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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혼례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한 바링허우 부부. 최근 중국 내 이혼부부의 절반 이상이 1980년대 출생자다.
 전통혼례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한 바링허우 부부. 최근 중국 내 이혼부부의 절반 이상이 1980년대 출생자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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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혼을 하고 나니 갑자기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어요."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의 한 방송국에서 일하는 탕리주안(가명·29)은 화려한 '돌싱녀'다. 부모님이 물려준 중대형 아파트에 외제 자동차, 든든한 직장, 매력적인 외모까지 좋은 조건을 다 갖추었다.

두 달 전 1년 반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그는 주변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홀가분하고 편안한 모습이다. 탕은 "부모님의 소개와 강요로 만난 지 세 달 만에 급하게 한 결혼이라 서로를 이해할 시간과 기회가 너무 적었다"며 "좋은 집안 환경과 학력, 외모 등 외형적 조건만 보고 배우자를 판단했다"며 후회했다.

일부 친척은 미쳤다고 수군대지만, 탕은 이혼이 잘한 선택이라며 당당하다. 탕은 "성격과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과 한평생 살을 맞대고 산다는 것이 무엇보다 끔찍했다"며 "인생의 쓰디쓴 과정을 겪었다고 위로할 뿐"이라고 말했다.

#2. 올해 3월 베이징시 하이뎬(海淀)구 법원은 지난 2년간 심리한 이혼안건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혼부부 중 1980년대 출생자인 '바링허우(80後)' 부부가 절반 이상 차지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이혼 사유 가운데 20%가 배우자의 인터넷 게임 중독 때문이었다. 부부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가정을 돌보지 않아 불화가 생기고 결국 이혼까지 이르게 된 것.

최근 중국에서는 결혼 후 경제적 책임조차 지지 않고 게임 삼매경에 빠진 남편으로 외톨이가 된 아내를 지칭하는 '인터넷 게임 과부'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일부 아내들은 '마수(魔手, 인터넷 게임을 가리킴) 반대 연맹'까지 결성해, 인터넷 게임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과거 '축구 과부', '마작 과부'에 이어 출현한 인터넷 게임 과부는 결국 부부간의 대화를 단절해 중국 가정을 파탄시키고 있다.

도시 이혼율 30% 넘어... 결혼 8년차 이하가 절대 다수

2004년 출판되어 드라마로도 제작된 소설 <중국식 이혼>. 중국 사회에 만연하는 이혼 문제를 날카롭게 조명했다.
 2004년 출판되어 드라마로도 제작된 소설 <중국식 이혼>. 중국 사회에 만연하는 이혼 문제를 날카롭게 조명했다.
ⓒ 당당도서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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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국사회에는 이혼이 만연하고 있다. 지난 2월 4일 중국 민정부가 발표한 '2009년 민정사업발전통계공보'는 급증하는 이혼 추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년 중국에서는 총 171만3000쌍이 이혼해 전년 대비 10.3%나 늘어났다. 이혼 건수는 2002년에 비해 3배나 급증한 수치로, 2006년 118만8000쌍, 2007년 140만4000쌍, 2008년 155만3000쌍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수치는 법원에서 허가한 이혼건수를 포함하지 않아 실제는 훨씬 많다. 2009년 7월 각 지방정부 민정부의 통계를 종합한 결과, 2008년 결혼건수는 1098.3만쌍, 이혼건수는 226.9만쌍이었다.

금세기 들어 OECD 국가 중 높은 이혼율을 보이는 한국조차 작년 이혼건수는 12만4000건으로 전년 대비 6.4% 늘어 2007년과 비슷하다.

도시 지역의 이혼율은 30%를 넘어섰다. 지난 1970년대 후반 2%였던 것과 비교할 때 무려 15배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베이징 39%, 상하이 38%, 선전(深圳) 36.25%, 광저우(廣州), 샤먼(廈門) 34.9% 등 일부 대도시는 서구 선진국 못지않은 이혼율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결혼한 지 8년도 안된 젊은 부부의 이혼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하이뎬구 법원이 심리한 이혼안건에 따르면, 이혼건수는 2008년 1585건에서 2009년 3020건으로 무려 90.5%나 급증했다.

한가정 한자녀 세대 출신의 이혼 부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결혼 1~3년차는 24%, 6~8년차는 38%로 가장 높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남자는 40대 초반, 여자는 30대 후반이 가장 많다.

상하이를 거점으로 영업 중한 한 이혼상담 사이트. 이혼이 늘면서 이혼 관련 비즈니스가 성업 중이다.
 상하이를 거점으로 영업 중한 한 이혼상담 사이트. 이혼이 늘면서 이혼 관련 비즈니스가 성업 중이다.
ⓒ 모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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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판단력 부족"일 뿐... 전통적 결혼관의 붕괴

급증하는 이혼은 복잡해져 가는 중국사회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중국은 급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전통적 결혼관이 붕괴하고 있다. '결혼은 판단력 부족, 이혼은 인내력 부족, 재혼은 기억력 부족'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이혼은 인생살이의 한 과정이라는 관념이 팽배하다.

특히 자녀를 위해 이혼하지 않는 인식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서로 맞으면 합치고, 맞지 않으면 헤어진다(合則合, 不合則分)' 의식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실제 황혼이혼이 크게 늘어나 작년 12월 상하이시 징안(靜安)구 법원은 1~10월 50세 이상 부부의 이혼건수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늦었지만 진정한 행복과 자신만의 인생을 되찾고자 하는 중노년층의 의식 변화를 대변한다.

배우자의 외도도 큰 문제다. 2008년 1월 주간지 <중국신문주간>이 인터넷을 통해 남성 9021명, 여성 5002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37.5%, 여성은 29.6%가 '지금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 바람을 피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도 남성 30.1%, 여성 32.1%나 됐다.

바링허우 세대의 이혼 급증은 배우자에 대한 배려심 부족과 조건에 끼워 맞추어 결혼을 감행하는 세태가 주원인이다. 오늘날 중국 젊은이들은 한가정 한자녀로 태어나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자라났다.

성인이 되어서 타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부족해 원만한 결혼 생활을 하지 못하는 커플이 수두룩하다. 일부는 상대방의 경제적 능력, 외모, 학력 등 외형적 조건만 보고 급하게 결혼해(急婚) 갈등의 싹을 키운다.

이 밖에 여성의 경제적 독립, 간단한 이혼 절차 등도 이혼을 늘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혼 숙려제 논란에 반발 커... 이혼산업만 성업 중

중국의 이혼증. 중국의 이혼 절차는 생각보다 무척 간단하다.
 중국의 이혼증. 중국의 이혼 절차는 생각보다 무척 간단하다.
ⓒ 중국 민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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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급증하자 이런 세태를 이용하는 중국인의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 이혼 상담사, 이혼 소송을 위한 사설탐정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혼 과정에서 외도한 배우자로부터 받는 위자료가 턱없이 적은 사례가 빈번해 사설탐정과 변호사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이혼 상담 및 자문, 심리치료에다 이혼 소송 대행과 이혼 후 위로파티까지 벌여주는 이혼클럽도 등장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성업 중이다.

하지만 이혼산업의 번창에도 불구하고 이혼 후 후유증으로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지난 1월 회사 동료와 바람을 피운 남편과 이혼한 뒤 아파트 창문에서 뛰어 자살한 장옌의 사연은 중국 네티즌들을 울렸다. 장은 2개월간 자살을 준비하면서 비참한 심경을 담은 일기를 썼는데, 이것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파른 이혼율 상승에 일부 중국인은 이혼 절차를 엄격히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부부가 민정국에 가서 신분증과 호적등본을 제시하고 이혼 합의서를 제출하면 10여 분 만에 이혼증이 발급될 만큼 간단하다.

지난 달 28일 중국 민정부 주관으로 열린 '혼인가정 연구토론회'에서 왕리런(王禮仁)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 중급법원 판사는 "혼인법을 개정해 이혼 신청이나 소송이 접수되더라도 부부가 '냉각기'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혼 절차가 까다로우면 이혼하려는 부부의 선택에도 신중해질 것이라는 요지다. 이는 한국의 이혼 숙려제를 모방한 셈이다.

하지만 "왜 헌법이 보장한 혼인의 자유를 제한하느냐"며 "'두 집 살림' 등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이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진 오늘날 중국인에게 정부의 간섭이나 개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드라마 <중국식 이혼>의 한 장면. 이혼의 급증은 결국 사회의 기초토대인 가정을 뒤흔들어 수많은 문제를 낳게 된다.
 드라마 <중국식 이혼>의 한 장면. 이혼의 급증은 결국 사회의 기초토대인 가정을 뒤흔들어 수많은 문제를 낳게 된다.
ⓒ 난징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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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중국 , #이혼, #중국식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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