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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 당선자.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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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호화 청사 얘기가 계속 언론에 나오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팔든지 뜯어고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서 힌트 얻었죠. 대통령이 하라고 해서 하는데, 설마 (한나라당도) 반대는 못하겠지…."

지난 14일 오후 수정구보건소(옛 성남시청) 2층 성남시장 당선자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재명(47·변호사) 당선자의 목소리는 자신만만했다. 당선증을 받자마자 "호화 청사를 팔겠다"는 폭탄 선언으로 전국의 관심을 집중시킨 그는 "포퓰리즘 아니냐"는 비판에도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정치적 쇼 아니냐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원래 출발은 그게 아니죠. 당선되고 보니, 공약을 실현할 예산이 없어요. 재원 마련의 한 방법으로 호화 청사를 매각하기로 작년부터 구상했던 거죠. 또 호화 청사를 매각한다고 발표할 때부터 공격당할 건 예상하고 있었고."

이 당선자의 입에서는 구체적인 매각 계획도 술술 나왔다. 3220억 원에 달하는 건물과 땅을 상업지구로 용도변경해 분할매각하면 성남시 재정에도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입주해서 근무하고 있는 시청 공무원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음에도 명쾌한 답변이 나왔다.

"지금과 똑같은 면적의 보존 녹지 같은 데 새 청사를 지어도 1500억 원이면 다 됩니다. 호화 청사를 팔고, 새 청사를 지어도 수 천억 원 수익이 발생하는데, 안 할 이유가 없죠. 공무원들은 새 청사를 지을 때까지 계속 근무하면 되니까 걱정 안 해도 됩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자, "신청사 매각, 포퓰리즘 아니다"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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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립병원 설립, 내가 정치인생 시작한 이유"

이 당선자는 호화 청사 매각으로 얻는 수익을 친환경무상급식, 구별 도서관 건립, 문화예술 활동 지원 등에 쓰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성남시립병원 설립을 '1순위 공약'으로 꼽았다.

"성남시립병원 설립이 내가 정치인생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변호사 시절, 보건의료노조와 함께 전국 최초로 시립병원 설립에 대한 주민발의조례를 만들었는데, 시의회에서 정확히 47초 만에 날치기로 폐기시켰죠. 그때 나를 포함한 사람들이 뛰어들가서 명패도 걷어버리고, 멱살도 잡고, 엉엉 울고 하다가 잡혀가고…."

당시 운 좋게 현장을 빠져나간 그는 교회 지하실에 숨어 수배생활을 하면서 "정치에 직접 참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당선자 신분이 된 지금, 그는 "임기 내에 성남시립병원을 반드시 세우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성남시립병원을 세운다니까, 반대하는 사람들은 재정 적자를 이유로 듭니다. 1조 원 짜리 분당중앙공원 유지비로 매년 100억 원씩 들어가요. 돈이 남아돕니까? 연간 100억 유지비가 들어가는 공원은 되고, 2000억원 투자해서 연간 30억원 적자가 예상되는 공공의료서비스는 안 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설립만 하면 매년 50만명 이상 이용할 텐데…. 결국은 마인드의 문제죠."

▲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자, "시립병원 꼭 추진할 것"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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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로 다친 왼팔 덕분에 변호사 된 이 당선자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자 인터뷰가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구 시청사에서 <오마이뉴스> 정치팀장 김영균 기자와 김혜원 시민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오마이TV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자 인터뷰가 14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구 시청사에서 <오마이뉴스> 정치팀장 김영균 기자와 김혜원 시민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오마이TV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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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선자가 '의료 복지'에 주목하게 된 것은 살아온 인생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듯이, 그는 6급 장애인이다. 당선자실에서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 굽어 있는 그의 왼팔이 눈에 들어왔다. 가난한 집안 형편 탓에 12살 때부터 공장 노동자로 일해야 했던 시절 다친 상처다. 산재를 입었지만, 보상은커녕 치료비도 한푼 못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당선자는 장애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공장에 다니면서 독학으로 공부해 17살 때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법대에 진학해서 26살에 변호사가 된 것도 '굽은 팔'의 인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전두환 정권의 군사쿠데타 덕분에 본고사가 없어지고, 장학금 제도가 생겨서 대학에 갈 수 있었죠. 산재 사고로 다친 팔 때문에 장애인이라서 대기업 취업도 어려웠고, 선배들이 사법시험 보면 판사, 검사, 변호사도 할 수 있다길래 사법시험 공부를 했어요. 82년에 대학 입학했고, 사법연수원 다닐 때가 87~88년 격변기였는데, 대학과 사법연수원 때 받은 충격이 컸죠. 산재를 당한 내가 겪어온 삶이 개인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걸 알게 된 거니까. 국민의 목숨을 뺏으면서 권력을 찬탈한 집단과 같이 영화를 누리며 살 수도 없었고."

이 당선자는 사법연수원을 졸업하자마자 성남으로 내려와 변호사로, 시민운동가로 인생을 시작했다. 20대 중반부터 시국사건 피의자들을 변호하고 싸우면서 20여 년을 성남에서 살았다. 그런 밑바탕이 성남시장 선거에서 큰 힘이 됐다고 한다. 6·2 지방선거에서 야권단일화를 가장 쉽게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는 "야권단일화가 없었다면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결단과 헌신이 가장 큰 힘이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절반은 민주노동당의 승리"라는 것이다.

"야권단일화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이죠. 25년간 지역운동 하면서 인권변호사로, 시민사회운동 책임자로 함께 해 온 사람들이 곁에 있었고. 물론 대개는 제 의뢰인들이기도 했지만….(웃음) 그래서 일부에서는 나한테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민주당 이름을 건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고… 민주노동당에 되갚아야 할 빚이 많습니다."

"필요하면 성남시민들과 함께 데모도 할 겁니다"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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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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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선자는 "성남 시정 4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성남시의 권리'를 찾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성남 시민의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다.

분당, 판교, 위례신도시 등 성남시의 개발 이익이 모두 서울시나 중앙정부로 귀속되는데 대해 그는 "개발 이익을 모두 성남 시민들을 위해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필요하면 성남 시민들과 함께 데모도 할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시장이 시민들하고 같이 데모한다면 놀랄 것 같지만, 성남시도 독립된 도시 아닙니까? 성남시민들이 서울시나 정부하고 싸워야 될 일이 있다면 시민의 대표자도 당연히 나서야죠."

이 당선자는 또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성남"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도로의 과속방지턱 문제나 깨진 가로등, 아파트 옆 절개지 붕괴 위험, 어린이놀이터의 모래 교체 등 시민의 사소한 요구도 모두 수렴해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벌써 이 당선자의 홈페이지에는 "궁내동과 정자동 사이에 구름다리를 좀 만들어 달라"는 등 민원이 올라오고 있다.

"시민의 욕구를 시정에 반영하는 게 민선 시장의 역할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도 직접 듣고, 성남시청 홈페이지도 투명하게 정보공개가 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생각입니다. 성남시청사도 시민들의 것이죠. 지금 9층 높이에 있는 시장실을 2층으로 옮길 생각입니다. 시장실이 없어진 9층에는 전망좋은 북카페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2층으로 옮겨진 시장실에도 갇혀 있지 않겠다는 게 이 당선자의 꿈이었다. 그는 선거운동 전부터 구상해 온 '노상방담'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취임하고 나면, 야외의 어느 특정한 장소에 정기적으로 날짜를 잡아서 시민들에게 나와 달라고 할 겁니다. 민원이 있는 시민들이 시장실로 쳐들어 올 필요없이, 그곳에서 시장을 만나면 되는 거죠. 공약집에는 넣지 않은 공약이지만, 이제 당선자가 됐으니 노상방담은 꼭 할 생각입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자, "시정 변화, 시민뿐만아니라 공무원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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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재명, #성남시장, #호화 청사, #성남시립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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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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