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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팀]
취재 : 선대식 이주연(서울광장), 박상규 홍현진(강남 영동대로) 기자
총괄 : 최경준 기자
사진 : 권우성 기자

[6신-최종 : 17일 오후 11시 55분]

[서울광장] "경기는 졌지만 응원은 지지 말자"... 붉은악마들, 댄스파티로 마무리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한국팀이 1대 4로 패한 가운데 17일 밤 서울광장, 세종로네거리 등에서 거리응원전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차량 통제된 세종로 거리에서 귀가하고 있다.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한국팀이 1대 4로 패한 가운데 17일 밤 서울광장, 세종로네거리 등에서 거리응원전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차량 통제된 세종로 거리에서 귀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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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귀가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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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 거리응원에서 한국팀이 1대 4로 뒤진 가운데 경기가 끝나자 응원을 마친 시민들이 쓰레기를 한곳에 모으며 귀가 준비를 하고 있다.
 17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 거리응원에서 한국팀이 1대 4로 뒤진 가운데 경기가 끝나자 응원을 마친 시민들이 쓰레기를 한곳에 모으며 귀가 준비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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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졌다. 하지만 붉은 악마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경기 후반 막바지 아르헨티나의 4번째 쐐기골이 들어가자 서울광장의 일부 시민들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음악과 춤이 매웠다.

경기가 끝난 후 서울광장 한 편에서는 흥겨운 타악기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공은 15인조 브라질 타악기 밴드 '라퍼커션'. 이들이 작은 드럼과 흡사하게 생긴 바투카다 등의 브라질 타악기를 두드리자 흥겨운 리듬이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

밴드 주변으로 모여든 시민 500여 명은 타악기 소리에 맞춰 방방 뛰며 춤을 추었다. 서울광장 한복판에서 흥겨운 '댄스파티'가 열린 것이다. 시민들은 <오 필승 코리아> 등 응원가를 부르며 30분 가량 리듬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라퍼커션의 멤버 산(27)은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서울광장 한편에서는 "경기는 졌지만, 응원은 지지 말자"는 메가폰 소리가 울렸고, 주변의 시민들은 일제히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유행했던 꼭짓점 댄스를 추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광장의 흥겨운 음악과 시민들의 구호는 1시간 이상 지속됐다.

홍경순(30)씨는 "경기는 졌지만, 수많은 사람들과 응원하는 모습이 좋았다"며 "축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고, 김대봉(40)씨는 "경기는 대패했지만 젊은 사람들의 흥겨운 모습이 맘에 든다"며 "이 열정으로 나이지리아 전을 이기고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실망한 표정으로 경기 도중 서울광장을 나와 일찍 귀가한 붉은 악마들도 기자에게 "16강에는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후반 35분께 자리에서 일어선 대학생 정병정(21)씨는 "경기가 답답해 술을 좀 마셨고 아르헨티나에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고 일찍 일어섰다"면서도 "우리나라가 못했다기보다 아르헨티니가 잘했다, 23일 새벽 나이지리아전에도 거리 응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인 구본아(25)씨는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때 강팀에 잘 싸웠는데, 오늘 아르헨티나에 대패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며 "하지만 우리 실력이 나빴다기보다는 오늘 박주영 선수의 자책골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자신감만 재충전하면 나이지리아를 쉽게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대패에도 실망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쓰레기 치우기에 나섰다. 경기 직후 주최측 관계자들이 '내가 만드는 깨끗한 대한민국' 등의 피켓을 들자, 시민들은 주변의 쓰레기를 모아 봉투에 담았다.

얼굴에 태극무늬와 치우천왕을 그려넣은 응원단이 한국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응원구호를 외치고 있다.
 얼굴에 태극무늬와 치우천왕을 그려넣은 응원단이 한국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응원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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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서 열린 거리응원에서 태극기를 든 한 시민이 응원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거리응원에서 태극기를 든 한 시민이 응원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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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영동대로] "나이지리아 이기면 되잖아요!"

강남 영동대로에서도 경기시작 전 밀물처럼 밀려온 시민들은 아르헨티나의 네번째 골이 터지자 썰물처럼 빠지기 시작했다.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물론 그렇다고 침울해진 건 아니었다. 자리를 뜨는 이들은 웃으며 한 마디씩 했다.

"나이지리아 경기 이기면 되잖아요!"

그래도 아쉬움은 커보였다. 이경훈(25)씨는 "메시가 버티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분명 세계 최강팀이었다"며 "우리도 북한, 스위스처럼 수비 중심으로 경기를 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웃었다.

이씨처럼 많은 이들은 아르헨티나의 실력을 인정했다. 한국 국가대표팀에 대한 원망이나 비난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시민도 눈에 띄지 않았다. 4대1로 크게 졌지만 모두들 '쿨'하게 웃었다.

전반 초반 자책골을 넣은 박주영 선수를 걱정하는 시민도 많았다. 양수연(30)씨는 "박주영 선수가 죄책감을 갖지 않고 다음 경기에 나와 다시 힘차게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는 끝났어도 붉은 악마 수백 명은 거리에 남아 "대~한민국!"을 외쳤다. 부부젤라를 불어대며 박자를 맞춰주는 시민들도 많았다. 붉은 인파가 파도처럼 빠져 나갈 때 20대 붉은악마들은 "나이지리아 경기 때 다시 만나요!"라고 외쳤다.

황정진(25)씨는 집으로 돌아가며 "나이지리아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무조건 파이팅이다"고 말했다. 영동대로가 다시 붉은인파로 물드는 장관을 보기 위해서는 황씨의 말대로 돼야 한다.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는 23일 새벽 3시 30분에 열린다. 그날의 거리 응원을 위해 붉은악마 수백명은 오늘도 늦게까지 남아 영동대로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5신 : 오후 10시 20분]

"아!" 탄식 가득한 거리 응원전... 그래도 "대~한민국"

서울광장에서 거리응원전을 펼치던 시민들이 이청용 선수가 만회골을 성공시키자 환호하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거리응원전을 펼치던 시민들이 이청용 선수가 만회골을 성공시키자 환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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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 거리응원에서 붉은 응원복을 입은 시민들이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 거리응원에서 붉은 응원복을 입은 시민들이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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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전 거리응원에서 아르헨티나가 첫골을 성공시키자 시민들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전 거리응원에서 아르헨티나가 첫골을 성공시키자 시민들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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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서 열린 거리응원에서 한국팀이 연이어 실점을 하자 시민들이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거리응원에서 한국팀이 연이어 실점을 하자 시민들이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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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넣을 수 있습니다."

전반전이 마무리될 즈음, 서울광장 사회자는 "대한민국" 구호를 유도했다. 하지만 붉은 악마들의 구호에는 힘이 없었다. "대한민국"의 구호는 세 번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전반 초반 박주영의 자책골로 우리의 골문이 뚫렸을 때 서울광장에는 "아!" 하는 탄식으로 가득찼다. 시민들은 이내 "괜찮아"를 연호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2번째 골이 들어가자 서울광장에는 침묵이 흘렀다. 차범근 해설위원의 목소리만 침묵에 쌓인 서울광장에 울려퍼졌다.

전반 종료 직전 이청용의 만회골이 들어가자, 서울광장 하늘에 폭죽과 붉은 악마들의 뜨거운 함성이 뒤덮었다. 시민들은 전반 종료 이후 후반전이 시작할 때까지 일어서서 막대풍선을 흔들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시민들은 후반 초반 아르헨티나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대표팀에 큰 환호를 보냈다. 후반 중반 이후 한국의 공격 찬스에서 시민들이 모두 일어나 "골" "골" "골"을 외쳤다. 전반전에 사라졌던 <아리랑> 등의 응원가가 터져나오고 있다.

식당, 호프집 등 TV 있는 곳이면 어디든 붉은 물결

서울광장에서 거리응원전을 펼치던 시민들이 한국팀에 좋은 기회가 찾아오자 환호하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거리응원전을 펼치던 시민들이 한국팀에 좋은 기회가 찾아오자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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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대 0으로 질 때, 강남 영동대로 거리응원단의 분위기도 침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형 화면과 멀리 있어 자리를 못 잡고 있던 시민들은 밀물처럼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쪽으로 빠지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이청용 선수의 만회골이 터지자 순식간에 영동대로는 축제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일어나 서로를 끌어안으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어떤 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강강우월래를 추기도 했다.

김연식(28)씨는 골이 터지자 함께 온 여자 친구를 번쩍 들어 올리며 펄쩍펄쩍 뛰었다. 김씨는 "초반에 우리나라가 너무 못해서 집에 가려다가 참았다"며 "만회골이 터져 너무 좋다"고 연방 웃었다.

김씨는 "2대 2 동점으로 끌날 것 같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곧바로 여자친구는 "3대 2로 우리가 이긴다"고 외쳤다.

미국에서 온 재클린(영어학원 강사. 25)씨는 "이렇게 거리 응원을 하는 건 처음이다, 미국에서도 이렇게 응원을 해본 적이 없다"며 "마치 한국인이 된 것처럼 매우 행복하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골은 정말 놀랍지만 아르헨티나가 강팀이라 그들이 승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맥주와 음료수를 파는 김영훈(42)도 골이 터지나 장사를 제쳐두고 휴대전화 DMB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김씨는 손님들이 다가와 "맥주 두 캔만 달라"고 주문을 해도 "잠깐만요"를 반복하며 "됐어! 됐어!"를 외쳤다.

삼성역 일대 식당과 호프집도 손님들로 만원이다. TV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붉은색 옷을 입은 손님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TV가 없는 식당 등은 그야말로 파리만 날리고 있다.

[4신 : 오후 9시 22분]

[서울광장] 정몽준 '무임승차' 응원 눈총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17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이 거리응원에서 한국팀이 뒤지고 있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17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이 거리응원에서 한국팀이 뒤지고 있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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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응원나온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응원나온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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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과 아르헨티나전 거리 응원에 참석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려야 앉을 수 있는 무대 앞 자리를 새치기하고 앉아 눈총을 샀다.

붉은색 티를 입은 정몽준 전 대표는 경기 시작 직전인 오후 8시 25분경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정 전 대표는 아무런 제지없이 유유히 무대 가장 앞 자리로 들어가 앉았다.

그가 앉은 무대 앞 자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최대 10시간 이상 기다렸던 시민들만 들어갈 수 있는 장소다. 서울시는 무대 앞 자리에 바리게이트를 쳐서 뒷 자리와 구분을 지어놓은 뒤, 일찍 온 시민들에게만 파란색 팔띠를 지급했고, 팔띠가 없는 사람들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팔띠는 안전상의 이유로 무대 앞 자리로 들어가는 인원 수를 통제하기 위해 서울시가 고안한 방책이었다.

이 때문에 팔띠가 없는 이들은 무대 앞 자리로 들어가지 못했고, 지난 12일 그리스전 거리 응원 때에는 무대 앞 자리로 들어가려는 시민들과 이를 막는 경호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 전 대표는 서울시가 나눠준 파란색 팔띠도 없이 10시간 동안 기다려서 팔찌를 받은 시민들 옆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차지하고 앉았다. 사실상 '무임승차'를 한 것이다.

한편 정 전 대표는 FIFA 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자책골, 추가골, 다시 만회골... 지옥과 천당 오가는 붉은악마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17일 저녁 서울광장에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붉은 응원복을 입고 나와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17일 저녁 서울광장에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붉은 응원복을 입고 나와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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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서울광장 붉은악마 응원단에서 대형태극기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과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서울광장 붉은악마 응원단에서 대형태극기가 펼쳐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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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 2골 차이로 뒤지던 한국팀이 만회골을 넣고 전반전을 마치자 응원단이 목소리 높여 응원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 2골 차이로 뒤지던 한국팀이 만회골을 넣고 전반전을 마치자 응원단이 목소리 높여 응원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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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오후 8시 30분, '한국-아르헨티나'전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서울광장에 모여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9만여 명(서울시 추산)의 '붉은 악마'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어 붉은 악마들은 <아리랑>, <오 필승 코리아> 등의 응원가를 힘껏 부르며 분위기를 북돋웠다.

앞서 경기장에서 애국가가 연주되고 현지 응원단이 대형 태극기를 펼쳐들자, 서울광장도 대형 태극기로 뒤덮였다. 경기는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야 도착할 수 있는 먼 거리에서 열리지만, 응원단 만큼은 한 마음인 셈이다. 중앙무대에 있던 사회자가 "우리의 마음이 남아공까지 전해질 수 있도록 힘껏 소리쳐 달라"고 하자, 시민들은 막대 풍선을 하늘로 지르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붉은악마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공을 잡거나 슛을 할 때마다 환호성을 울렸다. 반대로, 마라도나 감독이나 메시, 테베즈 등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면, 야유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서울광장은 거리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너무 많이 몰려 안전요원들이 서울광장 진입로를 막았다. 이에 시민들은 덕수궁 돌담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태평로 등 서울광장 주변 도로는 전면 통제됐다.

응원 인파가 몰리기는 강남 영동대로 응원장에도 마찬가지다. 이곳에는 총 10개의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지만 너무 낳은 인파가 몰려들어 스크린 주변은 자리 싸움이 치열하다.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비교적 편히 앉아서 경기를 보고 있지만, 뒤에 있는 사람들은 스크린이 보이지 않아, 핸드폰 등 모바일에 의지하고 있다.

이미경(29)씨는 "어차피 사람이 너무 많아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것은 포기했다"면서도 "모바일을 통해서 봐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 거리에서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면서 모바일로 보는 게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자책골에 이어 아르헨티나의 추가골이 들어가자, 붉은 악마는 아쉬운 탄성을 내지르면서도 태국전사들을 향해 "괜찮아" 등을 외치며 응원했다. 특히 전반전 종료 직후 한국의 만회골이 들어가자, 붉은악마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붉은응원복을 입은 시민들이 응원전을 시작하고 있다.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붉은응원복을 입은 시민들이 응원전을 시작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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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17일 오후 8시 15분]

[강남 영동대로] 오~ 대한민국! 승리의 함성~~! 오오오~~"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영동대로 나오자 쩌렁쩌렁한 음악이 귀를 때린다. 그 자체로 반가운 소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하' 삼성역에서 '지상' 영동대로로 나오는 것도 일이다.

오후 7시 현재 지하철 삼성역은 붉은 인파가 장악했다. 응원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지하철역에서 영동대로로 올라오는데 약 15분이 걸린다. 게다가 퇴근 인파까지 몰려 그야말로 오도가도 못하는 인파가 한 가득이다. 이 때문에 지하철 안에서부터 "혼잡하니 안전에 유의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기도 했다.

응원무대가 마련된 코엑스 앞 영동대로 12개 차선은 오후 6시 50분부터 모두 통제가 시작됐다. 차령이 떠난 자리에 속속 사람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7시 현재 경찰 추산 약 4만여 명이 강남 거리 응원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응원에 참석한 이들은 대개 20~30대 젊은층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직장인들과 가족단위 참석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응원객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으로 나눌 수 있다.

17일 2010 남아공 월드컵 강남 거리응원전이 열리는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서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한국 대 아르헨티나 전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17일 2010 남아공 월드컵 강남 거리응원전이 열리는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서 붉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한국 대 아르헨티나 전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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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17일 저녁 서울광장에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붉은 응원복을 입고 나와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이 열린 17일 저녁 서울광장에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붉은 응원복을 입고 나와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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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태극기와 붉은 옷으로 한껏 치장한 여성들이 눈의 띈다. 이들은 대개 20대 여성이다. 태극기로 원피스를 만들어 입은 대학교 2학년 이수영(22)씨는 "4년만에 찾아오는 축제인데,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승패를 떠나 거리에서 고함치고 춤추며 신나게 놀고 싶다"고 말했다.

그 다음 눈에 띄는 이들은 치킨과 맥주 그리고 깔개를 미리 준비해온 '준비족'들이다. 한창수(27)씨는 "지난 그리스전은 집에서 봤는데, 치킨집 여러 곳에 전화를 걸어도 배달이 가능한 집이 없었다"며 "오늘은 점심 때 미리 주문해서 갖고 나왔다"고 말했다.

또 직장에서 퇴근해 곧바로 응원전에 합류한 직장인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현자에서 붉은 치장을 완비하는 '센스'를 자랑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김씨(37)씨는 "양복을 입고응원전에 참석하면 '왕따'를 당할 것 같아서 길거리에서 셔츠, 손수곤, 붉은 악마 머리띠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런 직장인을 위해 영동대로 거리에는 셔츠, 손수건, 임시 방석, 맥주, 음료수 등을 파는 상인들도 몰려 있다. 셔츠를 파는 상인 장모씨는 "치킨집 사장님들만큼 돈을 벌지는 못하겠지만 4년만에 찾오는 '대목'이다"며 연신 "셔츠 한 장에 5000원!"을 외쳤다.

영동대로에서는 조금씩 "대~한민국"의 함성이 커지고 있다.

17일 2010 남아공 월드컵 강남 거리응원전이 열리고 있는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서 시민들이 한국 대 아르헨티나 전을 기다리며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17일 2010 남아공 월드컵 강남 거리응원전이 열리고 있는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서 시민들이 한국 대 아르헨티나 전을 기다리며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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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7일 오후 7시 15분]

[서울광장] 나이, 체력, 장애... 무엇도 날 막을 순 없다! 열띤 응원열기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붉은악마 복장을 한 시민이 소형마이크를 들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붉은악마 복장을 한 시민이 소형마이크를 들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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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서울광장의 녹색잔디는 붉은색으로 변했다. 손에는 붉은 막대풍선, 몸에는 붉은 티를 입은 사람들이 광장을 가득 메워 붉은 물결이 넘치고 있다. 경기 시작 3시간 전인 오후 5시에 광장은 이미 꽉 찼다. 오후 6시가 되자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몰렸다. 지난 그리스전보다 더 뜨거운 열기다. 현장 분위기는 '날 막을 것은 무엇도 없다'이다.

오전 9시부터 광장에 자리를 잡아 벌써 10시간 째 앉아있는 박영빈(23)씨는 "조금도 피곤하지 않다"며 밝은 모습이었다. 박씨는 "제일 처음 광장에 와서 자리를 잡았다"며 "지난 경기 때 광장에 못 나온 게 아쉬워 제대로 즐겨 보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다행히 학교도 방학해 시간은 넘쳤다. 맥주, 과자, 햄버거, 돗자리. 만반의 준비를 하고 광장에 왔다. 일찍 온 덕분에 스크린 앞 가장 좋은 명당을 차지했다. "우리 선수들이 잘 해 주어 1:0으로 이길 것 같다"며 파이팅을 외치는 박씨. 경기 종료시간까지 합치면 15시간에 달하는 '강행군'도 월드컵에 취한 그에겐 힘든 일이 아니었다.

"TV가 작아서 집에서 보면 재미가 없다"며 광장에 나오자고 이모를 조른 남궁승우(7)군은 "오늘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며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7살 조카에 이어 70대 노모도 함께 모시고 온 이보름(34)씨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광장을 찾았다. 이씨는 "주변에 휴가 내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어차피 오늘은 일에 집중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온 김금자(70)씨는 연방 손 부채질을 하면서도 "즐거움에 몸 힘든 줄 모르겠다"며 웃었다. 7세부터 70세까지,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마음과 열정에 있어서 나이의 많고 적음의 차이는 조금도 없었다.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한 시민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한 시민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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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바로 앞 따로 마련된 장애인석에는 다섯 개의 휠체어가 나란히 자리 잡았다. 광장 주변까지 가득찬 사람들로 이동이 쉽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채희준(32)씨는 "사람들이 많이 배려해줘서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채씨는 "지난 그리스전 때도 왔었는데 그 때는 장애인석이 따로 없었는데, 이번엔 이렇게 따로 마련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 모인 자리가 흥에 넘친다"며 "오늘도 2:0으로 이기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나이, 체력, 장애. 그 무엇도 월드컵 응원에 나선 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 6시, 마이크가 켜지고 사회자가 "대한민국" 한 마디를 했을 뿐임에도 광장은 술렁였다. 사람들은 목이 터져라 환호성을 외쳤다. 높은 습도와 온도에 더울 법도 하고, 오랜 기다림에 지칠 법도 하지만 사람들은 그럴수록 더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본격적인 응원모드에 들어간 시민들은 차가운 맥주 한 잔에 목을 축이고 또 다시 막대풍선을 흔들어댔다. 시청광장은 붉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1신 : 17일 오후 5시 55분]

붉은악마는 '충격' 받을 준비가 끝났다... "치킨 예약하셨어요?"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붉은응원복을 입은 시민들이 응원전을 시작하고 있다.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붉은응원복을 입은 시민들이 응원전을 시작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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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붉은응원복을 입은 시민들이 응원전을 시작한 가운데, 아르헨티나 마라도나 감독 복장을 한 축구팬이 등장해 함께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붉은응원복을 입은 시민들이 응원전을 시작한 가운데, 아르헨티나 마라도나 감독 복장을 한 축구팬이 등장해 함께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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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빅매치(The big game)는 한국 vs. 아르헨티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17일 밤과 18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열릴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 중 '나이지리아-그리스'전, '프랑스-멕시코'전을 제치고, '한국-아르헨티나'전을 오늘의 빅매치로 선정했다. 그만큼 국내 뿐 아니라 세계의 이목이 이번 경기에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17일 오후 8시 30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B조 예선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이 아르헨티나에 승리하고, 이어 벌어질 경기에서 그리스가 나이지리아에 이기거나 비기면 일찌감치 사상 첫 원정 16강행을 확정짓게 된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지난 12일 그리스전에서 쐐기골을 집어넣은 한국팀 주장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아르헨티나와 벌이는 경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르헨티나전을 앞둔 붉은악마의 응원 열기 역시 이미 전국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16강 진출의 기로가 될 이번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200만 명이 거리로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힐 만큼 강팀이지만 국민들은 그리스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한국 대표팀이 '골리앗'을 꺾고 16강으로 갈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다.

박지성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다"

FIFA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경기의) 승리가 사실상 16강행을 결정짓는 상황에서 아르헨티나의 능수능란하고 기술적인 스타일과 한국의 속도와 조직력이 맞붙는다"며 "한국의 태극전사들은 지역예선에서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고, 이미 조별리그에서 그리스를 2-0으로 꺾고 상승세와 존재를 각인시켰다"고 전했다.

앞서 박지성은 아르헨티나전을 하루 앞둔 16일 오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언제든지 약한 팀이 강팀을 잡는 이변이 일어나는 게 축구경기"라며 "우리는 지기 위해 경기하지 않고 이기기 위해 경기한다"라고 필승의지를 밝혔다.

외신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전을 통해 '쇼크'를 주고 싶다고 밝혔던 박지성은 그 의미에 대해 "내가 쇼크를 줄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경기결과에 달렸다. 나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낮은 승리확률을 (높이기) 위해 내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경기결과가 우리에게 (승리로) 돌아온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FIFA 랭킹은 7위고 한국은 47위로 많은 차이가 나지만, 항상 FIFA 랭킹으로 승부가 결정 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박지성은 "그리스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발휘하면 어느 팀과 만나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아르헨티나전 앞둔 '대~한민국'은 온통 붉은 함성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붉은응원복을 입은 시민들이 응원전을 시작하고 있다.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붉은응원복을 입은 시민들이 응원전을 시작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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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가대표팀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한 일전을 앞두고 출격 준비를 완료했다면 붉은악마도 뜨거운 응원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초조한 마음으로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서울광장과 태평로 일대에 30만 명이, 코엑스 앞 영동대로엔 20만 명이 운집하는 등 44곳에서 74만여 명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대표팀을 응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은 경기(52곳) 40만500명, 부산(11곳) 15만3천명, 경북(45곳) 10만9350명, 대구(12곳) 10만5900명 등 295곳에서 127만여 명의 붉은 함성이 울려 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2일 그리스와 벌인 1차전 때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모였다.

특히 직장이나 집, 동네 호프집 등에 모여서 응원하는 붉은악마의 숫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 그리스전에서도 치킨, 피자 등 간식 업체가 물량이 동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이와 관련,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17일 오전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선집중'을 진행하면서 한국과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미리 치킨을 예약하라고 조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서울 홍은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청취자와 전화 인터뷰를 하던 손 교수는 "그리스전 때 경기 1시간 전에 치킨집에 전화했었는데, 열 군데 했지만 전부 통화 중이었다"며 "생각이 모자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오늘은 아침 먹고 바로 예약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손 교수와 인터뷰를 한 치킨집 사장도 "그리스전 당시 평소에 비해 매출이 5배 정도 올랐다"고 말해 월드컵 특수를 짐작케 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들은 아르헨티나전에서 한국이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발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전 전망에 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승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45.8%로 무승부(36.1%)가 될 것이라는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고, 한국이 패할 것이라는 의견은 13.8%에 그쳤다.


태그:#남아공월드컵, #박지성, #아르헨티나전, #붉은악마, #거리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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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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