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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자료사진)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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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방송인 김미화씨가 진행하는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MBC 라디오 생방송 스튜디오에 무단으로 들어와 인터뷰 질문지를 요구한 일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경찰청 정보 2분실 박아무개 경위는 당시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 파문과 관련 전화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던 채수창 강북 경찰서장의 방송 질문지를 요구했다. 채 서장은 같은 날 양천서 고문사건이 경찰 지휘부의 실적주의에 원인이 있다며 서울경찰청장의 동반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방송 시작 10분 전 스튜디오에 들어온 박 경위는 "채수창 전 서장 인터뷰 질문지를 보러왔다"며 질문지 제출을 요구했다. 프로그램 담당 PD는 "인터뷰 질문지는 우리 심의실에서도 미리 보는 경우가 없다"며 박 경위를 내보냈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라디오 PD들은 9일 오전 11시경 긴급 간담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MBC 노동조합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열흘 가량 지난 이날에야 간담회를 열게 된 것에 대해 "워낙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라디오 PD들도 당황해 대응이 늦었다"며 "어제(8일) 노조 쪽에 관련 사실이 알려졌고 급히 사태를 파악해 간담회를 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이 이날 오후 2시경 MBC를 찾아와 "스튜디오까지 간 것은 잘못된 일이다, 사과한다"며 "사찰이나 사전 검열은 아니었고 그저 알고 싶은 내용이 있어 찾아갔으나 무리한 점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경주 라디오 본부장은 "언론기관에 들어와 생방송 질문지를 보자고 한 것은 중대하고 엄중한 사건이다"라며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에 비견될 만한 일로 회피하거나 무마하려고 하면 사안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서 본부장은 "서울 경찰청장이 공개적,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MBC 노동조합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해 "'사찰'도 모자라 생방송 대본까지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경찰이 인터뷰 대본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일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민실위는 라디오 PD들의 3대 요구도 전달했다. 3대 요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사건의 총 책임자인 서울 경찰청장은 국민 앞에 그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공개 사과하라.
둘째, 이번 일은 일개 경찰 기관원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질 수 없다. 누가 이번 사건을 지시했는지 철저히 조사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 
셋째, 경찰은 물론 권력기관의 방송사 '사찰'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


태그:#김미화 , #대본 검열 , #사찰, #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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