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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에 이어 신지호 의원이 뒤를 이어 "전교조 교사 수가 많으면 수능 성적이 낮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정두언 의원이 발표한 자료의 전교조 조합원 40% 이상 학교는 극소수이고, 그것도 거의 시골의 소규모 학교들이어서 표본으로서 의미가 별로 없다. 신지호 의원의 발표 역시 중요한 변인인 지역이나 소득, 특목고 변인 등에 대해서는 별로 설명이 없어 신빙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여러 변인들을 실제로 분석해 보았다.

교육학자들은 학생의 학력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수없이 다양한데 그것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단순 수치만 비교 나열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수능을 비롯한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주는 변수에는 무엇이 있는지, 과연 전교조 비율이라는 변인은 수능 성적에 영향을 얼마나 끼치는지 등을 여러 사회 경제적 지표와 수능 성적의 상관도를 통하여 비교해 보자.

들어가기 전에 : 비교 분석의 대상과 방법

모든 학교의 2009년 수학능력평가(2008년 시행)의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1-2등급 비율을 전국 231개(제주도는 통합자치도로 하나로 취급) 시군구 별로 분석하여 그 순위와 다른 사회적 변인, 경제적 변인과 교원단체 변인의 순위를 서로 비교 분석하는 방법으로 조사하였다. 사회적 변인은 부모의 학력을 나타내는 전문대졸 이상의 인구 비율을 지표로 사용하고, 경제적 요인으로는 시군구의 재정자립도와 주택 가격을 사용하였고, 마지막 교원단체 요인으로는 교총과 전교조 비율을 각각 지표로 사용하였다.

- 변인1. 사회적 변인 : 부모의 학력(2008년 전문대졸 이상 인구 분포 -  권영길 의원실)
- 변인2. 경제적 변인1 : 전국 231개 시군구의 재정자립도(2009년 행정안전부 자료)
- 변인3. 경제적 변인2 : 전국 231개 시군구의 주택가격(2008년 원자료 권영길 의원실)
- 변인4. 전교조 변인 : 전교조 가입 교사의 비율(2009년 4월 학교 알리미 공시 기준)
- 변인5. 교총 변인 : 교총 가입 교사의 비율(2009년 4월 학교 알리미 공시 기준)

수능 성적에 끼치는 영향 : 부모 학력>주택가격>재정자립도>교총>전교조

X축은 수능성적의 순위이고, Y축은 각 변인들의 순위를 나타낸다. 전국 231개 모든 시군구의 '수능성적 순위, 변인 순위' 좌표를 그래프에 찍어보면 수능성적과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상관도(圖)가 나온다. 그리고 그 경향성을 나타내는 추세선(追勢線)을 그려보면 확실히 두 변인의 상관관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수능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변인들과 수능 성적의 상관도. 부모 학력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경제적 변인인 집값과 재정자립도가 그 다음으로 영향력이 크고, 교총 회원수는 음의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전교조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그려진다.
 수능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변인들과 수능 성적의 상관도. 부모 학력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경제적 변인인 집값과 재정자립도가 그 다음으로 영향력이 크고, 교총 회원수는 음의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전교조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그려진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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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관도에 의하면 사회적 변인으로 분류되는 부모의 학력이 수능성적과 가장 상관관계가 높아서 추세선의 기울기가 가장 급하게 나온다. 다음으로 경제적 변인인 주택가격과 재정자립도의 순으로 기울기가 급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모두 수능 성적과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즉, 부모의 학력이 높을수록 수능 성적이 높고, 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또한 수능 성적이 높게 나온다.

이들 사회 경제적 변인에 비하면 교원단체 요인은 상관관계가 훨씬 낮게 나타난다. 추세선의 기울기가 훨씬 완만하게 나타난다는 말이다. 즉, 수능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순서대로 따져보면 "부모 학력>주택가격>재정자립도>교총>전교조"로 나타난다.

굳이 교원단체 비율과 수능성적의 상관관계를 따지자면 전교조 비율과 수능 성적은 거의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비해 교총 비율은 전교조보다 훨씬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난다. 교총 교사의 비율과 수능 성적은 음의 상관관계, 즉 반비례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비율과 수능성적 관계의 경향성은 특목고 효과에 의한 착시 현상

2009년 현재 전국에는 20개의 과학고와 30개의 외국어고가 존재한다. 그리고 민족사관고, 상산고 등을 비롯한 6개의 자립형사립고가 존재한다. 이들 학교들은 전국에서 학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소재한 지역의 수능성적이 높을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이다. 이렇게 애초부터 성적이 높은 학생들을 선발하여 운영하는 학교가 소재한 지역을 제외한, 즉 학교 변인을 통제한 상태에서 각 변인들이 수능 성적에 끼치는 상관관계를 따져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 등 학교 변인을 제외한 시군구의 수능성적과 변인들의 상관관계. 역시 부모의 학력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집값과 재정자립도에 그 뒤를 따르며, 교총 회원수가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데 비해, 전교조 숫자는 상관이 없거나 아주 약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온다.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 등 학교 변인을 제외한 시군구의 수능성적과 변인들의 상관관계. 역시 부모의 학력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집값과 재정자립도에 그 뒤를 따르며, 교총 회원수가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데 비해, 전교조 숫자는 상관이 없거나 아주 약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온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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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31개 시군구 중에서 외고와 과학고, 자립형사립고가 존재하는 시군구를 제외한 180여 개 자치구의 수능성적과 다른 변인의 상관관계를 똑같이 상관도(圖)를 통해 비교해 보니 부모 학력, 경제적 요인에서는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했을 때와 거의 변함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주택가격과 수능성적의 차이가 학교 변인을 통제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높게 나왔다. 교원단체 요인에서는 교총이 많을수록 수능 성적이 낮게 나오는 점은 똑같았지만, 전교조는 수능 성적에 거의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수능 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는 부모의 학력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주택 가격이며, 다음으로 재정자립도, 교총 비율이었으며, 전교조 비율은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되었다. 전교조가 많을수록 수능 성적이 낮다는 한나라당과 정두언 의원의 주장은 근거도 없을 뿐더러, 일부 나타나는 경향성도 사실은 외고, 과학고 등 특목고 효과의 착시현상이었던 것이다.

정두언·신지호 의원, 친한나라당 교원단체 많으면 수능성적 낮다 할 건가?

한나라당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분석 결과, 그들이 수능성적을 깎는다고 주장한 전교조는 수능 성적과 거의 관련이 없고 부모의 학력과 같은 사회적 요인, 주택가격과 재정자립도와 같은 경제적 요인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욱 한나라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친한나라당 교원단체로 분류되는 교총이 전교조보다 수능성적과 훨씬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교총 회원이 많을수록 수능성적이 낮은 것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다른 변인을 통제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

교총회원 수와 전교조 조합원 수가 수능성적에 끼치는 영향력. 모든 학교를 비교했을 때도 그렇고,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를 제외한 학교를 비교했을 때도 그렇고 교총 회원수가 수능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전교조 조합원 수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오거나 특목고 등을 제외하면 오히려 약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온다.
 교총회원 수와 전교조 조합원 수가 수능성적에 끼치는 영향력. 모든 학교를 비교했을 때도 그렇고,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를 제외한 학교를 비교했을 때도 그렇고 교총 회원수가 수능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전교조 조합원 수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오거나 특목고 등을 제외하면 오히려 약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온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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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나라당의 원내수석부대표이자 중앙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군현 의원은 교총 회장 출신이다. 지난 국회에서는 교총 회원이자, 산하기관인 초등여교장회 회장이었던 김영숙씨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다. 현재 전 교총 회장인 이원희씨와 그 전 회장인 윤종건씨가 각각 서울과 대구에서 보수 후보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상황이다. 그리고 교총은 수시로 한나라당과 정책협의회 등 모임을 열어왔다. 즉, 전교조를 반한나라당 성향 교원단체라고 한다면 교총을 친한나라당 교원단체라고 하는 데 이견이 있기 어려운 상황이고, 대부분의 언론도 그렇게 보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반한나라당 교원단체라는 전교조가 많으면 수능성적이 낮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은 전교조보다는 교총 회원수가 수능 성적에 끼치는 영향이 훨씬 큰 것으로, 그것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걸 어쩌나? 이제 한나라당은, 아니 더 구체적으로는 정두언 의원과 신지호 의원은 친한나라당 성향 교총 교사가 많을수록 수능성적이 훨씬 더 낮다고 해야 할 판이다.


태그:#한나라당, #신지호, #정두언, #수능,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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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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