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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미끄럼틀로 향하는 진입로 양쪽의 식물이 훼손됐다.
▲ 미끄럼틀 만들려고 사구 훼손? 모래 미끄럼틀로 향하는 진입로 양쪽의 식물이 훼손됐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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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인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일원에서 개최되는 '2010 신두리 샌드에코 페스티벌 태안환경대축제'가 사구에 모래 미끄럼틀을 설치하는 등 '환경훼손축제'로 변질되고 있다. 또 이번 축세 개막 첫날부터 인근 학생을 비롯해 공무원 등을 대거 동원하면서 주변으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태안군은 9일 태안환경대축제 개막식을 갖고 3일간의 일정으로 축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신두리사구가 원형을 보존해야 할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도 행사장 내에 불법으로 모래 미끄럼틀(샌드 슬라이딩)을 조성했다. 또 기존의 모래로 되어 있던 사구 진입로에는 콘크리트 혼합석을 깔아 4백여 미터의 도로를 만들어 버렸다. 아무리 편의를 위해 조성했다지만 사구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신두리사구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축제의 목적을 스스로 어긴 것.

사구로 진입하는 진입로가 행사로 인해 콘크리트 혼합물로 된 도로가 새로 개설됐다.
▲ 콘크리트 혼합물로 도로개설 사구로 진입하는 진입로가 행사로 인해 콘크리트 혼합물로 된 도로가 새로 개설됐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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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태안군이 이번 행사 전에 내놓은 계획에 따르면, 사구 완충지역 밖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지만, 정작 이날 행사장까지 1백여대가 넘는 차량이 들어와 북새통을 이루면서 푸른태안 21 등 시민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태안군은 행사 전에 문화재청에 '사구 보호구역에 대해서는 절대로 훼손시키지 않고 완충지역에서만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보고했지만, 실제는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사구 원형을 변형시켜 버린 것이다.

신구사구의 외래식물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그간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푸른태안 21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수년째 신구사구 내에 외래식물 유입을 막기 위해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회원들과 함께 외래식물 제거에 많은 노력을 해 왔는데 물거품이 돼 버렸다"며 "외래식물 유입은 자동차로 인한 원인이 가장 큰데 왜 본래의 계획대로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들어오지 않았는지 따져 물을 것"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축제 첫날부터 인근 지역 중학생에서부터 민간단체, 씨름부,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계층을 초월한 인원을 동원했다.

개막행사가 열리기 전인 이날 오후 3시경. 총 3억 원의 예산(도비 1억5천만 원, 군비 1억5천만 원)이 투입된 행사장에는 주제관을 비롯해 샌드아트 체험장, 샌드 슬라이딩, 태안특산물 음식마당 등 22개의 부스가 사구 일원 완충지역에 설치를 완료하고 관광객 맞이에 들어갔다.

그러나 22개 부스 중 음식점에 일부 주민들의 모습만 보일 뿐 각 체험부스는 체험객보다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주 행사가 열리는 주무대에서는 푸른태안 21 인형극단인 '푸실'에서 준비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환경인형극'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단 12명의 관광객들만이 객석을 지켰다.

게릴라식 인원동원 눈살, 개막식 끝나자 행사장은 다시 '썰렁'

인근 원이중학교 학생들이 개막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 학생 동원 인근 원이중학교 학생들이 개막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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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30분경. 개막식을 30여분 앞둔 시간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개막식장의 의자가 메워졌다.

관람석에는 하얀색 교복을 입은 중학생 단체로부터 의용소방대 조끼를 입은 민간단체, 그리고 대형버스를 타고 행사장을 찾은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관람석을 가득 메웠고, 정작 행사의 주체가 되어야 할 주민과 관광객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행사장 인근 원이중학교에서 왔다고 밝히는 한 학생은 "1, 2학년 학생 전부다 왔다"며 "1학년 31명, 2학년 23명 등 54명 정도가 행사에 참석했다"고 귀띔했다.

행사에 동원된 인원은 학생들 뿐만이 아니었다. 개막식이 열리기 한 시간 전인 이날 오후 4시경에는 의용소방대와 해변구조대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두리 해수욕장 일원에서 '2010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을 벌였다.

내부에서도 아직 본격적인 피서철이 다가오지 않아 캠페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도 행사를 강행한 것은 개막식 인원동원용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날 캠페인에 참가한 한 대원은 "피서객도 많지 않은데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왜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안환경대축제가 9일 개막식을 맞았지만 첫날부터 인원동원 등 빈축을 사고 있다.
▲ 신두사구 찾은 안희정 도지사 태안환경대축제가 9일 개막식을 맞았지만 첫날부터 인원동원 등 빈축을 사고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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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동원을 통해 행사장이 가득 메워지자 본래 시간보다 20여분 지연된 오후 5시 20분경부터 시작된 개막식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김세호 태안군수, 정광섭 태안군의회의장 등 내외 귀빈들이 참석해 30여분간 진행됐다.

하지만 개막식장에서 자리를 옮겨 행사장 입구의 '주제관'에서 테이프컷팅이 진행되자 개막식장에 모여 있던 참석자들은 하나 둘 행사장을 빠져나갔고, 중학생과 공무원 등 단체로 동원된 인원들이 자리를 이탈하자 행사장은 순간 썰렁한 분위기로 변했다.

오는 11일까지 3일간 매일 1만 명씩 3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는 태안군의 목표가 첫날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태그:#태안환경대축제, #신두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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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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