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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약탈 문화재 환수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천오층석탑환수위원회(상임위원장 이상구 이천문화원장, 이하 환수위)가 일본에 실무협상을 파견해 환수논의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천오층석탑은 일제강점기인 '조선물산공진회'라는 이름으로 박람회를 열었던 1915년 경복궁으로 옮겨졌다가 1918년 토목·건축사업을 주도하던 오쿠라 기하찌로(大倉喜八郞)에 의해 일본으로 옮겨졌다. 현재는 오쿠라재단이 운영하는 사설박물관인 오쿠라 '집고관(集古館)'에 전시되어 있다.

 

환수위는 지난 18일 박창희 전 한국외국어대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실무협상단(이하 협상단)을 일본에 파견했다. 그리고 이번 협상단 파견이 공식적인 반환 요청서를 제출하기위한 사전 준비라고 밝혔다. 이어 4월 20일 집고관 부관장인 시부야(오쿠라 문화재단 이사)씨를 집고관 접견실에서 공식 접촉하고 석탑 환수를 요청하는 시민들의 서명과 함께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적은 요망서(要望書)를 전달했다. 아울러 석탑 환수를 계기로 한일 양국 간의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열어가는 데 이천시민과 오쿠라 문화재단이 앞장서자고 제안하였다. 지난해 8월부터 진행한 이천오층석탑 환수 범시민서명운동의 참여 인원은 23일 현재까지 6만 8000명에 달한다.

 

서명과 요망서를 전달받은 집고관 측은 "석탑을 관람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현재로써는 소유권이 우리에게 있어 아직은 반환이나 기증이라는 말을 하기 어렵다"며 "미래지향적인 공헌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 하였다. 또 이천오층석탑이 "이곳(도쿄)에 있어도 일본에 방문하는 한국인들도 언제든지 볼 수 있고, 우리가 보관을 더 잘 하고 있으며, 일본 국민들도 이 석탑을 보고 한국의 석탑에 대해 잘 알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협상단은 "석탑이 일본에 오게 된 것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식민지배를 받았기 때문인데 이제 해방이 된 지 오래이므로 당연히 역사청산이 되어야 하며 석탑 또한 당연히 돌아와야 한다"고 대응하고 "오는 7월과 9월 경 한국과 일본에서 교차 개최할 예정인 국제심포지엄에 오쿠라 문화재단이 참여해 관련내용을 발표해 줄 것"을 제안하였다.

 

일본 내 언론과 네트워크를 통한 압박 활동 전개

 

 

협상단은 이번 실무협상을 위한 방문 기간중 일본의 유력언론인 <아사히> <마이니찌> <나가노현 시나노 마이니찌> 등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중 <마이니찌>의 경우 21일자 도쿄 조간에 "석탑이 고려시대인 11세기에 만들어져 한국의 이천에 있었다, 1915년 즈음, 오쿠라 호텔 창업자인 오쿠라 키시치로의 아버지 오쿠라 키하치로가 일본에 가지고 왔다"며, "이천시민 6만명의 서명으로 반환받길 원하지만 오쿠라재단은 기증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하고 현재 석탑의 상태와 현재 환수운동의 진행 상황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역사학계의 태두로 평가 받는 우에다 마사아키 교수가 이천오층석탑환수활동을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하였다.

 

4월 22일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우에다 교수는 석탑이 일본에 오게 된 정확한 경로 규명을 전제로 "일본내 관료와 여론에 알려 오층석탑이 고향 이천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지난 20일 오쿠라재단과의 회동 결과를 전해들은 우에다 교수는 "오쿠라 문화재단의 한일역사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경술국치 100년을 맞이한 금년에는 외국문화재를 수탈하였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중요문화재는 반드시 있던 자리로 가야 한다"며 "이천시민의 열망이 대단하다, 나의 지인들이 정관계에 많이 진출해 있다, 그들을 움직여 오쿠라재단의 변화를 이끌어 내어 석탑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이는 한일우호관계를 개선하는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우에다 마사아키 교수는

일본 교토대 사학과 명예교수로 일본 고대 사학계의 태두로 불린다. 1925년생으로 교토에서 태어나 교토공립고교를 거쳐 교토대 사학과에 재직하며 일본 고대사 및 한·일 고대 교류사 연구에 일생을 바쳐왔다.

 

2001년 12월 "'일본 천황이 간무천황의 생모가 백제의 무령왕의 자손이다라'고 속일본기에 적혀 있는 것에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라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84세의 고령에도 왕성한 연구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시아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08년 한국에서 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에도 참석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 정부로부터 한반도와 일본의 고대 교류사를 연구하고, 고려미술관 개설과 다문화공생사회의 실현 등에 주력해 온 공로로 민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최고훈장인 수교훈장(修交勳章) 숭례장(崇禮章)을 받았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는 '조선통신사' 관련 일본권위자인 나까오 히로시 교수(교토조형예술대)가 동석했다.

 

환수위 한 관계자는 이번 우에다 교수 등 일본 저명인사들과의 만남은 도쿄와 교토를 축으로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4월 18일 출국한 협상단은 20일 오쿠라 재단측과의 실무협상을 진행했고, 이후 도쿄 국평사(재일 교포2세 윤벽암 주지, 태평양 전쟁 희생자 명단 봉안)에서 일본 지원 네트워크와 간담회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누었다.

 

그 뒤 이들은 21일 교토로 이동해 교토와 오사카에서 석탑 반환에 뜻을 같이 하는 일본 내 저술가, 활동가, 사학자, 미술사학관계자 등 지원 네트워크들과 긴밀히 접촉하는 등의 환수 관련 활동을 전개한 후 23일 귀국했다.


태그:#이천오층석탑, #오쿠라재단, #문화재환수, #경술국치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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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퇴촌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맨발로 땅을 딛고 걷는 날이 올까를 궁금해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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