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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교 홍교의 일명 '삐뚤이 오리'의 운명은?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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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벌교 홍교회에서는 오리 100여 마리를 보성군 벌교 홍교 아래에 방생했다. 어린 오리였기에 보름정도 물가에서 키우면서 적응을 시킨 후 완전방생을 하려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20여 일이 넘어서도 완전방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저 녀석 때문이죠" 오리를 돌보고 있는 홍교마을 이장 이승돈씨는 여느 오리에 비해 몸집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고 외톨이처럼 혼자 놀고 있는 한 오리를 가리켰다. 사람들이 일명 '삐뚤이 오리'라 부르고 있는 장애를 가진 오리다.

벌교 홍교에서 방생을 기다리고 있는 오리 중에서 위쪽 부리가 휘어져 먹이를 잘 못 먹고 있는 일명 '삐뚤이 오리'가 있다.
 벌교 홍교에서 방생을 기다리고 있는 오리 중에서 위쪽 부리가 휘어져 먹이를 잘 못 먹고 있는 일명 '삐뚤이 오리'가 있다.
ⓒ 서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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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시간, 이씨가 먹이를 준비해서 오리를 부르고 있다. 쏜살같이 달려드는 오리들 무리 사이로 그 삐뚤이 오리도 끼어있다. 하지만 먹이는 이미 덩치 큰 녀석들의 차지가 된다. 귀퉁이에서 먹이를 향해 고개를 내밀어 보지만 한 톨도 얻어먹지를 못한다.

이씨는 따로 먹이를 마련해 그 오리만을 데리고 울타리 너머로 향한다. 하지만 역시나 제대로 다 먹지 못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위쪽 부리가 절반 정도 휘어져있어 절반 이상을 흘리고 있었고 제대로 씹어서 넘기지도 못하는 듯 보였다.

이씨는 "태어나서 평생 물속에 한 번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그들의 운명인데 이곳의 오리들은 자유를 누리니까 얼마나 행복해 보입니까? 하지만 저 삐뚤이 오리는 걱정됩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 삐뚤이 오리가 과연 죽음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자유를 원할까요?" 라고 한마디 던지는 이씨의 말 속에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다.

홍교 아래에 있는 100여 마리의 오리들은 수일 내로 자유롭게 풀어놓을 생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삐뚤이 오리는 함께 방생해야 할지 다시 사육장으로 보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삐뚤이 오리를 방생해야 할까? 아니면 다시 사육장으로 가야 할까? 그 오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궁금하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낙안천, 벌교천을 살려 낙안읍성에서 부터 태백산맥문학관까지의 우리천올레길 조성에 매진하고 있다. [남도TV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벌교, #홍교, #우리천올레길,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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