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바른교육국민연합 창립대회 '좌파교육' 발언에 대해 거듭 해명했다.

안 원내대표는 1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교육국민 연합 축사와 관련, "발언내용이 담긴 동영상 일부만을 편집 게재해서 전체발언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법치주의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에 범죄들이 발생한다는 전후발언은 잘라버리고 짜깁기 편집해서 왜곡보도한 것"이라며 "이것은 여론 조작하고 왜곡 선동하는 것이고 당사자에게는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좌편향이념교육과 아동성폭력 교묘하게 연결시켜 보도한 것은 이념보도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0년간의 좌파정권 동안... 엄청나게 편향된 교육"

왜곡보도? 이념보도? 안 원내대표의 발언을 최초 보도한 기자로서 나는 안 원내대표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바른교육국민연합 창립대회의 현장 분위기는 '좌파척결! 보수단결!'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만큼 '이념적'으로 뜨거웠다. 이 단체가 내건 슬로건이 '반전교조 교육감 후보 단일화'다. 2년 전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가 촛불 세력에 의해서 주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써놨다. 만세삼창까지 나왔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은 마이크를 잡고 노골적으로 "이번 교육감 선거 성격은 전교조 후보 대 애국 후보의 한판 대결"이라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도 단상에 올라 이날 창립대회를 축하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년간의 좌파정권 동안에 정말 교육이 엄청나게 편향된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잘못된 편향된 교육을 이제 정상화된 교육으로 바꿔 나가야 됩니다. 이것이 오늘날 이 시대에 있어서 교육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떻습니까?(박수)"

안 원내대표는 발언 내내 지금까지 '편향된 교육','좌편향 교육', '이념적 교육'이 실시됐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지난 10년 동안의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발언 말미에 문제의 발언을 하게 된다.

안 원내대표는 "정말 자유민주주의 되려면 법치주의가 우선 완성돼야 한다"면서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교육은 자유민주주의 교육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는 법치주의"라고 말했다.

"법을 지키는 정신이 몸 속에 체득돼 있어야 합니다. 지금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떼법이 난무하고 폭력이 난무하고 시위도 불법이 난무합니다. 이렇게 선진국가가 될 수 있습니까.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이런 잘못된 교육에 의해서 대한민국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많은 세력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흉악범죄들, 아동 성폭력 범죄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법치주의가 아직 이 땅에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언에 책임지지 않고 언론 탓, 좌파 탓하는 안 원내대표

다시 자세히 살펴보자. 안 원내대표는 먼저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교육은 자유민주주의 교육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이런 잘못된 교육에 의해서 대한민국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많은 세력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야말로 극악무도한 흉악범죄들, 아동 성폭력 범죄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의 발언의 맥락을 봤을 때 '이런 잘못된 교육'이 뜻하는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교육'과 '좌편향 교육'을 구별할 수 없다. 두 개는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이다. 

앞서 안 원내대표는 "지난 10년간의 좌파정권 동안에 엄청나게 편향된 교육이 이루어졌다"고 밝혔지 않나. 논리 구조화를 하자면 좌편향 교육을 통해 법치주의가 무시되고 이것에 의해 아동성폭력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단상에서 내려가기 전 안 원내대표는 "오늘이 바로 10년간 좌편향된 교육을 바로잡는 첫날이 되기를 바란다"라고까지 말했다.

이렇게 의미가 분명한데도 안 원내대표는 마치 언론이 악의적인 왜곡보도를 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명예훼손을 당했다면 당당하게 법적인 조치를 하면 될 일이다. 그토록 법치주의를 강조해온 분이 왜 가만히 있는지 의문이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지 않고 모든 것을 언론 탓, 좌파 탓으로 돌리는 안 원내대표는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그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