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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식물원 부부의 제안으로 강화도에서 귀가하는 길에 대명항에 들렀습니다. 김포시 대곶면 대명리의 대명항은 김포의 유일한 포구입니다. 서울에서 지척인 만큼 사람들의 발길도 적지 않습니다.

 

강화도에서 초지대교를 건너와 좌회전을 하면 바로 만나게 됩니다. 오렌지색 긴 수산물 직판장이 있고 강화해협 쪽에는 월남전 참전 경력을 가진 퇴역한 군함 '운봉함'을 정박해 두고 그곳에 함상공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포시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라는 이점을 살려 2009년 '대명포구'에서 2종 어항인 '대명항'으로 승격하고 '대명항축제'를 개최하는 등 대처사람들의 발길을 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포구의 옛 정취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아쉬움입니다. 인천과 강화를 오가던 뱃길은 8년 전에 1.2Km의 4차선 콘크리트 초지대교로 대치되었지요.  H빔 철골로 새롭게 정비된 직판장과 한 치도 벗어나지 않게 재배열된 아크릴 상호들과 함께 옛날의 흥취도 정비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포구의 비린내는 정비될 수 없는 법이지요. 저는 비린내를 단서로 깨끗하게 정비된 대명항이 아니라 대명포구의 기억을 되살려 보기로 했습니다.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처럼 주꾸미는 봄이 제철이지요. 주꾸미뿐만 아니라 병어, 밴댕이, 삼식이가 4월의 어망을 채우는 어종입니다.

 

항구에는 새로 만든 어선이 무사고를 기원하는 오색 깃발이 나부끼고 갈매기들은 해풍에 활짝 편 날개를 맡기고 있습니다.

 

제가 여행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은 낯선 도시의 오래된 골목구경과 재래시장 구경입니다.

 

그곳에서는 늘 삶의 진실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골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만난 사람이 스스로를 포장하며 거들먹 피우지 않습니다. 시장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치열함을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좀 지쳤다고, 혹은 작은 좌절 앞에서, 또한 도도함에 생채기가 났다고 중단되거나 포기되어야할 만큼 자질구레한 것이 아닙니다.

 

대명항 어시장의 회칼에 자신의 양쪽 옆구리 살점을 모두 내주고, 얼음을 이불처럼 덮고도 가쁜 숨을 내쉬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농어처럼 끝까지 치열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살을 에고 소금 치는 소리'를 하더라도 자신의 진정성만이 매달릴 구명밧줄입니다.

 

그래서 전 삶이 궂은 날, 골목이나 시장으로 갑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대명항, #김포, #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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