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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아침,  신문을 산다. 교통카드를 충전하기도 하고 추울 때엔 따뜻한 커피를 사기도 한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흔히 볼 수 있는 가판대(가로판매대)에서 말이다. 바쁜 출퇴근 시간에 가판대는 유용하다. 그런데 요즘 이 가판대를 이용하는 손님들을 보기 어렵다. 신문을 사는 사람도, 음료수를 사는 사람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면서 눈에 띈 것도 이 가판대다. 버스정류장 근처의 가판대들이 네모 반듯하게 모두 같은 모양, 같은 색깔을 하고 있었다. '디자인서울사업'의 일환으로 가판대의 모양을 규격화시켰기 때문이다. 도시경관과 보행자의 권리를 위해 지저분한 가판대를 정리하고, 일정한 규격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서울시내 가판대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해보았다.

'디자인 서울'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서울시 가판대 교체 전후
▲ 가판대 교체 전후 '디자인 서울'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서울시 가판대 교체 전후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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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하여 받은 자료
▲ 서울시 가판대 현황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하여 받은 자료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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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가판대현황을 보면 2007년(이명박 전 서울시장시절)에 455개가 철거되었고 그 이후에도 점점 줄어들어 현재 1363개가 있다고 한다.

서울시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디자인서울사업'과 관련하여 가판대를 교체한 것은 총 1360개(A형:200개/ B형: 960개)이고 교체비용은 A형 :9,449,992원 B형: 7,919,410원이라고 한다. 가판대 교체비용으로 사용한 예산이 총 95억여 원 인 것이다. 

교체비용은 전액 서울시부담이고 운영자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서울특별시보도상영업시설물 관리등에 관한 조례]에 의거해서 연간 대부료(시설물가액×0.07)을 납부한다.

이렇게 교체된 가판대는 일정한 규격대로 상품을 진열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을 잘보이게 해 놓기 어렵다. 또, 도시경관을 헤친다는 이유로 가판대 내에 마음대로 광고판을 부착할 수도 없다. 가판대에는 오직 서울시를 광고하는 광고판들만 부착되어 있을 뿐이다. 가판대의 색도 어두운 편이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물건을 파는 쪽만 개방해야 하고 아무 데나 상품을 진열하면 안된다. 가판대의 삼면이 막혀있어 옆이나, 뒤에서는 열었는지 잘 알 수도 없다. 이러한 갖가지 이유들이 가판대를 이용하는 손님들을 점점 줄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경관을 좋게 하고, 시민들의 보행권을 위해서 가판대를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 나쁜 것은 아니다. 가판대 교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진행한 이 사업은 디자인에는 공을 들였지만 서민들의 삶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가판대교체로 오히려 손님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하소연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민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95억 원이나 들여서 한 사업이 오히려 서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성냥갑같이 작은 가판대 안에서 갑갑함을 견뎌가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 깨끗한 도로가 아니라 그들의 삶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울시, #가판대, #서울디자인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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