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우린 원래 한 뿌리론'은 성공할까

[제주지사 선거] 탈당한 현명관-강상주 단일화, 한나라당은 후보자격 빼앗고선 정책연대

10.05.25 17:53l최종 업데이트 10.05.25 18:03l

이주빈

느닷없이 터져나온 한나라당과 한나라당 탈당 무소속 후보들의 '원래 한 뿌리론'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선거에서 막판 대역전을 노리며 한나라당과 탈당 무소속 후보들이 야심차게 승부수를 던졌다. "우린 원래 한 뿌리였다"며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내쫓은 후보와 정책연대를 약속했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은 단일화를 이뤘다.

한나라당 제주지사 후보자격을 박탈당한 현명관 후보와 한나라당 경선에 불만을 나타내며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상주 후보는 24일 '후보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현명관 후보로 단일화를 이룬 것이다.

두 후보의 단일화로 제주도지사 선거는 3파전으로 압축됐다. 범야권 단일후보인 고희범 민주당 후보와 우근민 무소속 후보, 현명관 무소속 후보의 대결구도가 잡힌 것이다.

두 후보는 후보단일화 발표문에서 "구태정치를 청산하고, 제주경제 활성화 등 도민적 열망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겠다"고 단일화 취지를 밝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바로 그 다음 문장에서 드러났다.

두 후보는 "사랑하는 한나라당 당원 동지 여러분, 우리의 뿌리는 원래 하나, 바로 한나라당"이라며 "개인적인 과오, 공천 박탈, 무소속 출마 등으로 당원 여러분들께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고 사과했다.

두 후보는 "이 시간 이후 우리는 한나라당 및 당원 동지 여러분들과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거쳐 실질적인 정책연대를 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단일화 및 한나라당을 향한 애절한 사과가 발표되자 기다렸다는 듯 한나라당의 정책연대 방침이 발표됐다.

후보자격 박탈했던 한나라당, 이번엔 공천권 빼앗은 후보와 정책연대

부상일 한나라당 제주도당위원장은 24일 "제주도당 운영위원회에서 현명관 무소속 후보와의 정책연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정책 기조가 일맥상통한다는 판단에 따라 정책연대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현 후보와 정책 연대를 의결하고 구체적 실행 방법은 확대당직자회의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 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공천 낙천자가 탈당 후 복당을 신청하더라도 불허하겠다"고 밝힌 것을 "현재 제주도에는 한나라당 후보가 없기 때문에 현 후보가 탈당 후 복당하는 것은 일반 복당 절차에 따라 복당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복당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한나라당은 소위 현명관 후보 동생의 '돈뭉치' 사건을 이유로 현 후보의 제주지사 한나라당 후보자격을 박탈했었다. 이 사건으로 현 후보의 동생은 이미 구속된 상태이고, 현 후보의 한 핵심측근도 23일 구속됐다. 경찰 수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원래 한 뿌리'였던 이들의 '화답 릴레이'는 25일에도 이어졌다. 현명관 후보 측은 "한나라당 제주도당위원장과 운영위원과 당원 동지 여러분들의 결단에 거듭 경의를 표한다"며 "현명관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한나라당과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거쳐 실질적인 정책연대를 하겠다"고 밝혔다.

당을 맹비난하며 무소속 출마를 결행했던 후보자끼리 단일화를 이루고, 돈뭉치 사건으로 당의 명예를 실추시켜 자격을 박탈한 후보자와 정책연대를 하겠다는 한나라당. '원래 한 뿌리'였던 이들이 다시 한데 뭉쳐 막판 대역전을 노리며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단일화 전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뒤져... 한나라당의 '한 뿌리론' 성공할까

하지만 이들의 승부수가 성공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제주의소리>를 비롯한 제주지역 언론사 네 곳이 24일 발표한 공동여론조사 결과는 '원래 한 뿌리'였던 이들의 마지막 승부수가 쉽게 통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22일 제주도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우근민 후보는 단일후보로 전제된 현명관 후보보다 지지율이 1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후보의 지지율은 우근민 후보가 39.8%, 무소속 현명관 후보 29.8%, 민주당 고희범 후보는 18.5% 순이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한나라당 출신들의 후보단일화 및 탈당 후보와 한나라당 간의 정책연대에 대한 후보진영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고희범 후보 측은 "결국 '돈뭉치' 후보로 단일화가 결정됐다"며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불량 짜장면과 불량 짬뽕이 섞인 '짬짜면 단일화'라는 조소가 번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후보는 금품선거 의혹으로 한나라당 공천후보 자격을 박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서고, 또 한 후보는 당내 경선에 탈락해서 무소속으로 나섰는데, 이 둘을 합쳐놓는 것을 놓고 '단일화'라는 표현이 어울리기나 하냐"는 것이다.

우근민 후보 측은 현 후보와 한나라당 간의 정책연대설에 대해서 "'돈뭉치' 사건과 관련, 후보 단일화를 마지막으로 어지러운 정치쇼는 끝나는 줄 알았는데 곧바로 허접한 후속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며 "내일은 또 무엇으로 도민을 우롱할 것인지, 이제 지겹기까지 하다"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