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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언론에는 '실핏줄 언론'이 있었습니다. '실핏줄 언론'은 1인 혹은 10인 이하의 적은 인원이 조직 운영 비용의 부담없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미디어 혹은 모임을 저 혼자 부르는 말입니다. 이들이 가진 특성, 기존 언론기관과의 차이는 생존비용 마련에 정력을 허비하지 않고, 인원이 적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창의적이고 기동성이 뛰어나며 광고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연대가 용이하다는 것입니다."

 

10년 전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오마이뉴스>를 창간한 오연호 대표기자가 '실핏줄 언론'을 새로운 화두로 던졌다. 지난 8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본사 대회의실에서 '심층보도와 모바일 저널리즘' 주제로 열린 2010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다.

 

이에 앞서 주제 발표를 맡은 강인규 <오마이뉴스> 해외통신원은 "현대 사회에서 모든 시민은 기자이면서 전문가"라며 "미래의 저널리즘은 이들 전문가 사이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강 통신원은 "발전한 미디어 기술을 바람직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참여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강 통신원은 '기술, 사회, 시민 저널리즘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발표에서 뉴미디어 기술 및 사회와 시민 저널리즘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강인규 "기술과 저널리즘은 함께 발전"

 

그는 모바일 저널리즘을 언급하며 "현대 사회에서는 이동 취재와 보도를 위한 다양한 장비들이 잘 발달되어 있다"며 "이런 기술들이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통합되는 형세"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나온 아이폰 4는 고해상도(HD)사진과 동영상을 찍은 후 휴대폰으로 편집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과거 고가의 장비가 필요했던 작업들을 5천원정도 하는 앱 하나만 다운받으면 핸드폰에서 할 수 있습니다.

 

또 음성검색과 자료의 무선 송수신이 가능합니다. 음성인식이 된다는 것은 운전하면서 말로 기사를 쓸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이전에 기자들이 사용했던 전문 장비들이 휴대폰으로 통합되는 것이죠."

 

강 통신원은 "최근 신기술로 저널리즘이 위기에 처했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저널리즘은 항상 기술과 더불어 진화해 온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15세기에 본격적인 활자 인쇄가, 19세기 초반에는 사진이 보급됐고 라디오는 20세기 초반에, 텔레비전은 20세기 중반에 등장했는데 이렇게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미디어와 사회는 크게 변화했다는 얘기다. 

 

강 통신원은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도 저널리즘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저널리즘을 읽는 독자들이 특성이 그대로 저널리즘에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신문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저는 사진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20세기 초의 <뉴욕타임즈>에는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18세기 미국 초기 신문도 마찬가지. 글자만 빽빽했습니다. 컬러사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TV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강 통신원은 최근 인터넷과 뉴미디어의 추세로 '협업'을 꼽았다. 그는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 각지에 있는 전문가들이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음을 지적하고 "미래의 저널리즘은 이들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뉴미디어 이용하는 '실핏줄 언론'의 역할

 

강 통신원에 이어 '6·2 지방선거와 미디어지형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6.2 지방선거에서 한국 사회를 주도해왔던 언론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지방선거를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주류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지방 선거를 무시하고 천안함 사건에 필요 이상의 시선을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5월 24일은 공식선거 시작일이었습니다. 그러나 KBS 9시 뉴스에서는 1번부터 27번까지가 천안함 관련 소식이었습니다. 28번째가 되어서야 지방선거 소식이 등장했지요. MBC는 22번째, SBS는 24번째가 되어서야 지방선거 소식이 보도됐습니다. 이게 우리 방송언론의 모습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종이신문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았고 공중파 3사 중에서 그나마 낫다고 하는 MBC도 선거 보도를 헤드라인에 거의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오 대표는 한국의 언론을 '친 MB언론'과 '진보언론'으로 나눠 설명했다. 친MB언론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보수적 종합일간지, 장악된 방송(<KBS>, <SBS>)과 새로 장악된 <MBC>, 그리고 '눈치 보는' 포털로 구성된다. 진보언론은 <경향신문>, <한겨레 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민중의 소리> 정도.

 

오 대표는 "이들 언론기관의 양적 역학구도는 8:2 정도"라며 "그러나 진보 언론에는 트위터 등 뉴미디어를 이용하는 '실핏줄 언론'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압도적인 양적 역학구도에도 보도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시민기자와 트위터리안, 블로거 등으로 구성된 실핏줄 언론 때문이라는 얘기다. 

 

오 대표는 독보적인 실핏줄 언론의 예로 최병성 목사와 유창선 박사, 방송인 김제동을 들었다. 최병성 목사는 4대강 사업을 심층 취재해 기사로 쓰고 있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다. 최 목사가 쓴 <30만 마리 다슬기 다 어디로? 청계천 신화 고발합니다> 기사와 <여의도 앞 한강 1시간만 걸어보십시오 MB가 아름답다던 한강엔 물고기만 둥둥> 기사는 각각 3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창선 박사는 MB정권 들어 공중파 방송에서 퇴출당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와 <아프리카 TV>의 개인방송을 통해 시사평론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데 매일 1만 명이 그의 방송을 본다고 합니다. 김제동씨는 노무현 추모제에서 모인 사람들을 향해 '투표하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그의 동영상을 30만 명이, 이와 관련된 기사 2개를 본 사람이 각각 50만 명이 넘습니다."

 

이렇게 치른 지방 선거는 야당의 선거 전 여론조사와는 달리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오 대표는 "6·2 지방선거에서 30대가 야당의 승리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30대는 왜 이렇게 투표했을까요. 어떤 곳은 한나라당과 야당 후보의 차이가 2배, 어떤 곳은 거의 3배가 넘는 차이가 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이상한 일입니다. 2002년에 우리는 '인터넷과 누리꾼이 세상을 바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은 어땠습니까. 동아일보는 대선 이후 기사에서 '넷심은 없었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2010년에는 다시 인터넷이, 트위터가 정치를 바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 이럴까요?"

 

오 대표는 "인터넷 같은 뉴미디어는 사람이 신명이 날 때 활성화된다"며 의지와 열정이 있을 때, 목표가 뚜렷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을 때 신명이 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미디어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핵심은 신명입니다. 아무리 뉴미디어가 진화한다 하더라도 그 이용자가 다가올 새 세상을 가꾸어가는 유쾌한 놀이로서의 희망 만들기, 즉 신명이 없다면 그것은 당신을 소외시킬 것이고, 당신은 '뉴미디어 난개발업자'의 포로가 될 것입니다."

 

 

태그:#2010 세계시민기자포럼, #강인규, #오연호, #트위터,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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