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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패배 원인은 유시민에게 있다'는 이준민씨의 글 제목, 100% 공감한다.
 
유시민은 이번 선거의 명실상부한 야권통합단일 후보였고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하였다. 상황논리가 어떻든, 주어진 주변 환경이 어떻든지 간에 패장은 패배의 1순위 책임자인 것, 맞다. 헌데, 이준민씨 주장은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제목 이외엔 도무지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살펴보자. 이준민씨는 그간 있었던 유시민의 정치행보를 나열하며 '호남 유권자'들의 비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맞는 얘기다. 그러니 선거 캠페인 중에 유시민이 이희호 여사를 방문하고 사과한 것 아니겠는가. 헌데 이준민씨는 '호남 유권자'에게 비토를 당한 유시민의 잘못(?)을 "선거의 구도와 정치적 공학을 뛰어넘는 우리 정치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면서 "유시민이 스스로 떠안게 된 결정적 약점"이라 평한다. 맞기는 맞는 말인데 뭔가 허전하다.
 
'선거구도'와 그에 기반한 '정치공학'이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은 '우리 정치의 현실' 아닌가. 즉, 유시민은 오히려 '우리 정치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그에 기반한 '선거구도'와 '정치적 공학'에 따라 이희호 여사를 방문해 그간 보인 반DJ행보를 사과하고 민주당과 단일화 협상을 벌여 단일후보가 됨으로써 호남유권자의 비토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나.
 
'유시민의 뻘짓(?) 때문에 호남 유권자가 싫어하는 걸 어떡하라고. 그 원인과 책임은 전적으로 유시민에게 있는 것이지 왜 애먼 민주당을 탓하고 있나?'라는 주장인 것 같은데, 그런 뻘짓(?)으로 인한 '결정적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민주당이 발 벗고 나서서 뛰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과정과 동기는 둘째치고라도 일단 단일후보로 인정했다면, 그리고 결과에 승복하고 사퇴한 김진표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가 공동유세를 벌이고 선거 캠페인을 진행했다면 그것은 유시민이 '국민참여당'의 후보임과 동시에 '민주당'의 후보임에도 동의하고 추인한 것 아닌가.
 
즉, '호남 유권자'들 사이에 팽배한 유시민 비토 정서를 달래고 비록 간판은 달라도 분명한 민주당 후보임을 설득할 노력이 경주되었어야 하지 않나.
 
'단일화니 신의성실이니 하는 것이야 정치에 있어 공학적 측면의 하나로 본다 하더라도 결국 선택은 투표권을 가진 시민 개인의 몫이 최종의 것'이라는 언설로 민주당의 책임방기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선거라는 치열한 전투 속에서 무시 못 할 힘을 과시한다는, 소위 말하는 '조직'과 '당세'의 파급력에 대한 의도적 눈감음은 아닌가.
 
'의미 있는 패배' 선택한 게 어찌 '기회주의적 처신'인가
 
다음으로 이준민씨는 그동안 보여준 유시민의 정치행태와 행보를 나열하며 '호남 유권자'들의 비토정서 못잖은 여타 국민들의 유시민에 대한 '비토정서'와 '이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나 또한 개혁당 창당시에 입당원서를 낸 당원 출신이긴 하지만 그 직후 외국에 몇 년 동안 나가게 되었고 개혁당 홈페이지도 자주 들여다 볼 상황이 아니었기에 개혁당 해체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당 해체 과정에 있어서 유시민에게 일종의 '배신감'이나 '원한'을 쌓은 인물들이 존재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므로 '개혁당 문제'에 관해서는 내가 입을 다물고 좀 더 공부하는 것이 낫겠다.
 
헌데 하필이면 나와 부모님이 살던 곳이 경기도 고양시의 유시민 지역구였던 터라 16~18대 국회의원 선거 분위기는 좀 안다.
 
이준민씨의 주장에 따르면, 민주당의 희생(그때의 상황을 어떻게 민주당의 희생으로 볼 수 있는지 의아하기 그지없다)으로 보궐선거에 당선된 유시민의 의정활동에서 나타난 정치력이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던 대중일반에게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모습' 이었다는데, 혹시 빽바지 논쟁(의원선서 할 때의 옷차림)을 얘기하는 것인가.
 
본격 직업 정치인으로 입문한 새내기 정치인인 유시민의 의정활동에 흡족했던 기억이 있는 나로선 '대단히 실망스런 모습'이 뭔지 도통 모르겠다.
 
또한 이준민씨는 18대 총선에 유시민이 대구로 내려간 것이 '의미 있는 패배'를 위한 선택이었으며, 고양과 대구 모두 '패배가 예정되어 있던 상황'에서의 그러한 선택은 '기회주의적 처신'이라고 주장한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고담대구'에서 32%의 득표율을 올리고 상대후보인 주호영 한나라당 후보는 물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선전'을, 얼마 전 경남 양산에서 벌어졌던 3천여표 차이로의 송인배 후보의 석패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쩌면 신승을 했을런지도 모를' 희망 넘치는 결과를 보며 '예정되었던 패배'라고 단정 짓는 이유도 모르겠을 뿐만 아니라 이준민씨의 주장대로 '고양, 대구 양쪽에서 모두 패배가 예정되어 있던 상황'이라 할지라도 정치인이 이왕 패배할 거, '의미 있는 패배'를 선택하는 것이 어떻게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평가 될 수 있는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노무현 정신을 추구한다는 그가 노무현의 정치행보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얘기는 또 무슨 말인가? 이준민씨는 노무현이 '바보'라는 별명을 가졌다고 해서 정말 그가 '사전적 의미로서의 바보'였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아는 노무현은 '대의와 원칙에 입각한 정치'를 해왔다. 또한 동시에 그 '대의와 원칙'이 관철될 수 있도록 '되도록이면 이기는 정치'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설령 지더라도 그 패배가 의미있는 정치'를 해왔다. 도대체 이러한 '노무현의 정치행보'에 유시민이 어느 면이 어떻게나 다르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준민씨 스스로가 유시민에게 '정치는 이상과 현실이 잘 조합될 때, 비로소 그 역량을 발휘할 수가 있다'고 충고하면서 대구로의 선택을 '기회주의적 처신'이라 일갈하는 태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한 위에 나열한 유시민의 정치행태를 '이상을 앞세운 경솔한 운신'으로 평하는 것은?
 
그러니까 일테면, 유시민 자신이 갖고 있는 '이상'을 추구하는 행보를 보이면 '경솔한 운신'이 되고 '현실에 기반한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보이면 '노무현 정신 추구'와는 다른 '기회주의적' 행보인가? 도대체 유시민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잘 췄다는 소문이 날까?
 
'정강과 노선에서 민주당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 국민참여당의 창당'이라는 언급에 대해선 유시민이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그렇게 부르짖었던 '상향식 정당운영으로의 개혁'이 매우 중요하고 현재의 민주당 내에선 그것을 관철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인식을 하는 나로선 '별 차이'가 눈에 확 띄긴 하지만 뭐, 이러한 문제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일일이 짚진 않겠다.
 
충청과 강원, 제주 유권자들에겐 밉보여도 상관 없나
 
다만, 이제 결론을 정리하자면 "정치란 것이 결국 절대적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 전통적 민주세력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서는 … 서울-경기에서도 민주세력이 선출직으로 입성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이준민씨의 주장은 그 안에 내포된 선의를 충분히 감안한다 치더라도 외피를 화려히 치장한 살을 바르고 뼈만 추려 본다면, 호남 유권자에게 예쁨 받지 못하고 민주당과 각을 세우는 유시민의 정치가 '협량'하다는 것이다.
 
결국 '민주당 (호남 유권자)에게 무릎 꿇고 품에 안겨라'는 주장밖에는 도출되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영남 유권자들에게는? 충청과 강원, 하다못해 제주 유권자들에게는? 좀 밉보여도 상관없는 노릇인가.
 
다시금 말하지만 이번 경기지사 선거 패배에 대한 제1의 책임은 후보였던 유시민 본인에게 있는 것이 맞다. 또한 이준민씨가 열거한 유시민의 약점이라는 것이 향후 그의 정치행보에 어떻게든 부정적 영향을 끼치리라는 것과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숙제가 유시민이라는 정치인 앞에 놓여 있다는 것도 맞다.
 

그러나 또한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유시민은 자신의 '결정적 약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물론 그 이유 하나 때문만은 아니다. 만약 민주당과의 단일화협상에서 유시민이 패했다고 상상해 보라. 그는 MB심판이라는 대의를 위해 그의 강점인 젊은 지지층들에게 단일후보에 대한 지지와 투표율 제고를 목이 터져라 외치고 다녔을 것이다) 민주당과 협상했고 단일후보가 되었으며 스킨십을 강화하고 사과를 하였다.
 
그럼에도 선거결과와 기초단체장 득표율 등의 각종 수치들은(오로지 이것 하나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민주당의 방기를 가리키는 면이 있다(내 개인적으로는 유시민 패배의 일등공신은 경기북부지역 유권자들의 개발이익을 위한 투표다).
 
사실, 민주당이 이번 경기지사 선거에서 보여준 단일화 파트너로서의 책임방기 따위를 능가하는 진짜 문제란, 입으로는 반MB연대를 외치면서 정작 협상테이블에선 여타 야권세력들을 무시하고 힘의 논리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무릎 꿇리려 했던 패권주의가 아닐까.
 
이러한 것들을 무시하고 오로지 유시민의 '협량'과 '약점'에만 눈 돌리는 것은 이준민씨의 말마따나 민주당을 "옹호하고자 하는 의식적 도그마에서나 가능한 논법" 아닌가 한다.
 
큰 틀에서 다시 들여다보자. 여기, 유시민 스스로의 '탓'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과연 민주당의 '탓'은 보이지 않거나, 보이더라도 무시할 만한 수준일 뿐일까.
 
*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여타 야권정치세력들에게 보여준 단일화 협상 태도와 패권주의는 '협량'이라는 단어가 누구에게 딱지 붙여져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민주당의 태도가 지속될 경우, 자타칭 민주개혁세력의 적통을 잇는다는 민주당의 존재 자체가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리라는 것 또한 이야기 해두고 싶다.

태그:#유시민, #민주당, #지방선거, #호남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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