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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미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이 타오른 지도 2년이 됐습니다. 진보와 보수할 것 없이 모든 언론들이 '촛불 2년'을 조명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 등 일부 보수언론은 촛불 참가자들의 발언을 왜곡 보도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동고동락했던 인터넷카페, 동호회 회원과 지역촛불 주인공들, 촛불 소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사람들과의 3차례 방담을 통해 '촛불 2년'의 진정한 의미와 '촛불, 그 후'의 삶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말>

"6월 중순의 어느 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과연 사람들이 모였을까 했는데, 시민들이 우산과 비옷을 입고 그 자리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촛불의 힘임을 느꼈다. 그 느낌이 좋았던 것은 '무엇도 막아낼 수 없는 힘이 존재하고 있구나'라는 것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권혜진)

 

오랫동안 운동을 해 온 이들에게도 2008년의 촛불은 '감동'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촉발 된 2008년 촛불 당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에 있으면서 현장에서 사회를 도맡았던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그는 수많은 촛불집회 날들 중 6월 어느 날을 가장 가슴에 남은 하루로 꼽았다.

 

낭만주의자 4인, 촛불 2년을 이야기하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을 지낸 한용진 성남평화연대 정책위원장의 기억도 다르지 않다.

 

"전무후무하게 큰 비가 오고 나서 계속 비가 왔다. 그날은 정말 집회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집행부들이 걱정할 정도였다. 집회를 열어야 할까 결정이 쉽지 않아서 시청광장을 돌아다니면서 대여섯 사람에게 물어봤는데 하나같이 집회에 가자고 하더라. 굉장히 감동했다."

 

매일 같이 이어지는 촛불 집회, 지겹지는 않았을까. 한 위원장은 "육체적으로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지만, 낭만적이었다"고 말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서 활동하며 촛불의 중간에 서 있던 '낭만주의자' 4명,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한용진 성남평화연대 정책위원장, 박원석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당시 공동상황실장), 김동규 한국진보연대 민생위원회 국장(당시 조직팀장)을 지난 7일 오후 1시 30분 서대문에서 만났다.

 

촛불 이전엔 서로를 잘 몰랐던 이들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활동을 하며 가까워졌다. 촛불시위를 주도하여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수배도 함께 됐고, 100일 동안 조계사에서 벌인 농성도 함께 했다.

 

이후 넷은 2008년 11월에 체포·구속되어 다음 해 4월까지 구치소 생활을 했다. 그야말로 '동고동락'한 셈이다. 한용진씨는 "너무 친해서 징글징글 할 정도"라며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사이"라고 말했다. 촛불이 낳은 소중한 인연이다.

 

"촛불집회 진행하면서 상처도 많이 받았다"

 

이들에게 촛불집회는 감동적이었지만 동시에 큰 상처도 남겼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광우병대책회의는 참 많이도 욕을 먹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우리들 잔치인데 운동권이 왜 끼냐'는 반발심과, '대책회의가 시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다'는 불신감이 팽배했다.

 

권혜진 : "진행을 보고 있었는데 50명의 시민들이 '내려와, 내려와' 하더라. 듣도 보도 못한 욕을 들었다. 돈 받고 일 하는 것도 아니고 밀려서 올라가는 측면도 있는데 억울했다. 그런데 갑자기 100명, 200명이 '올라가, 올라가'를 외쳤다. 그래서 다시 올라가서 진행했는데 더 많은 부대가 안국동 쪽에서 오면서 내려가라고 했다.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새벽 4~5시쯤에 만날 항의하던 친구들이 욕을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웃었더니 '저거 봐 저거 나경원 같은 XX, 계속 웃는다'라고 하더라."

 

매일 매일 집회를 꾸려가야 하는 것에 대한 압박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빚어지는 시민들과의 갈등이 대책회의를 더욱 힘들게 했다.

 

박원석 : "왜 같은 편인데 싫어할까. 왜 이렇게 요구와 항의가 많았을까 생각해봤다. 아마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그 상황을 끌고 가고 있는 주체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작용한 것 같다. 그러나 대책위는 매일 매일 집회를 준비해야 했다. 시민들이 100가지 요구하면 한두 가지는 선택할 수 있을지 몰라도 모두 다 선택할 수는 없었다. 시민들은 생각 표출하는 것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그런 면에서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엔 굉장히 싫었다. 그게 더 스트레스였다."

 

한용진 : "우리의 한계였다.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훈련되어 있지 않았다. 상황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어갈 능력들이 없었다. 지금 반복된다면 그때보다는 좀 더 잘 할 자신은 있으나 질적으로 전환될 만큼 진보진영이 성장했다고 보여지지 않아서 안타깝다."

 

촛불집회 후, 운동권 내에 새로 등장한 한 '흐름'

 

진통을 겪어내면서, 상처는 아물어 갔다. 그러면서 성장했다. 촛불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에서 새로운 물꼬가 터지고 있다.

 

권혜진 : "개인의 자발성을 발휘해서 보수나 진보의 개념을 벗어나 창의적인 운동을 하는 것, 이런 것이 촛불의 방식이다. 그런 것들을 믿고 지지하고 촉진하는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운동과 관련해서 교육희망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교육희망네트워크는 전국적으로 40여개 풀뿌리 광역단위로 구성되어있는데, 상층에서 결정하면 따라오라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개인 간의 연대, 개인의 자발성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운동권 내에서도 (시민들을) 가르치려들지 말아야 한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김동규 : "청년이나 학생들 조직에서 지금 시대에 맞는 요구에 부응하려는 노력이 있다. 청년유니온처럼 20~30대 청년 노동자를 조직 하려고 하는 등 촛불 경험에 기반한 새로운 시도가  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촛불이 끝나고 큰 변화가 있을 줄 알았지만 사회는 더욱 후퇴하고 있다는 씁쓸한 평가들이 많다.

 

박원석 :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기본적이다.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정부를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를 비판하면 처벌의 대상이 됨에 따라 다음 아고라에서 그렇게 자유스러웠던 여론들이 많이 위축되었다. 그런 면에서 촛불이 남긴 게 뭐 있나, 이런 회의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인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민주주의가 쉬운 게 아니구나' 이런 것에 대한 학습이나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라고 본다. 사회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과정은 아니지만 불가피하다면 대응하고 맞서야 한다."

 

"총체적 리더십의 부재... 시스템 재점검도 필요"

 

몇몇은 사회가 변화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리더십의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권혜진 :
 "소통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기자회견조차도 막는 방식은 리더십의 부재라고 봐야 한다. 광장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축제처럼 자신의 이야기 할 수 있는, 이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박원석 : "한국 사회 총체적으로 리더십의 위기가 있다. 국민들이 갖고 있는 역동성을 수렴하고 더 높은 단계로 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의 주체가 없다. 제도 정치가 불신 받았는데 아무것도 못했다. 촛불이 끝났는데도 달라진 게 없다. 운동도 그런 면에서 비슷하다. 매일 매일 운동의 무능함을 확인하고 있다. 우리가 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은 많은데 변화의 실마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리더십보다는 리더십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의 부재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김동규 : "시스템에 대한 재점검이 더 필요하다. 한 번 뽑아놓으면 손 쓸 수 없는 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게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 것에 대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게 민주주의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구이지 않나 싶다. 주민소환제, 주민발의제, 국민투표, 이런 것들이 최대한 보장 되고 이러한 제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본다."

 

"정권 말기에 또다시 분출할 수 있지만, 축제·평화 형태 아닐 것"

 

 
사회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은 갈렸지만 그들이 입을 모은 것은 제 2의 촛불에 대한 예측이었다. 2008년의 촛불과 같은 형태는 아니겠지만 언제든, 어떻게든 촛불은 일어날 것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다.

 

김동규 : "제 2의 촛불 일어난다고 믿고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방식이 꼭 촛불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권혜진 : "1~2년 후 정권 말기에는 어떤 형태로든 분출될 요소는 갖고 있다. 하지만 축제, 평화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분노는 한꺼번에 일어날 것이다."

한용진 : "구체적인 계기가 예측되어진다고 하면 촛불로서 힘을 발휘 못할 것이다. 어떤 계기로 촛불이 촉발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확실한 것 하나는 MB가 이런 식으로 계속 하는 한 촛불과 같은 그런 힘들은 계속 내재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2의 촛불은 붓 뚜껑(투표)에서 나올 것이다."

 

"<조선> 촛불기획, 이명박 정부의 유치한 보복"

'촛불'을 다시 회상할 수 있었던 만남 뒤, <조선일보>가 '촛불'을 들고 나왔다. 10일부터 연일 내보낸 <조선>의 '촛불 2주년 기사'는 왜곡과 조작으로 점철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활동가였던 이들은 기사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12일, 전화로 의견을 물었다.

 

한용진 :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부의 가장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촛불 문제를 정당화 하려고 왜곡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반 MB 정서가 확산되어 한나라당이 심판 받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최후의 발악 같은 기사를 낸 것이다."

박원석 : "왜 하필 이 시점에 이런 보도를 연속적으로 하냐. 다분히 선거를 의식해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4대강이나 무상급식 쟁점들의 확산을 막고 이데올로기적인 선거 구도를 만들어가려는 것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이명박 대통령의 '반성하라'발언으로 이어졌다.

 

김동규 : "이명박 대통령, 당시에는 반성한다고 국민의 목소리 듣겠다고 했는데 2년 후 국민들 향해서 유치한 보복을 하고 있다."

권혜진 : "당시 촛불은 소통하지 못한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 가장 컸다. 지금도 '반성해라' 명령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군림하려는 것이다. 당시와 전혀 달라진 것 없음을 보여준다."

한용진 : "기억력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이 MB보고 '머리 나쁜 2mb'라고 했는데 그게 사실인 듯하다. 어떻게 2년 전 일을 그렇게 쉽게 잊어버릴 수 있나."


태그:#촛불,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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