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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오마이뉴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발족한 10만인 클럽 회원이 되었습니다. 회원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도 알지지만, 저널리즘 차원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조선일보에 뒤지지 않는 언론사가 되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재가입했습니다.

 

10만인 클럽 가입을 마치고, 심층보도와 모바일 저널리즘을 주제로 오마이뉴스 대강당에서 열리는 '2010 세계시민기자포럼'(7월8일 오후 2-5시)에도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2010년 탐사보도 부분 '퓰리처 상'을 받은 셰리핑크 <프로퍼블리카> 기자를 비롯한 여러 발제자의 주제발표를 듣고, 느끼고, 배우기 위함이었지요.

 

 

영상으로 진행된 셰리핑크 기자의 주제발표는 솔직히 부담되었습니다. 발표문이 A4용지 7쪽에 달하는 장문이었고, 주제 '모바일 시대의 긴 이야기 형식 기사와 탐사 저널리즘'은 진즉 접해보지 못했던 장르였으며, 열악하고 뒤틀린 우리의 저널리즘 현실과도 무척 큰 괴리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세리핑크 기자의 심층취재 비용이 수십 만 달러에 달하고, 비용을 지원해주는 기업체도 있다고 해서 놀랐는데요. <프로퍼블리카>와 <뉴욕타임스>는 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에서 매우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전체적인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는 내용은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기사의 사실을 확인하는 데만도 몇 주가 걸리고, 언론사나 기자들이 법적으로 위험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를 살피는 변호사들도 있다는 대목은 언론사주 입맛에 맞게 기사를 작성하고,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하는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와 대비되어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신문의 신뢰성,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에 뒤져

 

이어 마이크를 잡은 강인규 언론학 박사는 '기술과 사회, 그리고 시민 저널리즘의 미래'란 주제로 새로운 뉴미디어를 만드는 기술과 사회의 관계, 시민 저널리즘과 전문가 저널리즘의 차이, 시민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설명해나갔습니다. 

 

강 박사는 한국의 경우 고속 인터넷의 빠른 보급으로 <오마이뉴스>가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른 나라들의 시민 저널리즘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가 사회적인 요인이었던 것처럼 한국 역시 그런 구조적인 특징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은 주류매체(특히 신문)에 대한 불신이 많다며 2008년 조사에서 전체 국민 중 신문을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꼽은 사람은 16%에 불과했고, 신문의 신뢰성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에 뒤지는 양상을 보였다며,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수십 억의 탈세가 밝혀져 도덕성에 결함이 있음에도 구독률이 70% 가까운 조중동 신문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강 박사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카메라, 영상편집기, 송신 장비 등이 그동안은 고가였지만 값이 싸지고 사용 방법도 쉬워져 좋은 효과를 제공해주고 있다며 미래 저널리즘은 시민과 시민, 전문가와 전문가 사이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핏줄 언론'은 민심의 어뢰가 될 수 있어

 

 

두 번째 나온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6·2지방선거와 미디어지형의 변화'란 주제발표에서 영상도표를 보여주며 KBS를 비롯한 여러 방송사들의 언론횡포를 지적했습니다. 오 대표는 방송이 외면했던 6·2지방선거 속보들이 널리 알려지기까지에는 또 다른 언론(조직과 운영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소규모 언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실핏줄 언론'으로 표현했습니다. 

 

오 대표는 다양한 형태로 가장 적나라하게 민심을 전달해서 주류언론에 기습적으로 치명타를 가하는 실핏줄 언론은 민심의 어뢰가 될 수 있다며 청계천에 30만 마리의 다슬기를 방류했으나 다 죽어버렸어도 알려지지 않았던 일과 예상하지 못한 6·2지방선거 결과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KBS를 비롯한 방송과 보수 언론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엉터리 통계로 유권자를 현혹했지만, 민심을 정확히 다양하게 전달하는 실핏줄 언론이 있었기에 야당이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개인 블로그와 트위터, 동호회, 학회, 1인 시위는 물론, 2년 만에 나타난 도울 선생의 강의, 1000일 기도를 하던 명진 스님의 용감한 폭로, 서울대 이진구 교수가 지방선거 며칠 전 자신의 블로그에 '나는 왜 4대강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글을 올린 것도 미디어 행위로 실핏줄 언론과 연계된다는 것입니다.

 

오 대표는 실핏줄 언론이 할 수 있는 일로 "투표하라",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론을 언급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지만 '투표'로 심판할 수 있다며 노무현 버전으로 바꾸면 "깨어 있는 시민",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됩시다"가 된다면서 큰 틀에서 보면 두 분의 실핏줄 언론 개념이 비슷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10분 정도의 휴식을 취한 뒤 열린 2부 종합토론회에서는 소셜 미디어의 한계와 가능성, 발전 방향 등이 쟁점이 됐는데요. 한국경제신문 최진순 기자와 <독설닷컴> 고재열 운영자가 합류했습니다. 열띤 토론으로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끝났지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새롭게 접하는 저널리즘 세계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97년 외환위기 때 퇴출됐어야 할 언론사들

 

김제동, 윤도현씨 출연정지에 이어 불랙리스트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글을 올린 방송인 김미화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KBS 발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온갖 오해와 질시를 받아가면서 10년 동안 쌓아놓은 대한민국 언론의 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진중권 교수와 방송인 유창선씨도 고소하겠다고 했다는데요. KBS가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뒤에서 힘이 되어주고, 주류언론의 상징인 조중동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이 국민을 청맹과니로 만들었던 '80년 광주사태', '폭도들의 난동'이 늦게나마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새롭게 자리매김 되는 것을 보면서 나라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언론개혁은 필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10년쯤 되었는데요. 북풍공작을 대선과 총선의 식전행사쯤으로 이용하는 한나라당과 정론 직필을 외면하는 주류 언론의 왜곡기사를 대할 때마다 언론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2003년 2월25일 참여정부가 출범할 때도 "조중동을 개혁하지 못하면 노무현 정부가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남겨도 '실패한 정부'로 남을 것이다"는 내용의 글을 몇 차례 올렸는데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서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릅니다.

 

지금도 정치계는 부정·부패가 난무하고, 정치인들은 정쟁만 일삼고 있는데요. 그들이 정신을 차리려면 KBS를 비롯한 주류 언론의 외눈박이 시각이 바로잡혀야 가능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대립과 긴장의 시대로 되돌아간 남북관계 복원과 안정적인 경제성장도 해당되지요.

 

주류 언론들이 자금력을 동원해서 독자를 끌어들이고, 협박까지 했다는 사실은 전설처럼 널리 알려졌습니다. 지금도 식당에 가면 xx일보, ㅇㅇ일보, △△일보 등이 식탁 위에서 손님이 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열 번을 물어봐도 누가 가져다 놨는지 모른다는 주인의 답변은 쓴웃음을 짓게 합니다. 

 

언론의 자유를 스스로 군사독재정권에 헌납하고, 권언유착으로 언론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길을 걸어온 몇몇 언론사들. 97년 외환위기와 함께 국민의 이름으로 퇴출당했어야 할 그들이 언론계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가 어둡다는 방증이며 국제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나열한 몇 가지 상황들만으로도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데요. 그래서 조선일보를 앞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10만인 클럽에도 재가입하고, 오전 8시에 출발해서 심야버스를 타고 내려와야 하는 '2010세계시민기자포럼'에도 참석했던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2010 세계시민기자포럼, #언론개혁,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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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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