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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은 드라마 작가다. 그녀가 쓰는 드라마는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힘든 삶에 힘을 주며, 삶이 비루하고 지루할 때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사는 게 다 그래. 괜찮아. 힘내!"라며 등을 토닥거려주는 치료약이다.

 

드라마 작가로 사는 삶이 매우 행복하고, 다시 태어나도 드라마 작가로 살고 싶다는 노희경. 그녀가 드라마 작가로 명성을 얻고 열혈 팬들이 그녀의 드라마에 열광하자, 많은 출판사들이 그녀의 드라마를 소설로 만들어보자고 러브콜을 보냈었다. 그러나, 노희경은 소설가가 아니라 드라마 작가인 자신이 더 좋았었나보다. 10여 년간 수많은 출간 제의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그러던 노희경이 데뷔 13년 즈음이던 2008년 12월, 에세이집을 냈다.

 

그때, 누군가 이런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노희경이 드라마 시청률 안 나오니까, 책으로 돈을 벌려고 했나보네!' 그 글을 보는 순간, 난 헛헛함과 먹먹함 그리고 노 작가에 대한 미안함으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기억한다. 2008년 8월 15일, 부천의 어느 한 공원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모금함을 열심히 내밀던 노희경 작가의 모습을. 하필 비까지 내리던 날이었다. 모금함을 두 손으로 들어야 했던 그녀는 우산을 쓸 수도 없었다. "단돈 1000원이면 제3세계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단돈 천원이면 그 아이들이 일주일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우리 함께해요!"

 

사람들의 인색함에 무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으며 그 일을 계속하는, 천 원이 아니라 오백 원을 넣어주는 이들에게도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그녀를 향한 존경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길거리 모금뿐 아니라, 기업체들을 찾아다니며 후원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노희경이다. 제3세계 아이들과 북한 어린 생명들의 먹을거리 상황은 점점 악화되는데,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금 활동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후원을 위해 찾아간 기업으로부터 문전박대까지는 아니어도 씁쓸하게 돌아선 적이 꽤나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노 작가를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고, 모금 활동의 힘겨움을 보면서 내 속에서는 속상한 마음이 커져갔다. 그러던 차에 한마디 뱉었다.

 

"선생님, 책 하나 해요. 선생님 힘들게 모금하시는 거 아파서 못 보겠어요. 책 하나 내서 선생님은 인세 기부하시고, 회사도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면 되잖아요."

 

하지만 노 작가는 원고 쓸 시간도 없고, 본인은 드라마 작가로 남고 싶다며 거절했다. 또한 시청률도 낮은 작가인데 책을 낸다고 한들 얼마나 많이 팔리겠냐며, 공연히 출판사에 누를 끼치게 될까봐 싫다고 했다.

 

그러나, 출판사가 손해 보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설득하기 시작했고, 인세 기부를 통한 나눔에 매력을 느낀 노 작가도 결국 출간에 동의했다.

 

첫 에세이집은 '대박'이었다. 인세 일부가 기부되고 있고, 책 한 권이 많은 어린 생명을 살렸고 지금도 살리고 있다. 책을 통한 인세 기부에 힘을 얻은 노희경은 2009년 가을 그간 미뤄두었던 대본집 출간 작업을 시작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2권), <거짓말>(2권), 그리고 노 작가의 단막 4개를 모은 단막 대본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 모든 책들은 노 작가의 인세 일부와 출판사 수익의 일부가 국제구호단체인 JTS에 기부된다. 제3세계와 북한의 어린 생명들에게 밥이 되고 약이 되고 있다.

 

출간 직후 소설 원고를 전부 공개하기로 한 까닭

 

지난 4월 말, 노희경은 큰일을 내고 말았다. 암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엄마를 기리며 썼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소설로 출간한 것이다. 노 작가는 엄마의 삶과 죽음을 받들고 유언을 따르겠다며 이 책의 인세를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 

 

알 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소설이 굉장히 대중적인 분야라는 것을. 즉, 많이 팔릴 수 있는 책이고, 그만큼 인세 수익도 많을 것이라는 걸. 그러나 노희경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포기했다. 그리고 더 큰 행복과 삶의 보람을 껴안았다.

 

출판사를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책이 많이 팔리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노희경이 걸어가는 아름다운 동행에 내 발걸음을 올려놓은 이상, 나도 뭔가 해야 했다. 출간 직후 반응이 좋은 소설의 원고를 인터넷을 통해 전부 공개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인터넷으로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책을 구입하지 않으면 어쩌나…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노희경의 책도 아니요, 북로그컴퍼니의 책도 아닌, 우리의 책이어야 했다. 어린 생명을 살리는, 그 아이들에게 밥과 약이 되어 주는, 배움의 기회를 주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단 한 사람이라도 이 소설을 읽고 그 뜻에 동참한다면, 출판사가 설령 경제적 손해를 보더라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터였다.

 

노 작가의 글을 보기 위해 많은 누리꾼들이 노 작가 블로그를 찾고 있다. 그녀의 글을 읽고 함께 울고 웃고 감동한다. 그리고 마음을 함께 하기 위해 콩저금통에 영양가 가득한 콩을 넣어주고 있다.

 

콩을 넣어주는 누리꾼들, 그리고 소설을 사주시는 독자들... 그들은 이미 생명을 살리는 '엄마'가 됐다. 글을 통해 나눔을 행하는 노희경은 행복한 사람이다. 책을 만들고 출판사 수익의 일부를 나누는 북로그컴퍼니 또한 행복하다. 노희경의 책을 읽고 마음을 나누는 모든 독자들 또한 행복한 분들이다. 이미!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노희경 작가의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낸 북로그컴퍼니 출판사 대표입니다. 이 기사는 네이버 노희경 블로그(http://blog.naver.com/noh_write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희경 명작 시리즈 미니북 세트 - 전3권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노희경 지음, 북로그컴퍼니(2018)


태그:#노희경,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노희경 작가, #기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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