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지하철역 7번 출구 층계를
두 계단씩 뛰어 올라가다가
흠칫 놀라 뒤돌아본다.
초겨울 바람 얼음송곳처럼
얼굴을 파고드는데
웃통을 벗고 벌거숭이로
층계참에 몸을 둥글게 말아
고개를 땅에 박고 있는 늙은 남자.
나는 순간 누가 내 얼굴에
물잔을 끼얹는 듯 확 정신이
든 눈으로 찬찬히 보니
누군가 아주 오래 전
공을 들여 한땀 한땀 새겼을
문신의 눈 먼 용 한 마리가
늙은 사내의 등가죽을 찢고
곧 날아오를 듯했다.
사내가 깔고 있는
신문지에는 용산시장이 화염 속에 불타고 있고,
동냥함으로 보이는
커피 얼룩 남아 있는 종이컵 안에
동전 서너닢과 지폐 한장 담겨 있었다.
그리고 때묻은 맨발 하나가,
부처가 관 밖으로 내밀 듯이
늙은 사내의 둥글게 말고 있는
옹관 같은 몸 밖으로
거북이 목처럼 내밀고 있었다.
늙은 사내의 얼어붙은 몸속으로는
도저히 똘똘 양말처럼
말아 집어 넣을 수 없었을,
시퍼렇게 얼어터진 다섯개 발가락들,
그래도 아귀차게 동사직전의 한 생명줄을
필사적으로 움켜잡고 꿈틀거리는 듯 하였다.
이따금씩 지하철 질주 하는 굉음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날카로운 호루라기 한 *점(點)이 길게 불어
곧 전경들과 물대포라도 출동한다면,
저 눈 먼 용의 눈동자에 화룡점정 그려지고
이글 이글 화염불이 뿜어나면서
태아처럼 웅크린 사내의 몸을 지붕처럼
뚫고 팍- 날아오르기라도 할 기세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