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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가 한국 지방선거 투표율을 크게 높여 선거 결과에 큰 변화가 있었다'라는 서울발 외신기사가 전 세계에 퍼지기를 기대합니다"(jkjung50)

2일 아침 한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의 바람이 현실이 된 것일까?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140자 단문 블로그 '트위터'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트위터, 미투데이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20~30대 젊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과 야권 승리에 한몫 했다는 것이다.

젊은층 투표율 올렸지만 '트위터 선거운동'은 미풍

'브라운아이드걸스' 미료가 트위터에 올린 투표인증샷.
 '브라운아이드걸스' 미료가 트위터에 올린 투표인증샷.
ⓒ 미료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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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재잘재잘' 트위터가 후보들에게 표를 물어다 줬을까? 진보적인 야권 후보들 중심으로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긴 했지만 실제 득표 영향력을 파악하긴 쉽지 않다.

현재로선 투표 당일 유명 연예인의 '투표 인증샷'이나 투표 독려 글이 트위터로 퍼지면서 '진보 표'로 분류되는 젊은층 투표율을 높였다는 분석 정도가 고작이다. 이마저 시간대별 연령별 투표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선 막연한 추정일 뿐이다.  

이성규 매경 모바일부 연구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트위터가 투표 당일 젊은 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렸을 수는 있지만 미 대선처럼 후보들의 적극적인 트위터 활동 결과로 나타났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트위터 효과'에 대한 과대 평가를 경계했다.

일단 국내 트위터 사용자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데다, 트위터를 '이메일'로 간주한 선관위의 적극적인 감시 탓에 2008년 미 대선과 같은 '트위터 선거' 붐은 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평소 트위터에 적극적이었던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들조차 막상 선거운동기간에 활동이 주춤한 결과를 낳았다.

시도지사 유력 후보들, 트위터 개설은 기본

<오마이뉴스>는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달 4일 광역단체장 예비후보들의 트위터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40%에 이르는 후보들이 트위터 활동을 하고 있었고 이 가운데는 팔로어(트위터 친구) 수가 2만 명을 넘는 스타급도 3명이나 있었다.

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트위터를 개설하는 시도지사 후보들도 늘었다. 투표 결과 대구, 울산, 경북, 전북, 전남 등 여야 '텃밭' 지역을 제외한 주요 격전지 당선자들은 모두 트위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에 이들의 트위터 활동은 신통치 않았다. 우선 시도지사 후보들은 누구보다 광범위한 지역 현장을 누벼야 하는 탓에 직접 트위터까지 챙기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아이폰용 후보자 애플리케이션까지 선보인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kimmoonsoo1)의 활약이 기대됐지만 막상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예전의 활발한 소통을 보여주진 못했다. 5월 초까지 600건이 넘는 글을 쏟아낸 김 당선자가 최근 한 달 사이 새로 올린 글은 50건에 불과했다. 팔로어 증가도 주춤해 그 사이 2500명에서 3300명으로 800명 느는 데 그쳤다. 

'트위터 스타'는 낙선, 트위터 안 하면 당선?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수도권 범야권 단일후보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트위터에 올려야 한다며 부탁을 하자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수도권 범야권 단일후보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트위터에 올려야 한다며 부탁을 하자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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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인기가 당선으로 이어지지도 못했다. 트위터 팔로어 숫자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었던 노회찬, 유시민, 심상정, 한명숙 후보 모두 중도 사퇴하거나 낙선했다.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hanmyeongsook)는 한 달 새 팔로어 숫자가 7200명에서 1만380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글도 100건 넘게 올렸지만, 트위터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오세훈 시장에게 간발의 차로 밀렸고 '트위터 스타' 노회찬 후보는 3%대 득표에 그쳤다. 다만 한 후보가 애초 예상을 깨고 오세훈 당선자와 끝까지 박빙의 승부를 벌인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경기도에서도 팔로어가 2만 명이 넘는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는 중도 사퇴했고, 유시민 후보(@u_simin) 역시 팔로어수가 한 달새 3만1천 명에서 4만6천 명으로 1만5천 명이 늘었지만 김문수 벽을 넘진 못했다.

그나마 트위터 활약이 당선으로 이어진 건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bulloger),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정도였다. 송영길 당선자는 '트위터 홍보단'까지 만들어 한달 새 팔로어 숫자를 6800명에서 8500명으로 2000명 가까이 늘였고, 바쁜 선거운동 와중에도 팔로어들과의 직접 '멘션'을 주고받으며 200건 넘는 글을 올렸다. 반면 3선에 실패한 안상수 후보는 400건이 넘는 '홍보성' 글만 일방적으로 올려 누리꾼과 소통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트위터 선거가 제대로 힘을 발휘한 건 교육감 선거였다. 특히 수도권 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불과 한 달여 전 트위터 활동을 시작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sangkonkim)는 팔로어 2700명을 확보했고 214건의 글을 올리며 누리꾼과 적극 소통했다. 반면 정진곤 후보 등 보수쪽 후보들은 트위터 활동을 하지 않았다.

박빙 승부였던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선 곽노현 당선자(@nohyunkwak)가 4745명의 팔로어와 글 500여 건으로, 2480명의 팔로어와 300여 건에 그친 이원희 후보(@leewh0305)를 앞선 것이 선거 승리로 이어졌다. 이원희 후보는 의욕이 넘쳤는지 선거운동이 금지된 투표 당일 자신에게 표를 모아달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선거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3일 아침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당선 사례.
 3일 아침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당선 사례.

문자보다 파급력 높아... 2012 대선 '오바마 효과' 나타날까 

6월 3일 현재 코리안트위터스닷컴(koreantweeters.com)에 등록된 한국인 트위터 사용자는 50만 명에 불과하다. 한 달 전보다 10만 명이 늘긴 했지만 전국적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지방선거에서 영향을 미치기엔 부족한 숫자다.

다만 트위터 사용자들이 주로 수도권에 몰려있고 진보 성향의 30~40대임을 감안할 때 수도권에서 진보 후보의 막판 표 몰이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 또 올 초 10만 명 정도에 불과하던 트위터 이용자가 최근 급증하는 것도 2012년 대선과 총선엔 청신호다.

'SNS 전도사'를 자임한 이직 베타뉴스 대표(@leejik)는 3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명숙과 유시민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국내 트위터 사용자가 너무 적어서"라며 "액티브한 유저가 300만 명만 된다면 대선까지도 트위터리안들이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2008년 11월 미 대선 당시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트위터 친구는 13만 명에 달한 반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5천 명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 다양한 SNS을 통해 다져진 오바마의 조직력은 선거 막판 지지자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성규 연구원은 "트위터는 2002년 대선 당시 문자 메시지를 통한 투표 독려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다"면서 "오바마처럼 조직이 없던 후보가 평소 트위터로 풀뿌리 조직을 다진다면 선거일을 앞두고 팔로어들의 적극적인 투표 독려 행위로 이어져 표로 결집돼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그:#트위터,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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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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