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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리프트2010 컨퍼런스'에 초청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지난 7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스위스 직접 민주주의'에 대해 발표했다. 다음은 발표 전문이다. [편집자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LIFT 컨퍼런스에서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이 지켜 본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에 대해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LIFT 컨퍼런스에서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이 지켜 본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에 대해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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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오마이뉴스 대표 오연호입니다. 이곳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리프트포럼에 저를 초청해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의 나라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언론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추구해왔습니다. 그래서 직접민주주의의 나라 스위스에서 오마이뉴스의 실험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한다는 것은 매우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일요일(5월2일) 저는 글라루스에 다녀왔습니다. 스위스연방을 구성하는 26개의 주(캔톤)의 하나인 글라루스에서 저는 직접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약 5천 명의 주민들이 모여 주민총회(란츠게마인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주민총회는 글라루스의 최고 권력기관이었습니다. 그들은 22개의 안건에 대해 토론과 토론을 거듭하면서 5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주민 누구나 즉석에서 안건을 제안할 수 있었습니다.

글라루스 주민과 시민기자는 닮았다

감명적이었던 것은 회의가 진행되는 5시간 동안 거의 내내 비바람이 몰아쳤는데도 상당수의 주민이 자리를 지켰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이 주민들이야말로 정말 글라루스 정치의 진정한 주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스위스에 오기 전에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스위스의 저명한 정치학자 린다 교수가 쓴 <스위스 데모크라시>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번에 그 린다 교수를 베른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글라루스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했더니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라루스뿐 아니라 스위스에서는 '모든 시민은 의원입니다'."

모든 시민은 의원이다! 그렇습니다. 저는 글라루스를 본 직후라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언론 영역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추구해 왔습니다. 저는 2000년 오마이뉴스를 창간했는데, 우리의 창간 슬로건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였습니다. 우리는 창간선언문에서 기자의 개념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기자는 특별한 종류의 사람들이 아니라, 새로운 소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 전하고 싶은 건전한 시민은 모두 기자다."

창간으로부터 10년이 되었습니다. 창간 당시 7백여 명이었던 시민기자는, 이제 7만여 명이 되었습니다. 시민기자는 초등학생부터 대학 교수까지, 10대에서 80대까지 참으로 다양합니다. 이들은 하루에 약 2백 개의 기사를 씁니다.

지난 10년 동안 오마이뉴스가 이룩한 최대의 성과가 무엇일까요?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우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언론계에서의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해보고자 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지난 10년 만에 이제 그 꿈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꿈꿨던 슬로건은 이제 적어도 한국에서는 상식이 되었습니다."

한 시민기자의 사례를 들어볼까요? 심재철 시민기자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입니다. 그는 오늘 현재까지 1684개의 기사를 써왔습니다. 그 대부분이 축구 기사였습니다. 그는 특히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프리미어리그를 텔레비전 생중계로 보려면, 시차 때문에 주로 새벽 2시나 5시 사이에 봐야 합니다. 그가 프리미어리그에 올린 기사를 보면 아침 7시나 8시경에 올린 것도 있습니다. 잠 한숨 안 자고 경기를 보고, 기사를 쓰고, 그 다음에 학교에 갔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 열정은 어디서 나올까요?

오마이뉴스에는 이런 시민기자들이 드물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민기자들 가운데 톱 기사를 100개 이상 쓴 사람, 혹은 정식기사를 1000개 이상 쓴 사람을 우리 홈페이지의 '명예의 전당'에 모셔두고 있습니다. 그들은 40명이 넘습니다. 직업기자들 못지않은,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한 이들의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글라루스 주민총회장의 열정과 닮아 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5시간 동안이나 주민총회장을 지킨 스위스 사람들과 밤을 새워가며 기사를 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열정은 같은 뿌리에서 나옵니다. 그들은 선언합니다.

"나는 구경꾼이 아니다. 나는 직접 참여한다. 우리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 나는 기꺼이 나의 시간과 열정을 나누겠다."

직접참여를 더욱 가치있게 하는 것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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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하나의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직접참여는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가? 직접참여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직접참여 그 자체가 아닙니다. 무엇을 위한 직접참여인가가 중요합니다. 나의 만족을 위한 직접참여는 때론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내가 더 많이 참여할수록 다른 사람의 발언 기회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나의 만족이 곧 그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의 만족과 이어질 수 있을 때 직접참여는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글라루스의 란츠게마인데 모델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모델도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습니다. 글라루스에는 란츠게마인데가 있지만 지방의회와 지방정부도 있습니다. 이들이 최고권력인 시민을 서포트해 주고 있습니다. 란츠게마인데에서는 누구나 법안을 제안하고 발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아닌지, 그의 제안을 몇 번째 어젠다로 배치할지, 그의 발언이 너무 긴 것은 아닌지를 점검합니다.

마찬가지로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 모델을 기본으로 하지만, 상근기자가 이들과 함께 합니다. 창간 때 4명이었던 상근직원은 현재 70명이 되었습니다. 그중 편집국은 40여 명입니다.

상근기자는 3가지 역할을 합니다.

첫째, 시민기자가 쓴 글이 사실과 다른 것은 없는지,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지는 않는지 점검합니다.
둘째, 시민기자가 취재하는 것을 서포트해 줍니다.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공동취재팀을 꾸려서 운영한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 오마이뉴스는 10여 명으로 현지취재팀을 꾸렸는데, 그중에 절반 이상이 시민기자들이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9명이 프랑스에서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가를 취재했는데, 그때도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반반 정도 함께 결합했습니다.
셋째는 시민기자가 직접 하기 힘든 영역에서 특종과 심층취재를 해서 다른 언론과 차별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2002년 말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국내 언론 첫 인터뷰 특종을 만들어 낸다거나, 2008년 서울 한복판에서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촛불 시위가 계속됐을 때 72시간 동안 인터넷 생중계를 한 것이 그런 사례입니다.

비편집국 상근직원들은 오마이뉴스 모델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오마이뉴스 전체 수입의 70%가 기업광고에서 나왔는데, 독자와 콘텐츠에 기반한 수익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최근에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10만인클럽입니다. 이 클럽은 1달에 1만 원씩 자발적으로 구독료를 내는 독자들의 모임입니다. 시행 10개월이 지난 지금 약 7천여 명이 가입했습니다. 우리가 10만인클럽 회원들에게 주는 서비스의 핵심은 '함께 공부합시다'입니다. 매주 1회 꼴로 사회 저명인사들의 특강을 마련하고 10만인클럽이면 누구나 그 특강을 들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좋은기사 원고료 주기입니다. 독자들이 기사를 읽으면서 참 유익했다고 생각하면 핸드폰 등으로 원고료를 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동안의 최고기록은 한 기사에 6천여 명이 좋은기사 원고료를 줘서 3천만 원이 모인 것입니다. 좋은기사 원고료는 필자에게 60%가 지급되고, 나머지 40%는 수수료와 운영비로 쓰입니다. 이 시스템을 우리는 최근 기사뿐 아니라 오마이 블로그에도 적용했습니다. 이후에는 외부 블로그나 외부 사이트에도 적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시도라 할지라도 그것이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그것의 의미는 반감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마이뉴스다운 수익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 중입니다. 앞으로는 오마이스쿨과 오마이북이라는 브랜드로 교육사업과 출판사업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이제 제 발표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시민의 직접참여는 좋은 것입니다. 그를 구경꾼에서 주인공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직접참여가 의미 있으려면 남을 배려하는 참여, 책임있는 참여, 신뢰있는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스위스 글라루스주의 주민들이 모두 모여 투표권을 행사하는 란츠게마인데 현장. 오연호 대표 왼쪽이 글라루스의 농부 안드레이다.
 스위스 글라루스주의 주민들이 모두 모여 투표권을 행사하는 란츠게마인데 현장. 오연호 대표 왼쪽이 글라루스의 농부 안드레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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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글라루스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한 명의 친구를 사귈 수 있었던 것은 큰 소득이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안드레이입니다. 그는 글라루스의 농부인데 5시간 내내 비바람을 맞으며 주민총회에 참석했습니다. 저는 그를 인터뷰하면서 즉석에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자 우리는 하나의 우산을 같이 나눠쓰게 되었습니다. 그가 손을 들어 투표를 해야 할 때는 제가 우산을 들었습니다. 제가 노트에 기록을 해야할 때는 때는 그가 우산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도왔습니다. 역할은 다르지만, 나라도 다르지만, 직접민주주의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함께 협력했습니다. 덕분에 그의 아름다운 시골집에도 직접 가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한 무대 위에 서 있습니다

글라루스를 구경한 다음날엔 스위스 베른 주에 있는 소도시 인터라켄에 갔습니다. 그곳에서는 또다른 영역에서 직접민주주의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빌헬름 텔 공연을 2백 명이 참여해서 하는데, 대부분의 배우들이 인터라켄과 베른 주의 일반인들이었습니다. 여기서는 '모든 시민은 배우'였습니다. 누구나 연극 참여를 자원할 수 있는데, 올해에도 9살 꼬마에서 80대 노인까지 배우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민참여에 의해 만들어진 연극이 무려 98년 동안이나 이어졌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4일 스위스 베른 주에 있는 소도시 인터라켄에서 시민참여에 의해 만들어진 연극 '빌헬름 텔'의 부인 역할을 맡게 된 24세의 여성 마리아 테레시아를 만나 "모든 시민은 배우"가 될 수 있는 인터라켄 시민공연팀의 철학을 듣고 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4일 스위스 베른 주에 있는 소도시 인터라켄에서 시민참여에 의해 만들어진 연극 '빌헬름 텔'의 부인 역할을 맡게 된 24세의 여성 마리아 테레시아를 만나 "모든 시민은 배우"가 될 수 있는 인터라켄 시민공연팀의 철학을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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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빌헬름 텔의 부인 역할을 맡게 된 24세의 여성 마리아 테레시아를 만났습니다. 연극을 배운 적이 없는 간호사인 그는 올해 처음으로 역을 맡았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오마이뉴스의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설명하자 "모든 시민은 배우"가 될 수 있는 인터라켄 시민공연팀의 철학과 비슷하다면서 반겨주었습니다.

그녀에게 올해 이후에도 앞으로 무대에 계속 설 것인가를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답이 이랬습니다.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서고 싶은 무대는 여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가난한 몇몇 나라들을 여행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나라의 아이들은 책도 못 사볼 정도로 어려운 처지였습니다.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해볼까도 생각 중입니다."

오, 마이, 뉴스! 그의 말은 내 가슴을 때렸습니다. 그의 무대는 공연장만이 아니라 세계인 셈입니다. 그의 목표는 연극인으로서의 성공이 아니라 '사람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24세의 스위스 여성은 새삼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정치냐, 연극이냐, 언론이냐...... 이런 분야들를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 영역 안에서 나만의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글라루스에서는 '모든 시민은 의원'입니다.
인터라켄에서는 '모든 시민은 배우'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모든 시민은 기자'입니다.

우리는 각자 역할은 달라도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큰 무대에 함께 서 있습니다. 의미로운 참여로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그 무대 위에. 


태그:#유러피언드림, #스위스, #직접민주주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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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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