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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녹차의 고장' 경상남도 하동군은 그윽한 야생녹차의 향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국내에서 전남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장평면,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에 이어 5번째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하동군 악양면은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최참판댁이 있는 문학의 고장이다.

차시배지로서는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인정받은 하동군 악양면에는 느림의 여행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점점 늘고 있다. 악양면은 하동군에 딸린 1읍 12면 가운데 하나로 14개의 법정리와 30개의 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지형적으로는 삼면이 지리산의 우람한 산줄기와 준령들에게 둘러싸인 분지이다.

지난달 28일, 남부터미널에서 하동으로 가는 우등버스에 몸을 실은 지 3시간 40여분 만에 도착한 화개터미널. 화개터미널에서 하동읍 방면으로 10여km 거리에 있는 슬로시티 악양면은 쉽게 닿지 않는 남도의 끝자락에 태곳적 자연을 간직한 비경과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관광객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깨끗하고 맑은 섬진강과 지리산의 야생녹차밭, 청명하고 깨끗한 하늘,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빼어난 비경, 익어가는 보리 수확과 모내기 준비로 한창인 들판이 조화를 이루면서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소설 '토지'의 주 무대로 조성한 악양면 최 참판댁 입구에는 관광객들이 슬로시티 코스 및 주요 관광명소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슬로시티 악양관광도'를 비치하고 있다.
▲ 슬로시티 악양관광도 소설 '토지'의 주 무대로 조성한 악양면 최 참판댁 입구에는 관광객들이 슬로시티 코스 및 주요 관광명소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슬로시티 악양관광도'를 비치하고 있다.
ⓒ 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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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군은 슬로시티 악양면에 6개 코스 총 45km의 슬로길을 지정했다. 답사 첫날은 '슬로시티 악양면 걷기여행 코스' 중 제2코스를 체험해 봤다. 제2코스는 <매암차박물관~조씨고가입구~조씨고가~상신마을돌담길~노전마을삼거리~노전마을입구~노전마을회관~십일천송~노전마을삼거리~취간림>까지 둘러보는 코스로 총 7.4Km이며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매암차박물관에서 관광객들이 직접 햇차잎을 딴 후 차를 마시고 있다.
▲ 매암차박물관 매암차박물관에서 관광객들이 직접 햇차잎을 딴 후 차를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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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면 슬로시티 여행의 일정은 매암차박물관에서 야생차를 음미하면서 결정했다. 매암차박물관은 1963년부터 조성된 2만3천여m2의 차밭에 차와 관련된 각종 유물, 차의 역사, 문화 등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보는 순간 절로 여유로워지는 이끼낀 돌담길과 대나무 숲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상신마을 전경 보는 순간 절로 여유로워지는 이끼낀 돌담길과 대나무 숲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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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신마을 돌담길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농사일로 바쁘다. 서둘러 지게 담긴 밭에 비료를 주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 지게를 짊어맨 상신마을 할아버지 상신마을 돌담길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농사일로 바쁘다. 서둘러 지게 담긴 밭에 비료를 주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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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은 한국 관광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한글, 영문 변소라는 문구를 친절하게도 잘보이는 곳에 적어 놓은 듯 하다.
▲ 관공객을 배려한 친절한 시골 인심 집주인은 한국 관광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한글, 영문 변소라는 문구를 친절하게도 잘보이는 곳에 적어 놓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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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암차박물관에서 천천히 길을 오르다보면 조씨고가, 상신마을 돌담길과 어우러져 있는 대나무 숲에 다다른다. 악양에서 만난 악양마트 송철수 사장은 "상신마을 조씨고가는 대하소설 '토지'에 나오는 최참판댁의 실제모델이 된 집이다. 160년 전에 소나무를 쪄서 16년 동안이나 지었다는 이 집은 흔히 '조부잣집'이라고도 불린다. 마을 곳곳 이끼 낀 돌담이 정겨운 곳이다"고 설명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반송처럼 넓게 퍼진 소나무 한 그루 같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11그루의 소나무가 둥그렇게 모여 있는 독특한 형상이다. 그래서 십일천송이라고 한다.
▲ 십일천송 멀리서 보면 마치 반송처럼 넓게 퍼진 소나무 한 그루 같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11그루의 소나무가 둥그렇게 모여 있는 독특한 형상이다. 그래서 십일천송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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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면에는 돌이 많아 집안팎의 담뿐만 아니라 다랭이논도 돌로 축을 쌓아 만들었다. 이 마을의 길을 걷고 있으면 마치 수백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하다. 마을 곳곳이 보이는 주민들은 낯선 이방인의 모습에 적대감보다 반가운 미소와 눈인사로 환대한다.

상신마을의 신기한 돌담 슬로길을 오르다보면 수확이 한창이 황금 보리밭을 볼 수 있다. 황금 보리밭 끝자락에는 신령스런 소나무가 있는데 그 형상이 큰 반송(盤松)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보면 11그루의 소나무가 둥그렇게 모여있는 형상으로 우리나라의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다.

노전마을을 지나 산 아래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마을 속에 작은 숲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500년 된 향나무가 있는 취간림(翠澗林)이다.

취간림은 악양천의 중간지점에 수구막 역할을 위해 나무를 심으면서 숲이 만들어 졌는데 숲 한가운데는 팔경루와 일제강점기 때 지리산 일대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순국한 3000여명의 항일독립투사의 넋을 기리고 활약상을 기념하는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지난 2000년에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마을숲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하동군은 군 전 지역 취약계층(저소득층)의 건강 수준향상을 위해 찾아가는 보건소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의료 봉사를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하동군보건소의 의료봉사 서비스 차량 2009년부터 하동군은 군 전 지역 취약계층(저소득층)의 건강 수준향상을 위해 찾아가는 보건소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의료 봉사를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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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섬진강 하동군 남도대교 아래에서 일본 낚시꾼들이 은어낚시 삼매경에 빠져있다.
▲ 은어낚시를 즐기는 일본 낚시꾼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는 섬진강 하동군 남도대교 아래에서 일본 낚시꾼들이 은어낚시 삼매경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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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코스 답사를 마치고 섬진강변에 와서 잠시 섬진강의 맑은 물의 흐름에 사색과 은어 낚시를 즐기는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섬진강은 고운 모래가 많고 강 속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아 남한 5대강 중 공해가 없는 최후의 청류로 꼽히고 있다.

섬진강의 백사장을 따라 사색하다 보면 섬진강변에 조성되어 있는 하동송림을 볼 수 있다. 수령 200~300년의 아름드리 노송과 섬진강 물결이 어우러져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화개장터 인근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은 슬로시티 제1코스로 향했다. 제1코스는 "평사리삼거리~최참판댁입구~최참판댁~한사사~고소산성~한산사~고소산성입구"까지 둘러보는 코스로 총 5.8Km이며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평사리들판은 보리수확이 끝나가고 모내기가 한창이다. 이 들판의 명물인 부부송, 동정호가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 섬진강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봄 정취가 물씬 풍기는 평사리들판 평사리들판은 보리수확이 끝나가고 모내기가 한창이다. 이 들판의 명물인 부부송, 동정호가 굽이굽이 흐르고 있는 섬진강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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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 삼거리에서 최참판댁을 가기 위해서 아스팔트 길이 있지만 악양 들판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논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다. 80만평의 넓은 들판 한가운데 부부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어 보는 이들의 시선을 잠시 머물게 한다. 4월 말에는 바람결에 따라 눈부신 물결을 일으키는 청보리밭과 10월 중순에는 토지문학제와 함께 허수아비 콘테스트가 개최되어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들판을 따라 나오면 최참판댁으로 갈 수 있다. 최참판댁은 동학혁명에서 근대사까지 우리 한민족의 대서사시인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지으로 한옥 14개동으로 구현되어 있다. 조선후기 선조들의 생활모습을 재현해 놓은 토지 세트장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인근에는 평사리 문학관이 있는데 매년 가을이면 전국 문인들의 문학축제인 토지문학제가 이곳에서 열리면서 문학마을로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고소성과 한산사 가는 길에 만난 슬로시티 상징물인 달팽이가 느림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 느림의 상징인 달팽이 고소성과 한산사 가는 길에 만난 슬로시티 상징물인 달팽이가 느림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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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참판댁을 나와 산 정상으로 천천히 오르면 중국의 한산사를 본뜬 사찰인 한국의 한산사를 볼 수 있다. 비록 일주문과 사천왕문은 없지만 두 개의 돌기둥 사이로 난 좁은 해탈문이 있다. 한산사에서 산길을 따라 20여분 가량 오르면 돌로 쌓은 고소산성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 성벽에 올라서면 악양 들녘뿐만 아니라 섬진강의 물길도 볼 수 있다.

여기서 1박 2일간의 하동군 악양면 슬로시티 여행을 마치고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항상 여행은 소중한 사람들과 다시 찾기 위해 아쉬움과 미련을 남겨 두는 듯하다.


태그:#하동군 악양면, #슬로시티, #느림의 미학, #최참판댁, #부부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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