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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상을 겪고 집에 귀가하면 텅 빈 집이 기다린다. 혼자서 밥을 해 먹으면 맛도 없고, 영양을 다 챙기기 힘들다. 한 번 아프기라도 하면 이러다 혼자 죽지 않을까 마음이 덜컥 한다. 혼자서 사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경우에 어떤 마음이 드는지 충분히 잘 알 것이다.

요즘 혼자 사는 사람, 즉 '1인 가족'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학을 위해서 상경하거나, 일을 위해서 독립하거나. 하지만 '1인 가족'을 위해 사회에서 나오는 것이라곤 원룸, 햇반 등 몇 되지 않는 것들이다.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꾸려 먹을 거리를 직접 재배하기로 했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이웃랄랄라'라는 공동체 모임이 그 주인공.

혼자살기, 이웃랄라라와 함께라면 어렵지 않아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웃랄랄라 회원들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이웃랄랄라 회원들
ⓒ 김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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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1시. 합정의 '벼레별까페' 옥상에 12명 가량의 회원들이 모였다. 이미 흙과 모종 등을 옥상으로 나르고 있었다. 40여분 가량 모종과 각종 흙들을 나르는 작업을 끝낸 후에 회원들은 각자가 준비한 스티로폼 박스에 흙을 담고 준비한 모종을 심었다.

이날 참석한 회원 중 유일한 남성인 이상호(27)씨는 처음에는 친구의 소개로 '이웃 랄랄라'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상호씨는 "요즘 사람들은 자기 할 것만 해서 회사 동료 아니면 학교 친구 밖에 없는데 집 근처에서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파프리카를 심으려고 했는데 기간이 맞지 않아 못 심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모종을 심기 전 설명을 듣고 있는 회원들
 모종을 심기 전 설명을 듣고 있는 회원들
ⓒ 김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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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손으로 119 부르는 친구도... 사회 지원 필요

공동체 '이웃랄랄라'를 창안한 이정인(31)씨에게 이 모임에 대해 자세한 것을 물었다. 정인씨는 주위에서 혼자 사는 친구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제 친구는 자기 손으로 119 구급차를 불러서 갔다는 친구도 있었어요. 이런 1인 가족이 점점 늘어나는데 이들에게 행정적이나 감성적 지원이 사회에서는 너무 부족해요. 사회가 1인 가족에게는 문을 닫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친구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에서 개최한 '2009 사회창안 대회'에서 1위를 수상하면서 현실화 되었다고 한다. 1위 수상으로 받은 상금과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3만원으로 '이웃랄랄라'를 운영하고 있다고. 장소는 '이웃 랄랄라'를 창안한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들었을 당시 튜터분이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대표여서 그 장소인 카페를 빌려주셨다고 한다. 

사람들이 정에 많이 굶주려 있다는 것을 느껴

열심히 흙을 퍼는 '이웃 랄랄라'회원들
 열심히 흙을 퍼는 '이웃 랄랄라'회원들
ⓒ 김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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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정인씨도 이렇게 사람이 모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지금은 인원을 더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추가 모집을 한다고 하면 너무 사람이 몰려서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정에) 많이 굶주려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농작물 재배는 1년을 길게 두고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하는 프로젝트이다. 앞으로 정인씨는 여름방학에는 농활, 추수할 때는 추수 파티도 할 예정이다. 수확이 잘 되면 카페에 재료를 제공해서 메뉴를 만든다든가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혼자 있는 사람들이 굳이 멀리 있는 친구를 부르기 보다는 동네에서 사는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간단하게 맥주하고 싶을 때, 아플 때, 혼자 애환을 보내는 것보다는 당장 달려와 줄 수 있는 그런 친구 말이예요."


태그:#이웃 랄랄라, #1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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