 사업을 펼칠 것"이라며 적극적인 행보를 선언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매일 촛불집회, 금속노조 총파업 예고

 

김 위원장은 12일 단식농성에 돌입하면서 발표한 담화문에서 "ILO와 OECD고용사회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국제노동기구는 한국정부와 여당이 날치기 처리한 개악노조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노사관계의 국제기준인 ILO권고에 따라 개악노조법을 개정하고 세계 최하위 수준인 ILO협약 비준수준을 높이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국격'을 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담화문 발표에 앞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된 지 6개월여 동안 많은 고민을 했고, 돌이켜보면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날들이었다"라며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비상식적, 초법적, 탈법적으로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것은 헌법 개악을 통해 노동기본권을 삭제하고, 경영상 이유만으로도 정리해고를 할 수 있게 해 모든 국민을 불안정 노동으로 내몰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전국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단식에 들어간다는 것을 금속노조 여러 사업장에서 다 알고 있다"며 "위원장의 단식을 우려하면서도 (투쟁에 소극적이었던 것을) 각성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부터 현장으로 달려가 파업을 조직해 이명박 정권의 노동정책을 폭로하고 민주주의 토대이자 기본인 노동기본권을 지키는데 금속노조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금속노조는 오는 14일 타임오프제에 반발해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고 21일에는 전국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매일 오후 7시 김 위원장의 단식농성장에서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태그:#민주노총, #김영훈, #이명박, #파업,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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