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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과 싸우던 소년의 사투  

 

성장이 멈춰 버린 듯 더 이상 키가 크지 않았던 아이를 만나는 날에는 늘 석양 노을을 보았다. 하지만 눌러 쓴 모자 사이로 간간이 흘러나오던 아이의 눈빛 속에선 아침의 태양을 볼 수 있었다.

 

아이가 데리고 놀던 동생은 백혈병과 싸우는 형보다 체구가 훨씬 크게 되어 마치 형이라도 된양 아픈 형을 보살피곤 했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아들의 투병을 돕던 가장마저 교통사고로 사망한 참담한 현실 속에서 투병 중이던 아들은 여러 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며 절망에 처한 어머니를 위로하곤 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의 등불을 밝히던 가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휴일 오후 "아이가 위독한데 병원에 피가 없다"는 절박한 연락을 받았다.

 

피가 부족해 하늘로 간 소년

 

체면 불구하고 대한적십자사 김영철 사무총장께 도움을 청한 뒤 지정헌혈을 위해 황급히 뛰었다. 다행히도 두 봉지의 피를 긴급히 공급 받아 아이에게 수혈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한 봉지의 피가 다 수혈 되기도 전에 아이는 복사꽃처럼 화사한 모습으로 엄마 품에 안겨 하늘로 향하였다.

 

"피만 충분히 있었더라면, 피를 조금만 더 빨리 구할 수 있었다면..." 아들 또래인 녀석이 지금쯤 대학에 진학하여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피는 생명이다. 그치지 않는 지구촌의 전쟁터에서는 물론 예기치 못한 재난의 현장에서 꺼져 가는 생명을 그 한 봉지의 피가 회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로 헌혈은 생명을 나누는 천부적 사랑의 실천 행위이다.

 

딱 한 번 왔다가는 소풍 같은 삶을 살다 가면서 하나 뿐인 생명을 나눌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조국애와 인도주의를 동시에 실천하는 '세계 헌혈자의 날'

 

매년 6월 14일은 "헌혈을 축복으로 아는 헌혈자들의 세계적인 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국제 헌혈운동 관련기관(국제적십자사연맹, 세계보건기구, 국제헌혈자조직연맹, 국제수혈학회)은 2004년부터 혈액형을 발견한 칼 랜드스타이너의 생일인 6월 14일을 기념하여 '세계 헌혈자의 날'로 지키고 있다.

 

작년에도 호주에서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기념식을 비롯한 각종 활동이 이루어졌고, 올해는 바르셀로나에서 행사가 열린다(www.fullblooded.org). 대한적십자사도 2005년에는 창립 100주년 기념 세계헌혈자의 날 기념식을 여의도공원에서 실시하였고, 2009년부터는 열린음악회와 연계 헌혈자 초청공연 및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헌혈은 리더가 되기 위한 필수적 요건이 되어야

 

세계헌혈자의 날을 맞아 국내는 물론 국제 헌혈운동기구들이 해 주었으면 하는 구호가 있다. "헌혈은 리더가 되기 위한 필수적 요건이다"라는 구호가 그것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공직선거 출마자의 인적 사항 체크 항목 속에 조작이나 대리행위가 불가능한 '헌혈 총량' 항목을 추가 시켜 달라고 관계 당국에 요구하여야 한다.

 

공직 선거에 당선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들이 선거판에서 외치는 조국과 민족에 대한 충성과 사랑은 객관적 평가 기준을 가지로 검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병역 의무와 납세 의무 이행 여부 및 전과 기록은 국민 일반의 당연한 의무이거나 기록인 관계로 검증의 효용성이 약하다.

 

관계 법령에 의해 이제는 엄격한 기록상의 사전 검증이 이루어지는 '사회봉사 총시간'이나 '헌혈 총량' 등의 특별한 검증 기준이 추가되어야 주민의 대표 또는 국민의 대표로서의 조국과 민족에의 헌신 지수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헌혈이나 사회봉사 기록은 벼락치기 숙제 하듯이 할 수는 없는 것으로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헌신과 봉사가 수반되어야만 한다. 모름지기 진정한 지도자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삶이 일상화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정 정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망국적 정당정치의 폐해 속에서 희생과 봉사와는 담을 쌓고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축재에만 혈안이 되었던 인사들이 특별당비와 야밤 비자금 전달 등의 수법으로 공천을 받아 당선 된 뒤에는 꼭 비리잔치가 뒤따라 왔다.

 

이러한 망국적 폐해를 막는 길은 "평상시 얼마나 사회적 봉사와 헌신을 해 왔는가?"공직선거 출마자들의 행적을 통해서 검증할 수 있도록 법제화 되어야 하는 것이다.

 

헌혈은 백범 선생님이 꿈꾸던 삼균주의 문화국가를 여는 길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가운데 이웃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 참된 헌혈이 이루어진다. 또한 헌혈은 인도주의와 조국애를 측정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백범 선생이 꿈꾸던 "사람과 사람이, 민족과 민족이, 국가와 국가가 실질적 평등주의를 일구며 더불어 살아가는 삼균주의 세상"을 이루는 길, 멀리 있지 않다.

 

유치원 교육부터 대학 졸업을 위한 실습에 이르기까지 '헌혈의 아름다운 정신을 함양하고 실천'에 이르도록 하면 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평화주의자들로 채워지는 세상!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오늘자 경인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계헌혈자의날, #조국애, #인도주의, #헌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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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법(통일헌법) 박사학위 소지자로서의 전문성 활용 * 남북회담(민족평화축전, 민주평통 업무 등)차 10 여 차례 방북 경험과 학자적 전문성을 결합한 민족문제 현안파악과 대안제시 * 관심분야(박사학위 전공 활용분야) - 사회통합, 민족통합, 통일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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