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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3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이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무상급식 계획은 무산됐다. 경기도교육위원회가 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 50%를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날 많은 누리꾼들은 경기도교육위원회 홈페이지에 이런 댓글을 남겼다.

"아이들 밥상 엎은 당신들, 내년 선거에서 봅시다."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찬성한 당신들,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한 명 한 명 이름, 경력, 얼굴 새기고 또 새겼습니다."

바로 이날부터다. 시민사회단체가 약 10년 동안 공을 들인 무상급식 정책은 비로소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유력 정치인만큼 유명해졌다. 그리고 현재, 무상급식은 많은 6.2지방선거 출마자들이 공약으로 내건 전국적인 핵심 의제가 됐다. 아이들 밥상이 엎어진 지 1년 만에 나타난 변화다.

"내년 선거에서 보자"던 그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들은 6월 2월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교육감과 더불어 교육의원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교육의원 선거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관심이 있어도 교육의원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누리꾼 '같이살자'는 답답한 심정을 5월 31일 <오마이뉴스>에 댓글로 남겼다.

"민주진보를 찍겠다는데 누구인지 몰라요. 그런 분들이 제 주위에 너무 많네요.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답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은 듯. 이 기사를 보니 정답을 더 많이 알려야 할 듯 싶어요."

그래서 <오마이뉴스>가 준비했다. 우선,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참교육학부모회) 등 민주진보 진영이 지지하거나 단일후보로 내세운 교육의원 후보자 25명의 명단을 정리했다.

이들 25명은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 ▲학생인권조례 제정 찬성 ▲혁신학교를 통한 공교육 개혁 ▲교육계 부정·부패 청산 ▲자율형 사립고, 특목고 확대 반대 ▲이명박 정부의 특권교육 반대 등의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MB교육 전도사'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체포·구속과 함께 이명박식 교육도 체포·구속돼야 마땅하다"며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넣고 부유층 학교에 더 많은 재정을 지원하는 '이명박 특권교육' 정책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 보수 교육감·교육의원 후보들에게 한국 교육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참교육학부모회가 지지하는 교육의원 후보자 25명 중에는 전교조 위원장을 지낸 이부영 후보(노원·도봉·중랑) 등 전교조 및 교육위원 출신들과 최철환(안양·군포·의왕·과천·광명), 조재규(진주·함양·거창·합천) 후보 등 지역에서 무상급식 추진운동본부 대표를 지낸 인물들이 많은 게 특징이다.

보수 진영도 맞불을 놨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대표 이경자)은 5월 31일 자신들이 지지하는 교육의원 후보자 명단 67명을 발표했다.

이경자 대표는 "시간이 촉박해 후보자들의 정책을 꼼꼼하게 살펴보지는 못했다"며 "전교조 척결 의지가 강하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지역별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는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들이 당선되면 고교 선택권 확대, 교원평가제 실시 등을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수가 지지하는 교육의원 후보들 중에는 서울 영훈고등학교장을 지낸 정영택(종로, 중구, 성북, 강북) 후보, 강남교육청 교육장을 지낸 장길호(동작, 서초, 강남) 후보 등 교육관료 출신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작년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경기도교육위원 출신의 이철두·조돈창·유옥희·강관희·정헌모 후보들이 모두 보수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 이들 중 대부분은 작년과 견해를 180도 바꿔 '무상급식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총 82개 지역구에서 82명의 교육의원을 선출한다. 여기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260명이 넘는다. 교육의원에 당선된 이들은 16개 시·도 광역의원과 함께 교육상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게 된다. 의정활동비로 광역의원과 똑같이 약 6000만원 이상 받게 된다.

그렇다면 교육의원에 당선되는 이들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사람들의 낮은 관심과 달리 교육의원들의 권한은 결코 작지 않다.

우선 교육의원들은 해당 교육청의 교육정책과 예산안 의결권을 갖고 있다. 작년 경기도교육위원회는 이 권한으로 김상곤 교육감이 추진한 무상급식을 좌절시켰다. 또 이들은 김 교육감의 핵심 정책인 혁신학교 예산도 삭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육의원들은 각종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 수 있으며,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한 학생인권조례안 등도 심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또 2008년 서울시교육위원회의 활동에서 볼 수 있듯, 국제중 설립 및 지정도 이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한마디로, 학생들의 먹을거리와 머리카락 길이·자율학습 선택권, 그리고 새로운 학교 설립은 모두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진보·보수 진영 모두 교육의원 선거에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모아줄 것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21세기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획일적 주입식 교육을 강제하고, 한 가지 정답만을 강요하는 문제풀이 기계로 키워내는 낡은 교육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MB식 특권교육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한 표를 올바르게 사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 역시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발목을 잡는 전교조는 이제 척결돼야 한다"며 보수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태그:#교육의원, #교육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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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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