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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4일부터 25일까지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네 명의 활동가들과 함께 한국에서 이주노동을 하다가 귀국한 필리핀 이주노동자와 이주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다녀왔다. 필리핀을 조사 대상 국가로 선정한 것은 아시아에서 해외 이주노동 송출이 가장 활발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실태조사는 20여명의 필리핀 귀환 이주노동자(OFW, Overseas Filipino Workeres) 를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와 이민 혹은 이주노동과 관련된 네 곳의 필리핀 공공기관과 한국산업인력공단 필리핀지사를 대상으로 하였다.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출국 전부터 귀국 후까지 이주 전 과정에 대해 세세하게 묻고 또 묻기를 반복하며, 이주노동이 그들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폈다.

반면 공공기관들에 대해서는 사전 질의를 통해 기관 설립 목적과 기능, 역할 등에 대해 물었고, 질의응답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책 집행자들에게 직접 이주 전반에 걸친 모니터링과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양적, 질적으로 적절하고 충분한지 등에 대해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하였다.

이주노동자 심층 면접은 출국 전에 면접 목적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한 후, 일정과 장소를 미리 정하고, 인터뷰이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방식으로 실시하였다. 일인 평균 2시간 이상 소요되었는데, 먼 거리를 마다않고 인터뷰에 응해 준 이들은 너나없이 우리를 오랜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온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의 궤적은 각인각색, 똑같은 이가 없었다. 귀국하여 잘 살고 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해외 이주노동으로 가족 해체를 경험한 이도 있었고, 산재 피해로 삶의 희망을 잃은 이도 있었고, 질병을 안고 귀국하여 기적만 바라는 이도 있었고, 원치 않게 사기를 당해 귀국한 이들도 있었다.

인터뷰 모습 필리핀 귀환 이주노동자 실태 조사 인터뷰 모습
▲ 인터뷰 모습 필리핀 귀환 이주노동자 실태 조사 인터뷰 모습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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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진행하며 한국에서의 유쾌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과는 함께 박장대소하며 웃기도 했고, 아직 아물지도 않은 누군가의 상처를 후비는 모진 일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어 먹먹해진 가슴과 벌건 눈동자를 감추지 못해 인터뷰를 이어가지 못하기도 했고, 과거를 회상하다 설움에 겨워 말을 잇지 못하는 이들로 인해 역시 인터뷰가 중단되기도 했었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우리도 국경을 넘으면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려야 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실태조사는 '이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하루 속히 개선되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이주노동자 권리 협약' 비준 거부하는 대한민국

국경을 뛰어넘는 자본의 이동, 노동력의 이동은 국가, 인종, 민족 개념에 대한 인식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력을 부르면, '사람'이 들어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무시하고, 이주노동자들을 한국 사회 주변부의 '타자'로만 치부해 버리는 우리사회의 현실은 그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고 고단하게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전 세계 인구의 3%이상이 국경을 넘어 이주 노동을 떠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주노동을 또 다른 삶의 한 방편일 뿐,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의 인식 뿐만 아니라, 불합리한 제도 개선 등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엔((UN))은 세계인권선언(48), 모든 형태 인종 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65), 국제인권규약(66), 외국인권리선언(85)을,  세계노동기구(ILO)는 이주노동자협약 및 권고(49)와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에 관한 협역(58), 이주노동자 보충협약 및 권고(75)를 한 바 있다. 

아울러 90년 유엔에서 채택된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의 정식 명칭은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이다. 이 협약은 2003년 7월 1일 기점으로 발효되었는데, 유엔은 협약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여 12월 18일을 세계이주노동자의 날로 선포하였다. 반면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 이주노동자 권리협약 비준을 거부하고, 세계 인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권리협약 토론회 포스터 국가인권위 주최 이주노동자 권리협약 쟁점 토론회 포스터. 7월 16일 예정.
▲ 이주노동자 권리협약 토론회 포스터 국가인권위 주최 이주노동자 권리협약 쟁점 토론회 포스터. 7월 16일 예정.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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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 땅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갖고 있는 우리 사회의 차이에 대한 관념의 변화를 촉구하는 운동 이전에 이주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현실적 문제, 임금체불, 인권침해, 실업, 출입국문제, 숙식 등의 문제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유효한 사회다. 이는 인식의 변화도 시급하지만, 현실의 변화 역시 요원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제 우리사회는 이주노동자를 남이 아닌, 어깨를 함께 할 이웃으로 여겨야 한다는 세계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어려운 이웃에게 야박하게 대하지 말아야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는 마침 우기라 예기치 않게 내리는 장대비는 점심 식사를 위해 잠시 길을 나서면서도 복사열에 지쳐하던 이방인들에게는 단비 그 자체였다. 우산을 들지 않고도 잠시 잠깐 내리는 비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짧은 순간이지만 장대같은 비로 인해 뜨거웠던 복사열이 식어갈 무렵, 쳇쳇거리며 급하게 달리는 차량 바퀴가 털어내는 땟국과 그에 버금가는 때국물이 줄줄 흐르는 건물 모퉁이엔 그때마다 하늘을 지붕 삼아 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었다.

그 중에는 젖니도 덜 빠진 어린 아이가 걸음마를 막 뗀 아기를 안고 오른 손가락을 모아 입에 갖다 대는 시늉을 하곤 했다. 그러나 늘 그래왔었는지 큰 기대를 않는다는 듯 두어 번 손을 움직이더니 곧바로 멈추고는 다른 행인에게 눈길을 돌린다. 그런 그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같이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건물 모퉁이에 자리 잡은 패스트푸드점 청원 경찰이었다. 자세히 보니, 꼬마 녀석들 몇몇이 청원경찰을 가볍게 희롱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청원경찰은 그들을 떠밀거나, 얼굴을 붉히는 법이 없었다.

비에 젖어 땟국이 질질 흐르는, 하늘을 지붕 삼은 이들과 자리를 함께 한 청원경찰. 아마 비가 오지 않았다면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준다고 내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비를 그을 수 있도록 한 배려를 보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을 야박하게 대하지 않는 모습이야말로 함께 사는 세상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국경을 넘으면 '외국인'이고, 누구나 이주노동자가 될 수 있다. 오죽하면 국경을 넘어 노동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우리 '안'에 있는 또 다른 '우리'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바뀌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그동안 8회에 걸쳐 2010.6.14-25일까지 필리핀 이주과정 전반에 관한, 한국으로의 이주노동을 중심으로 한 실태 조사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9회로 르포기사를 마무리하며 실태 조사를 함께 했던 아산외국인노동자센터 우삼열 소장, 박종우 활동가, 결혼이주여성인 안나, 의정부 엑소더스 이인화 간사와 필리핀 POEA, NRCO 등과의 인터뷰를 도와 준 한국산업인력공단 필리핀지사 최승호 팀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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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