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선거 이후 민주당의 앞길에 대해 국민의 관심은 더 커졌고 그만큼 중요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현재 당내에서 당의 진로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뒤로 처져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 유창선 시사평론가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절대적 강자가 아닌 상대적 강자에 불과했다. 새로운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면 그 지위마저 하락할 것이다." - 고원 상지대 교수

 

23일 오후 여의도 사학연금회관 2층 회의실. '6·2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의 도전과 과제' 토론회 참석자들은 민주당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민주당의 다섯 의원(강기정, 김진애, 박선숙, 백원우, 최문순)은 토론자들의 잇따른 '경고'에 무거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변화의 불길이 민주당을 덮치고 있다"

 

민주당은 왜 오래전부터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혁신되지 못하고 있는가? 민주당 내에 혁신 주체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가? 민주당의 혁신은 민주당만으로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 밖 세력과 어떻게 연대하여 혁신할 수 있을까?

 

크게 이 3가지 질문을 가지고 2시간 30분간 계속된 이날 토론회에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사회로 고원 상지대 교수와 유창선 시사평론가가 주제발표를 했고,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김종배 시사평론가, 고재열 <시사인> 기자가 패널로 참여했다.

 

고원 상지대 교수(정치학)는 주제발표에서 "민주당이 6·2지방선거에서 잘한 것은 연합정치 하나 밖에 없다"면서 "사실 그다지 잘한 것도 아닌데 결과가 좋게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무상급식·4대강 사업 등 (선거기간 중) 의제가 부각되긴 했지만 위력적이지 않았다"며 "정치적 개방을 선언한 지 2년이 넘었는데도 혁신을 미루고 있는 민주당이 2012년 혁신과 대안의 동력을 어디에 어떻게 만들지 근본적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는 촛불세대라 불릴 수 있는 20, 30대가 정치적으로 재발견되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렇게 변화의 불길은 일고 있는데 민주당이 자기혁신을 게을리하여 이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불길은 민주당 밖에서 타오르고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향한 야권연대의 과정에서 민주당의 지위도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주제발표를 한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국민은 준비돼 있는데 민주당은 준비돼 있지 않음을 지적했다. 유창선씨는 "이번 선거에서 민심은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려는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고 그래서 완전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는데,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그릇이 작아서, 준비가 안 돼 있어서 절반의 승리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유창선씨는 "현재의 민주당은 역대 야당사상 존재감이 가장 취약하다"면서 "민주당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일부러 신경 써서 몰입하지 않으면 잘 모를 정도다, 예를 들어 당면 현안인 청와대 인적쇄신 문제에 대해서도 왜 대상자를 지목하여 이들의 퇴진을 관철하려는 투쟁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유씨는 "민주당에서는 주류·비주류 싸움은 있지만 국민들에게는 당의 얼굴이 안 보인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MB심판 민심을 2012년까지 효과적으로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감동의 정치를 펴나갈 민주당 내 주체형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혁신 시늉만 낼 것인가"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에 나선 토론자들은 민주당에 '전과는 다른, 치열한 실천'을 주문했다. 민주당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매우 오래된 일인데, 이번에도 말만 무성하고 구체적 결실이 나오지 않으면 '최후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들이었다.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민주당이 6개월여 전부터 트위터를 통한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금 평가해보면 트위터 세상에서 (민주당은) 거의 사회당 수준"이라면서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한 20, 30대의 마음을 잡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무엇보다 "30대는 산업화의 과실과 민주화의 과실을 실컷 맛보고 자라나 오렌지세대, X세대로도 불렸는데 이들에게 MB정부의 실용주의는 이미 박정희 시대에서 종료된 '촌스러운 리더십'으로 여겨져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다"면서 "그렇다면 민주당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민주당 내 개혁세력들이 눈치 보지 말고 제대로 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씨는 "민주당의 주류·비주류 싸움을 보고 있으면 그들을 가르는 색깔 차이가 무엇인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 오직 눈에 띄는 것은 밥그릇 싸움"이라면서 "당의 문호를 개방,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인사가 다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지도부의 자연스런 세대교체가 이뤄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씨는 "민주당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개혁을 할 수 있는가를 판가름하는 1차 관문은 7·28 재보선에서 누구를 공천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개혁을 하려면 우선 민주당내 개혁 성향의 의원들만이라도 눈치를 보지 말고 과감히 개혁을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한다, 8월 전당대회에서 노선싸움을 치열하게 해보라"고 권유했다.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민주당의 혁신이 민주당 안에서만 이뤄져서는 한계가 있으며 민주당 밖과 새로운 차원의 연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빅텐트론'으로 불리는 연합정당추진론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호남세력·노무현세력·진보정당세력을 상수로 인정하고 모두를 하나의 연합정당 속에 통합하여 그 내부에서 경쟁하게 하는" 빅텐트론을 제안했었다.

 

김 위원장은 "선거 때마다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선거연대는 민주당의 혁신을 가로막고 오히려 민주당의 기득권세력을 강화시켜줄 수 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국민이 동의하는 새로운 가치를 중심에 두고 민주당부터 진보신당까지 하나의 텐트에 포함되는 연합정당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뉴타운 개발·4대강 추진 같은 개발주의, 성장주의 공약이 국민의 외면을 받고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복지공약이 국민의 공감을 샀다"면서 "이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민주주의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복지동맹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이것이 연합정당의 이념적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여름에 민주당 미래를 위한 끝장토론회 열자"

 

자유토론 시간에는 이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진애 의원은 "민주당에는 3가지가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첫째 여의도와 주류언론 프레임에 갇혀 있어 국민의 변화 흐름을 읽는 상상력이 없다, 둘째 MB비판을 넘어선 대안적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헌신과 열정과 소신이 없다, 셋째 활력이 없어서 '체'와 '척'은 있는데 끝까지 가지 않는다"면서 체질변화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 대안으로 "20대에서 40대까지의 젊은 유권자와 함께 호흡하기 위해 시민사회와의 수평 네트워크 활동을 강화하고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의 바다에 민주당 전 간부와 당원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여름에 "민주당 미래에 대한 끝장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최문순 의원은 "민주당이 아직도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책과 사람을 내세우는 데 자신감이 없고, 아직도 여당체질을 벗어나지 못해 싸움을 하는데도 자신감이 없다"면서 "민주당 안의 힘만으로는 이미 짜여진 틀을 크게 바꿀 순 없다, 밖의 촛불세대와 연대해 2~3년 뒤를 잘 준비해야 하는데 핵심은 세대교체"라고 말했다.

 

강기정 의원은 "이번 선거는 나름대로 민주당 지도부가 야권연대에 적극적이었고, 당선될 수 있는 젊은 후보들을 공천하는 등 상당히 준비를 해서 이긴 선거"라면서 "민주당의 변화는 패배주의적인 사고보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주최자는 아니지만 자리를 지킨 정범구 의원과 조배숙 의원도 토론에 참여했다. 정 의원은 "2008년 촛불 때 민주당은 촛불시민들에게 '무시의 대상'이었고,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들에게 (MB심판을 위한) '도구의 대상'이었다"면서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서울, 경기의 선거결과는 우리가 더 노력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승리에 취하기 보다는 겸허하게 반성하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의 사회를 맡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민주당이 여러 가지 한계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토론회를 주류·비주류·중립 성향 의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해 민주당 혁신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면서 "민주당 혁신을 위한 토론이 민주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참석자들이 토론이 끝난 후 커피를 마시는 자리에서 민주당 혁신은 민주당 내부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데 상당 부분 공감했다"면서 "이번 지방선거도 국민들이 나서서 판을 바꾸었듯이 민주당 혁신도 제대로 하려면 '민주당 혁신을 위한 국민위원회'같은 것을 구성해 견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까지 제시되었다"고 말했다.


태그:#민주당, #혁신, #6.2 지방선거, #전당대회, #당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