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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 들풀 같기도 하고 배추 같기도 하다.
 곰보배추. 들풀 같기도 하고 배추 같기도 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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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라는 게 있다. 지역에 따라 못난이배추, 문둥이배추라고도 불리는 채소다. 언뜻 보기에 들풀 같지만 배추를 닮아 잎이 퍼져 있다. 이파리 양쪽에 잔털이 조금 있고, 가장자리는 톱니 모양이다.

옛날 시골사람들은 이 곰보배추의 잎으로 진액을 만들어 물에 타 마셨다. 생잎 말린 것을 끓여 마시기도 했다. 나물로 무쳐먹기도 했다. 기침과 해소를 없애는 약재로도 썼다. 들이나 산에 지천으로 피고 지는 풀이나 나무에서 먹을거리를 찾고 약재를 구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 그대로다.

이 곰보배추의 효능에 관심을 가진 이가 있다.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응용리에 사는 최미경(여·44)씨. 지난 2005년 우연한 기회에 곰보배추를 접한 그녀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우리 조상들이 식용과 약용으로 썼던 것이라면 분명 좋은 음식재료가 되고 약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곰보배추의 매력에 푹 빠진 최미경씨. 그녀가 하우스에서 곰보배추를 뜯고 있다.
 곰보배추의 매력에 푹 빠진 최미경씨. 그녀가 하우스에서 곰보배추를 뜯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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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된장. 최미경씨가 곰보배추분말과 엑기스를 넣어 만든 것이다. 특허 받은 된장이다.
 곰보배추된장. 최미경씨가 곰보배추분말과 엑기스를 넣어 만든 것이다. 특허 받은 된장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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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첫 맛은 떨떠름했다. 처음 맛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향이 워낙 강해 거부감이 들었다. 최씨는 그날부터 어떻게 하면 부담 없이 곰보배추를 식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곰보배추된장을 버무려냈다. 부모형제와 이웃의 시식을 거쳐 찾아낸 곰보배추된장이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메주를 쑤고 장을 담글 때 곰보배추 엑기스나 분말을 넣는 방식으로 전통방법에 의한 된장제조 특허까지 얻은 그녀는 2007년 상품화에 눈을 돌렸다. 지금도 1㎏에 2만 원으로 비싸게 팔고 있다. 하지만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이 다시 찾으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수익도 쏠쏠하다.

"곰보배추는 기침, 천식, 가래 등 기관지 질환과 폐렴, 생리불순, 자궁염 등 부인병에 탁월한 효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숙취 해소에도 좋고요. 막말로 기침과 천식, 숙취를 잡는 도사죠."

최씨의 얘기다.

곰보배추. 쌈채용으로 씻은 것이다.
 곰보배추. 쌈채용으로 씻은 것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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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 진액을 넣어 재운 쌈밥용 돼지고기 수육. 부드러우면서 맛도 좋다.
 곰보배추 진액을 넣어 재운 쌈밥용 돼지고기 수육. 부드러우면서 맛도 좋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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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그녀는 최근 농업진흥청의 도움을 받아 향토음식자원화 사업장을 겸한 '농가맛집'까지 차렸다. 정신까지 맑게 해주는 곰보배추를 밥과 함께 섭취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최씨가 낸 농가맛집의 상호는 '보자기'. 쌈채소로 곰보배추를 내놓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서 차리는 식단에는 모두 곰보배추 엑기스나 분말이 들어 있다. 쌈된장과 된장국은 물론 버섯무침, 우렁이 회무침까지도….

돼지고기 수육이나 닭·오리요리에도 곰보배추 진액을 넣어 재운다. 고기가 맛깔스럽고 느끼하지 않는 게 특징. 심지어 밥을 지을 때도 곰보배추 분말을 넣는다. 물 대신 나오는 곰보배추음료와 식후에 내놓는 곰보배추차도 있다. 밥부터 반찬까지 온통 곰보배추로 차린 '곰보배추밥상'인 셈이다.

상추와 곰보배추에 싼 돼지고기수육 한 점. 맛깔스럽게 생겼다.
 상추와 곰보배추에 싼 돼지고기수육 한 점. 맛깔스럽게 생겼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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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경씨가 곰보배추쌈밥에 내놓을 상추를 뜯고 있다. 최씨가 내놓는 모든 쌈채는 직접 재배한 것들이다.
 최미경씨가 곰보배추쌈밥에 내놓을 상추를 뜯고 있다. 최씨가 내놓는 모든 쌈채는 직접 재배한 것들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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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상차림에 곰보배추 효소나 분말을 넣었는데도 맛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곰보배추의 성분과 효능은 그대로 살리면서 기존의 맛과 차이가 없도록 한 건 그녀만의 노하우다. 화학조미료도 전혀 쓰지 않아 과식을 해도 탈이 나지 않는다는 게 식당 이용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쌈채소로 나오는 겨자채, 쑥갓, 양상추, 치커리와 마늘, 고추까지도 그녀가 직접 가꾼 것이어서 믿음을 더한다. 쌈된장과 회무침에 들어가는 우렁이까지도 남편(김재규)이 양식한 것이다.

이런 만큼 그녀와 남편이 운영하는 하우스는 여러 가지 쌈채소로 가득하다. 곰보배추 660㎡를 비롯해 상추와 치커리 등 쌈채 990㎡, 부추와 딸기 각 660㎡ 등이 있다. 여기에다 우렁이양식장이 있고, 벼농사와 배추농사도 짓고 있다.

최미경씨의 남편 김재규씨가 우렁이양식장에서 직접 양식하고 있는 우렁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최미경씨의 남편 김재규씨가 우렁이양식장에서 직접 양식하고 있는 우렁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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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경씨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부추를 살피고 있다. 이 부추도 곰보배추쌈밥과 함께 내놓을 것이다.
 최미경씨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부추를 살피고 있다. 이 부추도 곰보배추쌈밥과 함께 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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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곰보배추가 우리 몸의 세포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없애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습니다. 곰보배추가 천연항생제인 셈이죠. 앞으로 재배면적을 더 늘리고, 또 여건이 되면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곰보배추의 효능을 볼 수 있도록 껌과 사탕으로 개발하고 싶어요. 돈보다도 농촌을 지키면서 좋은 먹을거리를 더 많은 이웃과 나누고 싶습니다."

최씨의 곰보배추 예찬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최미경씨가 농가맛집 '보자기'에서 짬을 이용해 딸기를 다듬고 있다. 그녀는 이 친환경 딸기로 딸기잼을 직접 만들어 팔고 있다.
 최미경씨가 농가맛집 '보자기'에서 짬을 이용해 딸기를 다듬고 있다. 그녀는 이 친환경 딸기로 딸기잼을 직접 만들어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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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곰보배추, #최미경, #곰보배추쌈밥, #보자기, #농가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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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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