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동씨가 위로 받기를 원하지 않을 겁니다. 나중에 소주나 한 잔 해야죠."

배우 권해효(45)씨는 방송인 김제동(36)씨의 Mnet 프로그램 <김제동 쇼> 하차 소식에 말을 아끼면서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권씨는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진보 서울시교육감 곽노현·교육의원 후보 합동기자회견'에 참석한 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씨의 소식을 처음 들었다. 그는 "또 그런 일이 있었냐"며 쓴 웃음을 짓더니,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생각에 잠겼다.

'소셜테이너', 그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방송인 김제동이 23일 저녁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콘서트-파워 투 더 피플(Power to the People)'에서 무대에 올라와 "여러분들은 투표로 말하십시오"라며 6.2 지방선거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이 23일 저녁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넉넉한 터'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콘서트-파워 투 더 피플(Power to the People)'에서 무대에 올라와 "여러분들은 투표로 말하십시오"라며 6.2 지방선거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권씨와 김씨는 전문 분야도 다르고, 연배도 차이가 나지만, 비교적 비슷한 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정치·사회 활동에 적극적인 엔터테이너라는 뜻의 이른바 '소셜테이너'(Social + Entertainer)로 불린다.

권씨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행사에서는 김씨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번갈아 단골 사회자로 나섰다. 두 사람은 인권·평화 등을 주제로 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의 행사에도 단골 게스트로 초청 받았다.

지난달 18일 정부가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공식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할 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이 노래를 소리 높여 불렀다.

이날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30주년 서울행사 기념식' 사회를 맡은 권씨는 "민주화 운동의 아리랑,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시간이다, 광주에서는 이 노래가 제외되었는데 이곳 수도 서울에서는 부르겠다"며 "전 세계 끝까지 울려 퍼지도록 (힘차게) 부르자"고 외쳤다. 

이날 오후 김제동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자유를, 대한민국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그날의 광주를 위해 다 같이 노래 한 번 할까요? 하늘의 반주와 함께. 비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 우리 마음이 전해지기를."

김씨는 이 글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쥔 오른손을 하늘로 뻗은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올렸다.

"기본적인 예절과 개념이 없는 사회"

6.2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진보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교육의원 후보 합동 기자회견'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와 배우 권해효가 인사를 나눈 뒤 환하게 웃고 있다.
 6.2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진보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교육의원 후보 합동 기자회견'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와 배우 권해효가 인사를 나눈 뒤 환하게 웃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권해효씨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다른 시간에 이른바 '개념찬' 연예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김제동씨의 잇따른 프로그램 하차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는 기자의 질문을 받은 뒤, "무슨 말을 해야 하나"라며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 김씨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식'의 사회를 봤다는 이유로 하차한 것 같다는 기자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권씨는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앞서 김씨의 소속사인 '다음기획' 측은 1일 보도자료를 통해 "5월 6일 첫 방송을 앞둔 지난 4월 말, 김제동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 추도식에 사회를 본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Mnet의 제작진에서 '추도식 참석을 재고할 수 없겠느냐'는 요청을 해왔다"고 밝혀 '정치적 외압설'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권씨는 "기본적인 예절과 개념이 없는 사회인 것 같다"며 김씨가 외압에 의해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하는 상황에 분개했다. 이어 권씨는 "(김씨의 프로그램 하차는) 관용의 문제이고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권씨는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냐"며 "제동씨는 이 일에 대해 다른 사람이 위로를 하거나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최근에 방송출연이 뜸한 데 김씨처럼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이 나가야 하는 데, 쉽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은 '배우로서 손해되는 부분이 있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없다면 거짓말일 거다. 불특정 다수를 위해 연기하는 대중 연기자가 특정 생각과 의견을 표하는 게 득이 될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또 실이 될 것은 무엇인가. 시민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권에 찍혀 수난을 당하는 것은 이들뿐이 아니다. 윤도현씨도 2년 전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하차한 뒤, 사실상 방송에서 방출되는 상황을 맞았다. CF나 정부·지자체의 공연 섭외도 모두 끊겼다. 일부 연예인들의 '위축'은 불가피했다.

하지만 윤도현씨를 비롯해 대부분은 '소셜테이너'답게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걷고 있다. 가수 이은미씨는 2008년 10월, YTN 해직기자를 위한 촛불문화제 무대에 올라 "이런 공연 무대에 올랐다고 피해를 좀 보면 어떤가, 지금 같은 시대에는 오히려 아무 일도 당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며 "그냥 감당하고 가겠다"고 말해 당시 큰 박수를 받았다.

"교육이 바뀌어야 정치가 변한다"

6.2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진보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교육의원 후보 합동 기자회견'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와 교육의원 후보, 배우 권해효가 6.2 지방선거의 승리를 다짐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6.2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진보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교육의원 후보 합동 기자회견'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와 교육의원 후보, 배우 권해효가 6.2 지방선거의 승리를 다짐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권해효씨는 이번 6·2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시인 황지우, 소설가 공지영 등 문화예술계 인사 600여 명과 함께 성명을 내고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권씨는 특히 지자체 선거보다 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1일 '민주진보 서울시교육감 곽노현·교육의원 후보 합동기자회견'에 참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강북구에 있는 초등학교에 2학년, 6학년 두 자녀를 둔 권씨는 "이번 지방선거는 정치권 선거도 중요하지만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는 교육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교육현장이 바뀌어야 정치도 변할 수 있다. 당장의 정치권력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변화 시켜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현재 수구세력이 권력을 잡고 있는 것은 그동안 그들이 해왔던 교육의 승리다."

그는 "보수진영의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부적격 교사 10% 퇴출'을 운운하며 선생님을 협박하고 있다"며 "10년 동안 오로지 반전교조 활동을 한 것을 내세우는 후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의 말을 인용하며 "반전교조를 내세우는 것은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보수의 결집을 노린 것이지 선거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씨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 대해 "경제적으로 특권학교에 보낼 수 없는 사람들조차 보수 교육감을 지지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교육감이나 교육의원에 대한 정보가 잘 전달되지 않았고 제비뽑기로 투표용지에 순서를 정한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보 정국'으로 인해 '4대강 사업' 등의 현안이 주목을 받지 못한 이번 지방선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잘못된 정책에 대한 MB심판의 구도가 깨졌다"며 "지방선거에서 선출하는 사람은 단지 지역의 일꾼뿐만이 아니라 지역과 지역을 관통하는 일을 책임지는 것인데, 4대강 사업 등의 논의를 가로막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태그:#김제동, #6.2투표참여, #권해효, #천안함, #소셜테이너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8,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