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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6.2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여당에 불리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기자들 사이를 뚫고 원내대표 등 다른 지도부들 보다 먼저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물을 마시고 있던 김무성 원내대표가 먼저 자리를 떠나는 정 대표를 힐끔 쳐다보고 있다.
▲ 떠나는 당 대표와 힐끔 쳐다보는 원내대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6.2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여당에 불리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기자들 사이를 뚫고 원내대표 등 다른 지도부들 보다 먼저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물을 마시고 있던 김무성 원내대표가 먼저 자리를 떠나는 정 대표를 힐끔 쳐다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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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 속았어. 유권자가 여론조사 기관을 속이고 있는 거야."

6·2 지방선거 투표가 끝난 지난 2일 오후 6시 30분 무렵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화들짝 놀란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기자들과 잡담을 나눌 때 정미경 한나라당 대변인이 한 말이다.

다른 주요 당직자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응할 때는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야당을 찍는 일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여유있게 이기는 걸로 나온 후보자들이 이를 믿고 '방심'한 결과가 패배로 이어졌다는 것.

일견 맞는 분석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예로 들어보면, 투표일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온 지지율을 뭉뚱그리면 오세훈 50 대 한명숙 30이다. '여론조사는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려면 '오세훈 지지자 5명 중 3명만 투표하고 한명숙 지지자들은 모두 투표했다'고 해야 설명이 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가 쉽지가 않다.

그것보다는 여론조사에 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가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 한나라당이 "여론조사에 속았다"고 말할 근거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속인 것이 과연 유권자일까? 유권자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깜짝쇼를 보여주기 위해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찍겠다고 하고 투표는 반대로 해야지'라고 맘 먹고 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집단 최면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 된다.

생각대로 행동하면 '밥줄' 끊기는 세상에서 정확한 여론조사가 가능할까?

'유권자가 여론조사 기관을 속이는' 이런 현상은 이명박 정부가 초래한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생각과는 다른 말'이 나오는 상황이 집권세력에 의해 조성돼 있다는 말이다.

'생각한 대로 말하지 못하는 세상'은 이미 이뤄졌다. 이미 잘 알려진 사례만 보자.

방송인 김제동씨.
 방송인 김제동씨.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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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영결식 노제에서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제동씨가 KBS에서 퇴출당하고, 다시 1년 뒤 1주기 추모식 사회를 맡자 이미 촬영이 끝난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않는 일을 당했다. '친노 연예인'으로 찍힌 가수 윤도현의 노래를 공중파에서 듣는 건 더 어렵다. 수구세력에게 통렬한 비판을 날리던 진중권 교수도 TV화면에서 보기가 힘들어졌다.

정부 비판적인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겨냥해 '강남 부자 절의 좌파 주지를 그냥두면 되겠냐'고 조계종에 외압을 행사하고, 이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가 이에 대해 증언하려 하자 '사면복권 해줄 테니 기자회견 하지 마라'고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집권세력이다.

법원의 제동도 무시한 채 교사단체 회원 명단을 까발리는 여당이다. 민주노동당을 후원한 공무원·교사들을 일방적으로 잘라내겠다고 나서고, 부당한 해임조치에 반발하는 공영방송 사장을 법원에 고발하며,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누리꾼들을 고소하는 정부다.

인기 많은 연예인에게, 영향력 큰 불교 지도자에게, 언론인은 물론 교사와 공무원, 그리고 일개 누리꾼들에게까지 집권세력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협조하지 않으면 밥줄을 끊어놓겠다'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정부 하에서, 시민들이 자기 생각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기관이 정부기관도 아니고 응답 내용에 관한 비밀 보장도 철저하다지만, 시민들의 마음속에 '혹시라도 불이익이 있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전혀 없을까?

정부와 여당은 "여론조사에 속았다"고 하지만, 결국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바로 그들 자신이다. 표현의 자유마저도 질식시키는 이명박 정부, 그들이 만든 '숨은표'가 오만한 지방 권력을 급습한 것이다.  

대통령 지지도도 여론조사... '국민들이 속이는' 건 아닐까?

지난 3일 새벽,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지방선거 패배 원인에 대해 "저희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지만, 선거 과정이나 선거 전후에 민심의 변화가 있었는데 면밀하게 읽어내지 못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읽어내지 못한 민심'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자, 조 대변인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와 별개로 정부와 여당이 세지고 강해지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균형감각이 있다"며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당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오버하지 않고 성실하게 잘한다고 느끼게 해줄 만한 요소가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요약하면, '대통령은 잘하고 있는데 당이 받쳐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데, 민심이 견제를 한다? 국민들이 '대통령이 잘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야당을 밀어줘야 대통령이 더 열심히 할 거야'라고 생각한다? 이해하기 힘든 설명이다.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높은 국정수행 지지도'의 주요한 근거 역시 여론조사라는 점이다. "속았다"라고까지 표현되는 여론조사의 부정확성, 혹시 국민들이 여론조사기관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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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2010 지방선거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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