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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초등학교 여학생 성폭력 사건 현장을 방문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초등학교 여학생 성폭력 사건 현장을 방문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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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8일 오후 7시 30분]

조현오 서울청장, '동반사퇴' 요구 일축... 경찰청, '항명' 채수창 서장 직위해제

서울 양천경찰서 피의자 고문 사건으로 촉발된 경찰 조직의 '과도한 성과주의' 문제가 경찰 내부의 항명 사태까지 불러오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8일 채수창 서울 강북경찰서장은 지휘부의 과도한 실적 수사 강요가 '양천서 고문' 사건의 원인이라며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동반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조현오 청장은 "(강북서장이) 지휘계통을 떠나서 성과주의나 양천서 관련 책임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채수창 서장의 동반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오히려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날 성과주의의 폐해를 지적한 채수창 서장을 기강 문란행위로 보고 직위 해제시켰다.

경찰관의 갖가지 비위 사실과 사건·사고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한 경찰 조직이 이번 항명 파동으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서울 양천서가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가혹행위를 했다는 제보를 받고 내사를 벌였다. 특히 검찰은 경찰서 내 CCTV 녹화 영상 등 증거를 확보한 뒤, 최근 이 경찰서 강력팀장 성모씨 등 4명을 독직폭행 혐의로 구속했다.

조현오 서울청장 "채수창 서장, 4개월 연속 (성과) 꼴찌"

채수창 서장으로부터 '양천서 고문'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 조현오 서울청장은 이날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양천서 사건이) 서울경찰에 구조적으로 만연된 문제였다면 서울청장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보고에 따르면 양천서 1개 팀, 더 정확히는 팀장의 문제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 청장은 특히 "양천서 사건 때문에 경찰관들이 의기소침하고 있다"며 "성과주의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는 등 그 순기능이 상당하다"고 말해, 향후 실적 평가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서울경찰청도 이날 '성과주의 취지 및 세부내용'이라는 자료를 내고 '양천서 고문' 사건이 성과주의 때문이라는 채수창 서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서울경찰청은 이 자료에서 "양천서 사건은 인권의식이 결여된 극소수 직원의 잘못된 범죄행위"라며 "성과주의를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라고 보는 시각은 다소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조현오 청장은 성과주의의 폐해를 비판한 채수창 서장의 실적이 '꼴찌'임을 집중 부각시키며 그의 진의를 폄훼하기도 했다. 실제 강북서는 올해 들어 서울시내 31개 경찰서를 대상으로 진행된 두 차례의 성과 평가에서 연거푸 최하위를 기록, 급기야 상급기관인 서울지방청의 집중 감찰을 두 차례나 받았다.

이에 대해 조 청장은 "성과주의 순위에서 꼴찌를 했다고 해서 부담을 갖는다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정성평가에서 점수를 받는다"며 "하지만 채 서장은 문제가 있다. 업무에 신경을 안 쓴다. 감찰을 해도 4개월 연속 꼴찌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 서장은 기자회견에서 "나와 서울청의 조직관리 방식이 맞지 않다 보니 검거 실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꼴찌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꼴찌가 전혀 부끄럽지 않다"며 "꼴찌를 면하기 위해 실적을 내라고 최근 한 달간 직원들에게 강요한 것이 부끄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권 수호도 필요하지만 범인 검거하는 게 우선순위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형사 소송의 대원칙은 10명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억울한 1명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국민의 억울한 소리를 들어서 경찰관이 부당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는 청문감사관이 (실적평가를 하면서) 실적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며 "실적이 안 나오면 감사관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모든 것을 뒤지고 압박했다"고 폭로했다.

조현오 서울청장은 또 "성과주의가 흔들리면 (경찰) 조직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성과주의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지난 21일부터 피의자들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각 경찰서에 설치된 CCTV의 관리 실태를 점검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국가인권위가 양철서 경찰관들의 피의자 고문 의혹 사건을 발표한 지 5일이 지난 뒤였다. 당시 인권위 발표에 따르면, 이번 양천서 고문 의혹 사건을 풀 핵심 열쇠로 지목된 CCTV의 경우 문제의 고문 날짜에서는 녹화가 돼 있지 않거나, CCTV 화면의 절반 정도가 사무실의 벽과 천장을 비추고 있었다. 경찰서에 설치돼 있는 CCTV가 임의로 조작이 가능하고 관리 주체도 제각각이어서 피의자들의 인권 보호라는 설치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은 '양천서 고문' 사건에 대해 "인권의식이 결여된 극소수 직원의 잘못된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채 서장은 이날 회견에서 양천서의 고문의혹 사건이 담당 경찰관의 잘못뿐만 아니라 실적 경쟁에 매달리도록 분위기를 조장한 서울청 지휘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양천서 고문'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일선 경찰에만 책임을 미룬다면 양천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지휘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의 꽃' 경찰서장이 직속상관 퇴진 압박... 향후 파장 확산 될 듯

강희락 경찰청장(자료사진).
 강희락 경찰청장(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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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주장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윤재옥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지난 2월 "경기경찰이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는데 치중한 경향이 있었음을 자성한다"며 조현오 청장의 '성과주의'를 겨냥,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 조현오 서울청장은 경기청장 시절, 전국에서 최초로 성과주의 평가방식을 도입했고, 민생침해사범 검거율을 155%나 높이는 등 실적을 냈다. 그러나 치안 만족도는 소홀하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윤 청장은 성과주의 대신, "국민들의 요구에 경찰이 부응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공감받는 경찰상 정립"을 강조하며, 조 청장의 실적경쟁 방식을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강희락 경찰청 역시 조현오 서울청장을 오히려 옹호하고 나섰다. 경찰청은 조현오 서울청장의 퇴진을 요구한 채수창 서장의 기자회견 직후, 채 서장을 직위해제했다.

경찰청은 "성과평가에 있어 하위평가를 받아온 현직 서장이, 본청 지휘계통 보고 등 정상적인 절차에 의한 개선책을 건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 인터뷰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한 데 대해 조직 내 지휘계통을 위반한 기강문란 행위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5시 긴급하게 개최한 각급 지방청장 긴급 화상회의에서 "일부 성과주의의 부작용 및 평가 시스템의 운영상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스스로 성과주의의 부작용을 인정하는 이중 행보를 보였다.

강희락 경찰청장으로서는 채 서장의 직위해제를 통해 상명하복이 중요한 경찰 내부에서의 유례없는 항명 파동을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일선 경찰서장이 직속상관이 주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조직 시스템을 문제 삼으며 퇴진을 압박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한편 채 서장은 경찰대 법학과를 1기로 졸업한 뒤 경찰청 정보4과장,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장, 전북 김제경찰서장 등을 거쳐 작년 3월부터 강북서장을 맡아왔다. 고문 사건이 발생한 양천서 정은식 서장과는 경찰대 법학과 동기생이다.

[1신 : 28일 오후 4시 10분]

현직 채수창 강북경찰서장 "조현오 서울청장 사퇴해야" 파문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28일 오후 서울 번동 강북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천경찰서 고문수사'와 관련 경찰 지휘부의 실적주의를 비판하며 조현오 경찰청장과 동반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28일 오후 서울 번동 강북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천경찰서 고문수사'와 관련 경찰 지휘부의 실적주의를 비판하며 조현오 경찰청장과 동반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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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대 1기 출신인 채수창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양천서 고문' 사건과 관련해 경찰 지휘부의 실적주의를 비판하면서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동반퇴진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일선 경찰서장이 지방경찰청장의 동반사퇴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수창 "서울청 지휘부의 강요에 휘둘려 직원에게 실적 요구"

채수창 서장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행 실적평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고 그동안 실적을 강요해온 지휘부가 계속 그 자리에 있는 한 양천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이러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낸 데 근원적 책임이 있는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채 서장은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강요에 휘둘리며 강북경찰서 직원들에게 실적을 요구해온 데 책임을 느낀다"며 자신의 사퇴 의사도 밝혔다.

그는 "경찰관이 법을 집행함에 있어 얼마나 절차를 준수하고, 인권을 우선시 했는가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조현오 청장이) 검거 점수 실적으로 보직인사를 하고 승진을 시키겠다고 기준을 제시하며 검거에만 치중하도록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에 대해 심히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최근 강북경찰서의 실적 성과가 낮은 것이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채 서장은 "서울경찰청의 조직관리 방식과 나의 방식이 맞지 않다 보니 검거 실적이 나빠 꼴찌를 하게 되었다"면서도 "꼴찌한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 전문이다.

"실적 꼴찌, 전혀 부끄럽지 않다"

- 기자회견 목적이 무엇이냐.
"저도 책임이 있으니까 사퇴하고 (조현오) 서울청장도 그에 대해 책임 있으니 사퇴하라 요구하는 것이다."

- 경찰조직에서 상명하복이 가장 중요하다. 서울경찰청장 사퇴 요구는 전무한 일인데, 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이 무엇이냐?
"'검사 스폰서'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경찰의 숙원이었던 수사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양천서) 고문 사건이 나고, 성폭행 피해 어린이를 경찰이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범인을 잡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누구도 경찰이 검찰을 대신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것들이 각성을 통해서 변화해야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 검찰이 법 집행 기관이면서 인권 수호기관이듯 경찰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지금처럼 실적에 매몰되어 허덕이는 상황에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요원하다. 그런 생각에서 극약처방을 쓸 수밖에 없었다."

- 강북경찰서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실적 평가에서 꼴찌를 했다. 오늘 사퇴 발표와 연관 있나?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경찰관 생활 25년째다. 평소 주민과 함께 한다는 자세로 일해왔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에)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오면서 그런 것들이 물거품이 되고 실적에만 매달리는 비참한 현실에 처했다. 나와 서울경찰청의 조직관리 방식이 맞지 않다 보니 검거 실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꼴찌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꼴찌가 전혀 부끄럽지 않다. 꼴찌를 면하기 위해 실적을 내라고 최근 한 달간 직원들에게 강요한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그래서 반성하고 같이 사퇴하겠다. 양천서 서장하고 형사과장이 경찰대학 동문이다. 일부 언론을 보면 경찰대학 출신들이 승진에 눈이 멀어 과잉경쟁하다 일이 났다고 하더라. 기사 보고 참담하고 암담하고 부끄러웠다. 경찰대학 출신들이 불쌍한 시민을 데려다 고문하는 비겁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인권 수호도 필요하지만 범인 검거하는 게 우선순위 아닌가? 
"형사 소송의 대원칙은 10명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억울한 1명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 재직하면서 성과주의가 불합리하다고 구체적으로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
"섬기는 경찰관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성과주의 때문에 내가 질책을 받은 다음 돌변해서, 지구대 파출소에 사복 갈아입고 도둑 잡는 데 매진하라고 요구했다. 아침마다 어젯밤에 몇 명 잡았냐고 다그쳤다. 이랬던 지난 한 달 정도의 일이 부끄럽고 일선 현장에서 고생했던 경찰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 질책은 어떻게 받았나?
"성과 점수로 혼나고, 혹시라도 업무를 덜 챙겨서 그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사생활 조사하고 뒷조사하고, 이런 게 다 질책이다.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

- 뒷조사나 사생활 조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어디서 뭘 했냐? 누구하고 밥 먹었냐? 대화했냐? 등을 따라다니면서 조사한다."

- 실제로 당했나?
"따라오는 걸 보진 못했다."

- 다른 경찰서장 중에서도 질책을 받은 사람이 있나?
"다른 경찰서도 있다."

- 뜻을 같이 하는 동료 경찰관들이 있나?
"경찰관 중 누구하고도 상의하지 않았다. 앞으로 동의하는 사람,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기자회견하고 사퇴하고 이런 건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지휘부가 바뀌어서 밑에서부터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헌신해서 국민에게 인정 받는 경찰이 되었으면 한다."

-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오늘 오전) 자기는 실적주의에 책임이 없다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를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실적주의 폐단을 인식하고 고치려고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땜방, 땜질이다.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 사람이 50여 년 살면서 조직관리의 방식과 철학이 있는 건데, 누구 한 사람이 이야기한다고 고쳐지지 않는다. 땜질 처방으로 점수 관리 방식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지휘부가 들어서서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

- 불심검문의 건수가 늘어났는데, 서울경찰청장이 직간접적으로 지시한 것인가?
"일제 검문검색을 하는데, 정말 일제히 하라는 말이다. 시내 나가서 피씨방, 지나가는 사람을 글자 그대로 검문검색하는 것이다. 부작용이 나타난다. 시민들이 왜 하냐고 항의한다. 위에서 검문검색하라고 해놓고 그런 말을 하면 했다고 뭐라 하고. 직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이게 바로 조직 문화다. 때가 어느 때인데, 일제 검문검색이냐. 경찰 생활을 오래 하면서 타성에 젖어서, '일제 검문검색' 용어에 대한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습관적으로 쓰고, 습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랬다가 양천서 (고문) 사건이 난 것이다. 이참에 일대 혁신을 꾀해야 한다. 이대로 두면 제2의 (양천서 고문) 사건이 나지 않을까 싶다."

- 서울경찰청 감찰반의 조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경찰 조직 내에 청문 감사관 조직이 있다. 국민들의 억울한 소리를 잘 들어서 경찰관들이 부당한 행위를 안하도록 감시 하는 곳이 청문 감사관이다. 그런데 실적주의를 청문 감사관 이 조장하고 있다. 실적 안 나오면 감사관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모든 것을 뒤지고 압박하고 있다. 우리 직원들이 옥죄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적을 내기 위해 어려움에 빠져 있다."

"지휘부의 무책임·얼굴 두꺼운 행태에 분개"
[기자회견 전문]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먼저 서울시내 경찰서장의 한사람으로서 서울경찰의 가혹행위에 대해 사죄를 드립니다. 이번 양천서 사건은 우선 가혹행위를 한 담당 경찰관의 잘못이 크겠지만, 이것 못지 않게 가혹행위까지 하면서까지 실적경쟁에 매달리도록 분위기를 조장한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책임 또한 크다고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일선 현장 경찰관에게 미루면서, 조직원 잘못에 절대 관대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지휘부의 무책임하고 얼굴 두꺼운 행태에 분개합니다.

저도 실적 평가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이 경찰에 대해 법 절차를 준수하고 국민의 인권을 우선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경찰관이 법을 집행함에 있어 얼마나 절차를 잘 준수하고, 얼마나 인권을 우선시했는가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하는데도, 검거 점수 실적으로 보직인사를 하고, 승진을 시키겠다고 기준을 제시하며, 오로지 검거에만 치중하도록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에 대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정성평가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등수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정성평가보다는 등수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검거에 매달리는 것은 일선 현장 경찰관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이번에 양천 경찰서 사건이 생겨 온 국민이 경악하고 있는데도 아직도 그 근원적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일선 경찰관에게만 책임을 미루면서, 여전히 검거 실적 평가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 있는 지휘부의 태도에 경종을 울리며, 현행 실적 평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고, 그동안 실적을 강조해온 지휘부가 계속 그 자리에 있는 한 양천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이러한 조직문화를 만들어낸데 근원적 책임이 있는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저 역시 경찰서장으로서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검거실적 강요에 휘둘리며 강북경찰서 직원들에게 무조건 실적을 요구해온데 책임을 느낍니다. 앞으로 경찰관이라는 직업이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법집행관이 아니라, 주민속에서 주민의 어려운 입장을 헤아리며 주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 나고, 일선 현장 경찰관들도 실적이라는 굴레엇 벗어나 당당하고 자존심있는 직업인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2010.6.28. 강북경찰서장 채수창.


태그:#양천경찰서 고문, #경찰 고문, #서울경찰청장, #강북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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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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