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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된장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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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씨 빻아주세요"
"고추씨 빻아서 어디에 쓰려고요?"
"된장버무릴 때 넣으면 좋다고해서요"
"내 생각에는 고추씨는 안 넣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난 고추씨를 빻아주면 돈벌어서 좋지만 된장에 고추씨를 넣으면 입에서 거칠거칠 걸리더라구요."

방앗간 주인과의 대화다. 어떻게 할까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옆에 있던 다른 주부도 "된장에 고추씨는 아무리 곱게 빻아도 입 안에서 겉도니깐 안 넣는 것이 좋아요" 한다. 그들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고추씨가 입안에서 겉도는 것이 느껴지는 듯했다. 하여 고추씨 넣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메주가루를 빻는 동안 방앗간 여주인은 "메주가루를 먼저 장 우려진 물로 개어야 해요. 메주가루가 많이 부푸니깐 장 우려진 물을 조금 넉넉히 붓고요.그리고 메주를 손으로 잘 으깨고 싱거우면 소금을 넣어서 간을 맞추어요. 그래야 변하지 않으니까요."

마치 친정엄마처럼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장 담근 지가 오래되다 보니 그의 친절한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될 듯했다. 난 한 가지 의심나는 것이 있어 그에게 물어봤다.

"그런데요 장 우릴 때 위에 하얗게 뭐가 생기던데 그건 왜 그래요?"
"하얗게 생기는 것은 간장꽃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다 생겨요. 푸른 곰팡이처럼 먼지가 안나면 괜찮아요. 하얀곰팡이가 생기는 것은 맛있는 거예요."

안심이 되었다. 하얀 곰팡이를 거둬내면 또생기고 해서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올 봄은 햇볕 좋은 날이 많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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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주가루를 버무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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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버무려진 메주가루와 메주를 함께 섞어 덩어리가 없어질 때까지 손으로 으깨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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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23일) 메주가루를 빻아서 집으로 돌아와서 간장과 된장을 만들 준비를서둘렀다. 장 담근 지 거의 두 달만이었다. 그들이 가르쳐준대로 제일 먼저 메주가루에 장 우려진 물을 붓고 버무렸다.

그리곤 항아리에서 메주를 꺼내어 메주가루와 섞어 곱게 으깨주었다. 덩어리가 없어질 때까지. 간을 보니 소금은 더 넣지 않아도 좋았다. 메주를 꺼내고 남은 우려진 장물은 찜통에 담아 2시간 정도 끓여주었다. 집안이 온통 장 끓는 냄새로 진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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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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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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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아주 성공적으로 간장과 된장이 완성되었다. 펄펄 잘 다려진 간장은 식은 다음 항아리에 붓고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놓아두었다. 곱게 으깨진 된장은 작은 용기에 담았다. 된장 위에 소금을 뿌려주고  마무리를 했다.

그동안 얻어 먹은 사람들에게 한병씩 주려고 아예 너무 크지 않은 병에 담았다. 담다보니 된장의 양이 생각보다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다음에는 좀 더 많이 담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주말에 딸아이가 왔다. 딸아이한테 간장과 된장을 보여주자 "엄마 정말 신기하다. 집에서 엄마가 이런 것을 다 담그고" 한다. 딸도 된장을 찍어 맛을 보더니 맛있다고 한다. 딸아이게 두 병을 주면서 물들어가지 않게 조심하고 햇볕 잘 드는 곳에 놔두라고 했다.

창가에 된장과 간장항아리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마치 친구처럼. 정겨운 그 모습을 보기만해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태그:#간장,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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