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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토목사업의 속도전이 도를 넘어선 모습들이 4대강 곳곳에서 목격된다. 필자가 자주 나가보는 낙동강변에서도 4대강 토목사업의 '미친 속도전'을 증언하는 장면을 흔하게 목격하게 된다. 낙동강에 들어서는 8개의 보 건설현장뿐만 아니라 강변숲과 하천부지에서 굴착기와 대형 덤프트럭들이 만들어내는 광경은 끔찍하기만 하다.

 

낙동강 전 구간에 걸쳐 진행중인 4대강 토목사업으로 강변에서 쫓겨나는 동물들의 발자국을 강가에서 흔하게 목격하게 되고, 그것을 바라보는 아픔은 아득하다. 그리고 곳곳의 농지에서는 아직 수확도 못한 작물들이 그대로 파헤쳐지거나 매립되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목격하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수치심마저 느끼게 한다. 하천부지에 심겨진 채소들은 몇 달 만 있으면 수확할 수 있고, 공사를 하더라도 이들을 수확한 이후에 하면 그래도 이렇게까지 마음이 심란하지는 않을 것인데, 어떻게 4대강 토목사업의 미친 속도전은 그마저도 허용치 않고 있는가.


지난 22일 목격한 장면도 그런 현장 중의 하나이다. 필자와 일행은 대구 달성군 도성서원에서 봉헌될 제2차 대구생명평화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도동서원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낙동강변을 따라 차를 몰며 도동서원으로 달려가면서 감자꽃이 활짝 핀, 비에 젖어 더욱 아름다운 감자밭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풍경을 목격한 것이다.

 

감자꽃이 막 피어나고, 감자알이 하나 둘 영글어 들어가던 그 감자밭은 온통 포크레인의 삽날에 헤집어져 있었다. 낙동강변에 위치한 그 감자밭에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려는지 감자꽃이 막 피어난 밭을 그대로 파헤쳐 놓은 것이다.

 

그 널브러진 감자꽃은 창백해 보였고, 뿌리째 드러난, 이제 막 영근 감자알들은 너무 춥고 불쌍해 보였다. 이날은 특히 한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는데,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헤집어지고 널브러진 채 놓여있는 감자밭은 4대강의 속도전을 그대로 증언해주고 있었다.

 

그들 눈에는 저 감자꽃의 자줏빛 아름다움은 없다.

 

"오호 통재라, 신이시여, 제발 저들의 무지를 용서하소서!"

 

 

지금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은 미친 속도전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4대강 안팎에 깃든 수많은 뭇생명들도 죽어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급한 심정으로 저 낙동강으로 달려가 죽어가는 생명들을 보듬어 안고,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기도를 열심히 올릴 뿐인 것이다. 저 하늘에서 마땅히 굽어보고 계시는 신을 향해서 말이다.

 

"신이시여, 저 아름다운 '4대강'을 저버리지 말아 주소서!"


 

한편 제2차 대구생명평화미사는 낙동강이 시원스레 흘러가는 달성군 도동서원 앞에서 사제들과 수녀들 그리고 가톨릭 신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참석한 가운데 죽어가는 낙동강과 그 안에 깃든 무수한 뭇생명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제3차 대구생명평화미사는 대구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삼덕성당에서 31일(월) 오후에 7시에 봉헌된다고 한다. 특히 이날은 1부 순서로 5월 초에 기획되어 큰 반향을 모았던 '박창근 & 박창근, 낙동강을 노래하다' 콘서트를 잡아서, 일반 시민들도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올렸습니다. 


태그:#4대강사업, #낙동강, #감자밭, #대구생명평화미사, #도동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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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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