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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여성이 많아졌으면 해요. 이번에 활발하게 잘 해서 여성 시의원이 더 잘한다는 얘기도 듣고, 시의원을 꿈꾸는 여성이 많아지도록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

 

수원시의회 백정선 의원(수원나선거구, 파장,송죽,조원2동)이 9일 의정활동의 각오를 다지며 한 말이다. 지난 8대 때는 민주당 비례대표였던 백 의원은 6.2지방선거에선 당당히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수원시의회 역사상 첫 재선 여성 의원이다.

 

백 의원은 9대 때 활동할 상임위로 문화복지위원회를 선택했다. 그동안 개발 위주로 달려왔던 수원시가 이제 문화와 복지에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9대 시의회를 준비하며 백 의원은 주요 추진 공약으로 '보육예산 지원 조례 제정', '무상급식 지원 위한 추경 예산 반영', '아파트 지원조례 확대를 통한 좋은 마을 만들기', '세입자와 원거주민 주거대책 배려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 '파장동 지방행정연수원 이전 관련 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백 의원이 처음 정당에 가입한 건 2002년 대선을 앞둔 시점으로 개혁국민정당 소속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다. 그 뒤 열린우리당 수원시당협 여성위원장을 맡았고, 2006년엔 비례대표로 시의원이 됐다. 그런데 백 의원은 "사실 전 정치에 뜻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워낙 인기가 없다보니 당원들 맘에 드는 선수(후보)가 없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얼떨결에 비례대표 시의원이 됐죠. '당원들이 왜 이렇게 나한테 막중한 짐을 지우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니까요."

 

당연히 어려움도 많았다. 우선 전문가라 할 수 있는 공무원들을 상대하기가 버거웠다. 시민의 대표가 무시당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했다. 그 결과 어느 정도 선까지 실력은 올라갔지만, 여전히 더 큰 산이 존재했다. 바로 8대 시의회를 장악하다시피 했던 한나라당의 독주였다.


"정말 해선 안 되는 사업들인데도 표결에서 깨질 때가 제일 힘들었죠"

 

"정말 해선 안 되는 사업들인데도 표결에서 깨질 때가 제일 힘들었죠. 문화예술회관 앞에 수원을 상징하는 경관육교를 설치하겠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 의원들도 반대하는 분들이 있었거든요. 잘만하면 부결시킬 수도 있겠다고 기대했는데, 본회의장에서 표결할 땐 아니더라고. 사석에서는 반대한다는 얘길 해 놓고, 표결 때는 당론대로 가는 거예요. 그런 게 인간관계에 균열도 생기게 하고, 너무 힘들었죠."

 

백 의원은 "4년간의 활동은 사실 부끄럽다"면서 "시민 설문조사를 통해 6개월 정도 준비한 뒤 가임여성 수영장 할인조례를 만들고, 광교산 특위 활동 중 폐송전탑을 철거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10개나 됐던 폐송전탑이 철거됐을 땐 아주 뿌듯했어요."

 

힘겨웠던 4년의 의정 활동을 거치면서 백 의원은 단련됐다.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선수'에서 스스로 짐을 지고자 지역구에 도전했다. 하지만 선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스스로를 내세우는 일이 영 어색했다. 백 의원은 "예전에 선거 운동할 때는 자신감 있게 '우리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말이 쉽게 나왔다"면서 "그런데 저를 알리고, 저한테 '표를 주세요' 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시민들을 만났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명함 한 장 주면서도 쭈뼛거릴 정도였죠. 예비후보 기간 1달 동안은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러워졌어요. 아무래도 저 스스로가 훌륭한 후보라고 생각되지 않아서 그랬나 봐요."

 

선거 결과는 대승이었다. 2위인 한나라당 후보를 5천표 이상이나 앞섰다. 하지만 백 의원은 "당선의 기쁨보다 솔직히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왜 일까.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민심은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잘 했다기보다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심판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저한테 압도적으로 당선돼 대단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 있으면, 전 우스갯소리로 '다 이명박 대통령 각하 덕이다'고 말했어요. 민심이 무섭다는 말과 맥을 같이 하는 얘기죠."

 

'의정활동의 원칙으로 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백 의원은 거침없이 답했다.

 

"무엇보다 시민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판단하는 거죠. 또 절대 이권개입하지 않고, 인사 청탁 받지 않겠다는 게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신조예요. 지금까지 지켜 왔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예요. 청탁하는 분에게 오히려 제가 부탁을 해요. '제가 의정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데일리경인,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백정선, #수원시의회, #민주당, #수원시의원, #6.2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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