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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제주도에 와서 귤농사를 배우고 있습니다. 가족은 울산에 있고 저 혼자 제주 토박이 농부님의 도움으로 빈 집을 얻어 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줄곧 농부님의 귤농장에서 일을 해왔습니다. 농부님은 올해 귤농장 시범사업자로 선정되어서 평지에 심어 관리하던 귤나무를 고랑을 내어 둔턱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할일이 참 많았습니다.

"형님, 오늘은 귤 밭 일 잠시 쉬고 우리집 일 좀 도와 줍서예."

농부님과 함께 귤농장까지 갔다가 한 번 둘러 본 후 다시 차를 몰아 농부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동안 서귀포에서 아파트를 얻어 살다가 시골 집으로 이사를 한 지 약 3개월이 되어 갑니다. 옛날 집이다 보니 화장실이 집에서 20여 미터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것도 수세식이 아닌 푸세식이라 아이들에겐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을 겁니다. 그동안 귤농장 일 보느라 바빠 화장실 개조를 못하다가 어제에서야 날잡아 공사에 들어간 것입니다.

가보니 전문 건설업자가 이미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쉬운 작업은 아닌 듯보였습니다. 화장실을 밖에서 집 안으로 들이는 일이기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마침 욕실이 있었습니다. 그 욕실 귀퉁이에 대변, 소변을 볼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대소변이 흘러 내려 갈수 있도록 100미리 큰 관을 묻는 작업을 진행 했습니다. 벽을 뚫고 길을 따라 땅을 파나갔습니다. 관과 관을 연결하고 아교풀로 발라 접착했습니다.

제주도는 화산 활동을 한 곳이라 화산 돌이 많다더니 정말이었습니다. 길을 내며 흙을 파나갔는데 곡괭이로 굳어진 흙을 내리 찍으면 퍽하고 더이상 파지지 않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곳을 장갑 낀 손으로 흙을 치워보면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박혀 있었습니다. 작은 돌은 곡괭이로 몇차례 찍어 내리면 파내졌는데 큰 돌은 아무리 때려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화산 돌이 그리도 단단한지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거기에선 다른 분이 큰 드릴로 드드드하며 돌을 조각내었습니다.

저는 울산서 직장만 다녀서 모든 것이 초보였습니다. 곡괭이질도 삽질도 어슬펐습니다. 특히나 큰 드릴은 사용할 줄을 몰랐습니다. 들어 보니 쇠뭉치 기계라 무게만도 엄청 났습니다. 농부님은 그것을 들고는 자유자재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형님, 이거는예 요령이라예 기계가 무겁잖아예 이 무게로 돌을 깨트리는 거라예, 이렇게예."

그 기계는 손잡이가 아래 위로 두개 달려 있었습니다. 위 손잡이엔 작동시키는 단추가 있고 아래 손잡인 그냥 고정시키는 장치였습니다. 기계를 위로 세우고 위 손가락으로 동작 단추를 누르면 땅에 길게 나있는 쇠작대기가 위아래로 빨리 움직이며 돌이 깨졌습니다. 보기엔 쉬워 보여 한 번 해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작동시켰는데도 온 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이 떨렸습니다.

체구도 저보다 작은 농부님은 저보다 일을 월등히 잘했습니다. 곡괭이질이고 삽질이고 닥치는 대로 잘했습니다. 한편으로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파이프를 모두 연결하고는 마당 한모퉁이에 구덩이를 크게 팠습니다. 그 구덩이는 빌려온 작은 중장비로 처리했습니다. 농부님은 작은 중장비도 능수능란하게 작동 시켰습니다. 제주 농촌에선 농부에게 여러가지 기계를 빌려주고 있었습니다. 트렉터, 포클레인, 파쇄기 같은 중장비도 농촌지도소 관할 기계 보관소에서 모두 빌려 쓸 수 있었습니다.

잠시 중장비로 구덩이를 넓직하게 파내고 큰 정화조를 땅에 묻었습니다. 파이프 관을 정화조와 연결 시키고 어제 작업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집안에서 마당 귀퉁이까지 땅을 파내고 파이프 관을 묻고 정화조를 설치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오전 9시경 시작한 작업이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으니까요.

이제 욕실에 발라놓은 시멘트가 마르고 거기다 변기를 설치하면 작업이 완전히 끝나게 됩니다. 힘든 하루였지만 귀농살이 할 저는 또하나의 큰 작업에 대해 배웠습니다. 곡괭이질과 삽질 그리고 돌깨는 드릴 사용법도 배웠습니다.

도시 생활보다 시골 생활이 더 많이 배울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 생활은 직장 다니고 한달에 한 번 월급 받아 생활 할 수 있지만 시골 생활은 닥치는 모든 일을 자신이 스스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더군요. 앞으로 무엇을 얼마나 더 배워야 완전한 시골사람이 될까요? 배워야 할게 무궁무진해서 앞으로 몇 년은 더 지내야 이게 시골살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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