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저자 박진섭, 장지영) 출판기념회가 지난 2007년 8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가운데 세영 스님(여주 신륵사 주지)이 축사를 하고 있다.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저자 박진섭, 장지영) 출판기념회가 지난 2007년 8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가운데 세영 스님(여주 신륵사 주지)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처음 맞붙은 14일 <SBS 시사토론>에서 '신륵사 주지스님'이 때 아닌 진실 공방 대상으로 떠올랐다. 내용은 신륵사 주지 스님이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여부였다.

김문수 후보가 먼저 "신륵사 주지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의 환경위원회 위원장을 하셨던 분인데 4대강 사업을 찬성한다"며 종교인들의 4대강 사업 반대 여론이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유시민 후보는 곧장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직접 스님을 만나봤을 땐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었단 얘기였다.

유 후보는 "두 번이나 주지스님을 만났는데 저보고 '꼭 도지사가 돼 4대강 사업을 중단시켜달라'고 했다"며 신륵사 주지스님의 법명을 거론하며 다시 김 후보에게 물었다. 그러나 김 후보는 "그랬나? 내가 그 분을 만났을 땐 찬성하셨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단 이에 대한 진실공방은 유 후보가 "토론이 끝난 뒤 내일(15일) 스님께 전화를 걸어 물어보겠다"면서 정리됐다.

"제2의 봉은사 사태? 거짓말 드러나면 김문수 후보 사퇴해야"

지난 4월 26일 오후 경기도 여주 신륵사 앞 남한강 공사현장에서 삽차와 덤프트럭이 준설작업을 벌이며 모래를 퍼 나르고 있다.
 지난 4월 26일 오후 경기도 여주 신륵사 앞 남한강 공사현장에서 삽차와 덤프트럭이 준설작업을 벌이며 모래를 퍼 나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토론이 끝난 직후 누리꾼들은 신륵사 주지스님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토로하며 양 후보 주장의 진위 여부를 따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안상수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좌파스님 발언'과 비교하며 "김문수 후보가 거짓말한 것으로 탄로나면 그냥 사퇴해야 한다"며 "제2의 봉은사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누리꾼들의 관심이 고조된 가장 큰 이유는 여주 신륵사가 불교계의 4대강 사업 저지 운동의 핵심 근거지이기 때문이다.

우선 신륵사의 입구 앞에는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오체투지 순례를 펼쳐온 수경스님(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서울 화계사 주지)이 세운 '여강 선원'이 자리잡고 있다. '여강선원'은 현재 종교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4대강 사업 저지 움직임의 시발점이 된 곳이다.

정동영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도 14일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이를 언급하며 "부처님 오신 날 여주 신륵사를 방문해 4대강 사업 심판을 위한 당력을 집중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4대강 사업에 따른 환경파괴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도 가장 활발한 곳이 여주인 것도 이유 중 하나로 들 수 있다.

신륵사와 여강선원에 거처를 둔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이곳에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 서식지가 파괴된 사실과 보 건설사가 멸종위기종 2급 꾸구리 등 물고기 떼죽음을 숨기기 위해 땅에 파묻은 사실도 발견했다.

지난 13일엔 정부의 환경영향평가에 누락된 멸종위기 야생동물 6종을 추가로 발견하는 등 4대강 사업의 문제점들이 이곳 여주에서 길어 올려지고 있다.

<중앙일보> 4대강 사업 기획기사 왜곡보도에 항의했던 신륵사 주지스님

아직까지 김문수 후보와 유시민 후보 중 누구의 말이 정확한 지는 알 수 없다. 이날 토론에서 당사자로 언급된 '신륵사 주지스님'의 증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주 신륵사 주지스님인 세영스님이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를 볼 때 김문수 후보의 주장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

세영스님이 위원장으로 있던 지난 2008년 3월, 조계종 환경위원회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당시 환경위원회는 "운하를 통해 얻고자 하는 불확실한 경제적 가치 앞에 생명과 평화와 가치, 오랜 전통과 문화의 가치, 후대들이 누려야 할 쾌적한 환경의 편익이 무시되고 있다"며 "국토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한강과 낙동강을 순례하고 있는 '생명의 강을 모시는 생명평화 순례단'의 활동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세영스님은 또 지난해 <중앙일보>가 보도한 "홍수 땐 여주, 단양 범람 비상"이란 기사에서 자신의 말을 왜곡 보도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바도 있다.(관련 기사 : "강바닥 파고 싶어서, '중앙일보'가 정반대로 보도?")

당시 <중앙일보>는 "연양유원지 맞은편의 천년 고찰 신륵사 주지 세영 스님은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사찰 마당까지 토사가 밀려온다'며 '하천을 정비해 강폭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세영스님은 당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토사가 신륵사 마당에 안 쌓인다"라며 "내 뜻하고 어긋나게 <중앙일보> 기자가 자의적으로 썼다"고 해당 기사 내용을 일축했다.

세영스님은 이어, "내가 말한 의도는 관광지 개발하면서 강 건너 제방을 축소해 강폭이 좁아져 유속의 흐름이 세져 문제가 있단 말"이라며 "남한강 사업에 동의한단 말을 한 적도 없고, 이 건 내 뜻이 아니라 왜곡보도"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영 스님은 15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저는 김문수 후보는 물론이고 누구를 만나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얘기한 바가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나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데 논쟁의 핵으로 가고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태그:#김문수, #유시민, #경기도지사, #4대강 사업, #신륵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