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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와 원수진 일도 없는데, 내가 무슨 '전교조 저격수'인가. 내 활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봐라. 수능성적 등 정보 공개를 했을 뿐인데...."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전교조 저격수'라는 별명을 억울해 했다. 그는 "전교조가 내 활동에 반발을 크게 해서 전교조 이슈가 제기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전교조'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은 유감스럽게도 조전혁 의원이다.

 

6.2 지방선거가 끝난 지도 벌써 약 3주가 흘렀다. '정권'이 바뀐 공간에서는 크든 작든 인수위원회가 꾸려져 인수인계 작업이 한창이다. 패한 쪽은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와신상담하는 시간이 바로 이 시기다.

 

이미 많은 평가가 나왔듯, 교육감 선거는 진보 진영이 승리했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진보 진영은 서울·경기 포함 6곳에서 이겼을 뿐이지만, 보수가 승리했다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

 

진보 진영은 여러 인터뷰에서 스스로 말했다. 보수의 분열, 무상급식·혁신학교 등 긍정적 이슈 선점, 진보의 단결로 승리했다고.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창의적 교육을 바라는 시민들의 욕구가 있었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는다.

 

"'반전교조 구도'? 절대 사전에 기획하지 않았다"

 

반면 보수 진영은 '반전교조' 외에 이렇다 할 의제를 제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후보까지 난립했다. 보수는 지난 교육감 선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진보 진영이 분석한 승리의 원인에 동의할까?

 

조전혁 의원을 만난 건 이 모든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지방선거 평가는 물론이고, '반전교조의 미래'를 직접 그의 육성을 통해 듣고 싶었다. 그는 인정하지 않지만, 조 의원은 '반전교조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보수 교육감 후보들은 지방선거 내내 '반전교조'를 적극 내세웠다.

 

조 의원은 예정된 교육과학상임위원회에 불참하면서까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했다. 그리고 인터뷰가 진행된 약 1시간 20분 동안 강조했다.

 

"반전교조 구도는 사전에 기획된 게 아닙니다."

 

조 의원은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 공개와 지방선거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며 "교육계의 부정부패를 청산하지 못한 게 교육감 선거에서 우파가 패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은 "좌파의 승리를 인정한다, 우파가 지는 게 당연했다"며 "우파도 이제는 교육복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4년이 지나면 보수·우파는 빼앗긴 '교육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아래는 지난 18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501호에서 조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명단 공개에 대한 벌금은 납부했나?

"아직 안 냈다. 전교조가 빨리 집행해 갔으면 좋겠다. 내 월급을 압류하든, 전세금을 차압해 가든 빨리 갖고 가라."

 

- 언론이 붙여준 별명은 '전교조 저격수'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그에 맞는 활약을 했다고 보나.

"국회의원 한 명은 그 자체로 헌법기관인데, 내가 전교조 하나 괴롭히겠다고 국회의원 했겠나. 나는 미움, 분노의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전교조와 원수 관계 아니다. (반전교조 활동에) 내가 큰 작용을 한 게 아니라, 전교조가 (내 활동에) 반발을 크게 했고 그 때문에 전교조 이슈가 제기됐을 뿐이다.

 

내가 학교별 수능성적,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 등 정보 공개를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강제적 규제가 아닌, 어느 한 곳을 건드려 전체를 부드럽게 변화시키는 이른바 '넛지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많은 평가 데이터를 공개하고 전문가들이 이를 갖고 연구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내가 학교 줄 세우기 한다는데, 수월성이든 인성교육이든 학교간 경쟁을 좀 하라는 것이다.

 

교육문제에 관해서 우리 사회 좌파와 우파는 객관적 데이터가 아닌 자기 믿음에 기초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도 많은 정보를 계속 공개할 것이다. 전교조가 미워서? 아니다. 정보 공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명단 공개 문제로 전교조와 그 외곽세력들이 내게 집중 포화를 퍼붓고, 판사도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했다.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도 황당하게 선거 직전에 전교조 교사 134명을 파면, 해임하라는 결정을 했는데, 이 모든 것은 사전에 기획된 게 아니다."

 

"공정택은 최악에 가까운 차악...2008년에 낙선했어야"

 

- 그럼 조전혁 의원의 명단공개, 교과부의 전교조 교사 파면·해임 등 '반전교조 구도'가 모두 우연의 일치라는 말인가.

"절대 기획된 건 아니다. (우연의 일치 때문에) 내 순수성이 훼손됐다. 사람들은 일련의 과정을 보고 '반전교조 구도 수순이 이렇구나'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전교조 구도'에 관한 이야기는 검증되지 않은 소설이다."

 

- 하지만,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 전략기획위원장은 공공연하게 '반전교조 기치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정두언 의원이야 정치공학적으로 구도를 그렇게 짰는지 모르겠다. 정 의원이 그런 말 하는 걸 말릴 수도 없고... 그런데,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 공개와 '반전교조 구도'가 무슨 상관인가. 그리고 명단 공개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도 의문이다."

 

- 많은 보수우파 교육감 후보들 역시 '반전교조'를 정면에 내걸었다. 하지만 선거 이전에 이미 여러 여론조사 전문가들과 교육계 인사들은 '이제 반전교조는 안 먹힌다'고 지적했다. 보수가 선거 기획을 잘 못한 거 아닌가.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전교조 vs. 반전교조'의 문제가 아니었다. 부패와 반부패의 싸움이었다. 2008년 공정택씨가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왔을 때, 정말 문제였다. 내가 봤을 때, 주경복 후보는 최악이었다. 하지만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공정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얼마나 서러운지 아나. 아, 정말 미치겠더라.

 

차악도 그냥 차악이 아닌, 최악에 가까운 차악이었다. 부패 소문 등 보통 추악한 냄새가 난 게 아니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다른 대안이 없으니 (보수가) 그쪽으로 밀었다. 좌파와 우파, 즉 진영 대 진영의 싸움으로 보면 (서울의 경우) 지지율이 35% 대 65%로 나왔다. 사실 2008년에 공정택 후보가 떨어지는 게 오히려 나았다. 우리 국민들은 이제 부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 부정부패 말고, 보수가 전체적인 교육감 선거 기획을 잘못한 것 아닌가.

"이번 교육감 선거는 완전히 정치선거였다. 한나라당 대 야당연합이, 그리고 반전교조 대 친전교조가 붙었다. 교육감 선거가 정치 선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묻지마 투표도 많았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후보 러닝메이트 체제로 선거를 치르는 게 낫다. 사실 교육은 정치를 떠날 수 없다. 교육계 기득권 세력들이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며, 교육감은 자기들이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일종의 진입장벽을 높인 것에 불과하다."

 

- 그럼 이렇게 물어보자.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조 의원이 지칭하는 좌파세력이 승리했다고 보나.

"그렇다. 그들이 승리했다."

 

"좌파 승리 인정...차라리 잘 됐다, 그들도 이제 평가 받아야 한다"

 

- 그럼 보수 우파는 왜 졌나.

"부정부패의 잔재를 청산 못했다. 그리고 고리타분한 관료주의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 '고리타분한 분위기'에 반전교조 구도도 포함되는 것 아닌가. 

"그건 잘 모르겠다. 반전교조를 외쳐도 사람들은 왜 반전교조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반전교조에 대한 홍보가 덜 됐다. 우리가 봐도 무슨 말만 하면 이유 없이 '빨갱이' 거론하는 극우파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홍보부족, 소통부족에 원인이 있다."

 

- 어쨌든 보수우파는 반전교조 기치를 내걸었다. 하지만 강원·광주 등에서는 전교조 지역위원장 출신이 교육감에 당선되기도 했다. 전교조보다 반전교조가 심판 받은 것 같다.

"사실 안타깝게도, 학부모들은 전교조 실체를 떠나서 교육감 선거 중요성을 잘 몰랐다. 학부모 아닌 일반인들은 더욱 심했다. 게다가 정부는 천안함 하나로 다 (선거 의제를) 덮으려 했고, 작은 감동 하나 주지 못했다. 그러니까 국민들은 '이거 아니다, 싫다' 해버렸다.

 

총체적으로 소통의 실패다. (교육감 선거 패배는) 거기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전교조도 이번에 잘 됐다. 그들도 정책을 맡겨도 될 집단인지 검증받아야 한다. 책임 있는 자리에 가서 그동안 자신들이 주장했던 정책들이 실현가능한가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한다."

 

- 공정택 전 교육감을 '차악'이라 평가했는데, 진보 쪽에서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좋은 역할을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평가하나.

"잘은 몰라도 깨끗하고, 던지는 메시지 또한 깔끔했다. 하지만 그가 한 게 뭐 있나. 평가 할만한 실적은 없다." 

 

"교육감 선거 '세팅' 시도했지만 실패... 이미 그 때 졌다"

 

- 그럼 진보 교육감들이 내건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공약은 어떻게 평가하나.

"애들 밥 먹이는 교육보다, 밥 벌어 먹는 교육을 해야 한다. 아무리 선거지만 너무 정치적인 수사들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아이들 눈칫밥 먹이면 안 된다'고? 그동안 별 생각 없이 밥 먹던 아이들이 '어? 그동안 내가 눈칫밥 먹은 건가?'하고 더 상처받지 않겠나.

 

나는 기본적으로 혁신학교 모델은 괜찮다고 본다. 학교 단위에서, 교실 단위에서 과감한 실험들이 일어나고 그것이 평가되고, 또 성공한 사례는 확산되는 게 좋다. 하지만 혁신학교가 그동안 제대로 성과를 냈는지는 평가해봐야 한다. 어쨌든 시도를 해보는 건 좋다."

 

- 진보는 이 두 가지를 적극 내세웠지만, 보수 쪽은 눈에 띄는 공약이 없었다.

"그렇다. 교육감 선거와 지자체가 구분이 안 됐지만, 어쨌든 총체적으로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없었다. 지는 게 당연했다. 20~30대는 감성적인 세대다. 그들은 '나한테 무슨 감동을 줄래?'하고 있는데, (보수우파는) 아무런 재미와 감동을 못 줬다. 이들을 공략 못하면 한나라당(보수)은 앞으로도 희망 없다."

 

- 정부쪽에서 보면, 서울·경기교육감을 다 놓치는 건 치명적이다. 여러 정책에서 제동이 걸릴 것이다. 보수후보가 난립했을 때, 정부와 여당에서 누군가 나서 '교통정리' 시도를 했었나.

"제동 걸릴 필요가 있으면 걸려야 한다. (정부와 여당에서 교육감 선거) '세팅' 하려고 했는데, 어긋난 것으로 알고 있다. 보수우파 후보들이 난립하는 순간, 이건 안 되겠구나 싶었다. 나 나름대로 신호를 보냈는데, 초선이고 서울 지역구가 아니라서 한계가 있었다. 몇몇 의원들에게도 경고를 보냈는데, 안 먹히더라. 개인적으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솔직히 없었다. 교육에 관한 한 모든 권력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있다. 하지만 그들을 만족시키는 공약을 내건 후보는 없었다."

 

- 어쨌든 보수우파가 패했는데, 반전교조 구호는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나. 

"동의한다. 하지만 내 활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봐라. 내가 전교조에 대해서 '딴지'를 걸었던 적은 두 세 번 밖에 없다. 나는 지속적으로 학생, 학부모를 위한 교육하라고 했다. 수능성적 공개 역시 전교조와 상관없다."

 

- 보수우파는 '교육 정권'을 되찾기 위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우파 쪽에서도 교육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좌파처럼 헬리콥터로 물건 투하하듯이 하지 말고, 선별적으로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계층과 사람들을 상대로 정확한 교육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우파도 교육복지 강화해야...한나라당 가입 교사도 파면·해임 하라"

 

- 이번 선거에서 보수우파 교육감 후보들이 교육복지를 많이 놓친 것 같다.

"그들은 아무 생각이 없다. 그들이 무슨 우파인가. 우파는 공부가 돼 있어야 한다. 좌파는 진짜 하기 쉽다. 나보고 좌파 하라고 하면 잘 할 것 같다.(웃음) 좌파는 사람들 마음 살짝 살짝 움직여 주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우파는 공부를 좀 해야 한다."

 

- 선거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도 교육감 권한 축소를 시사한 바 있는데, 교육감 선거 제도 개선을 시도할 생각인가.

"나는 계속 제도 개선을 이야기했다. 지방자치는 더욱 강화해야 하는데, 지방자치의 핵심은 바로 교육·치안 자치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모두 중앙정부가 갖고 있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되려면 광역단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는 게 맞다."

 

- 민주노동당 가입 교사 파면·해임은 너무 과하다고 보나?

"파면·해임은 정당하다고 본다. 한나라당에 가입하거나 당비를 낸 교사들에게도 역시 같은 조치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선거 직전에 그렇게 사람을 자르면 안 된다. 반면, 난 시국선언 교사 파면·해임은 부당하다고 본다. 학부모 갈취하고, 학생 성추행한 자들도 기껏해야 정직 3개월인데, 시국선언문에 사인했다고 파면·해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 일명, '조전혁 콘서트'가 연예인 불참으로 무산됐는데, 당시 기분은 어땠나?

"기분이 좋을 수가 있나. 김제동씨가 진짜 억울하겠다는 느낌이 들더라. 난 내가 당한 것도 싫지만, 똑같은 방법으로 남이 당하는 것도 싫다. 실제로 '조전혁 콘서트'는 정치 멘트 하나도 없는 행사로 기획했다. 주변 분들이 콘서트로 모금도 좀 하고 신나게 놀자고 했는데... 출연이 예정됐던 연예인들은 (악플 때문에) 겁나 죽겠다고 했다. 내 홈페이지에도 비난이 융단 폭격처럼 쏟아졌는데, 자유민주주의에서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태그:#조전혁,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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