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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정
▲ 연극배우 주현정
ⓒ 무비조이(MOVIEJO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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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조이 특별기획 기사로 '지방에서 연기자와 연출가를 꿈꾼다는 것은?'이란 주제로 연재물을 준비 중에 있었다. 부산이 전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뽑히는 대도시이지만 대중문화 부분에 있어서 영향력은 거의 없다. 더 솔직히 말하면 모든 것이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도시는 현재진행형으로 점점 대중문화의 불모지가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정치,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문화까지도 서울에 잠식되어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지방 문화다.

일례로 서울에서 이미 검증 받은 연극, 콘서트, 뮤지컬 등이 아니면 부산에서 제대로 흥행하기 어렵단 이야기까지 있다. 지방극단이 자신들의 창작물로서 지방관객들에게 사랑받기는 거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의미다. 이뿐만 아니라 TV드라마 부분 역시 부산 지역방송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거대 3사방송사 혹은 유명 케이블 방송사에서 만든 드라마를 재전송하는 것 외에 직접 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연극 드라마 연기자나 영화·연극 연출 등을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이 부산을 벗어나서 서울로 향하고 있다. 부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역시 대중문화산업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이라면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서울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분명 이렇게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부산에서 연극 연기자나 드라마 연기자, 그리고 영화 비평가와 감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있다. 부산에서 아역 연기자로 활동하거나 고등학생이지만 자신의 꿈을 펼치길 원하는 미래의 배우들도 있다.

이 기획 기사는 대학 졸업 후 지방 소극단에서 일하며 연극 연기자를 꿈꾸는 주현정씨와 그녀가 속한 극단의 이야기. 현재 경성대학교 연극 영화과 3학년에 재학 중이면서 영화 비평가와 연출가를 꿈꾸는 김남호 학생. 액트아카데미에서 연극 영화과 진학을 꿈꾸고 있는 고등학생 등 세 명의 솔직한 이야기를 실어보고자 한다.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하는 전문가 시선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뛰고 있는 그리고 연기자와 감독으로서 미래를 꿈꾸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방문화가 어떤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런 위기 속에서도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단순히 환상만 가득한 배우로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실제 어떤 생각을 가지고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놓여 있는 힘겨움은 무엇인지. 그런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왜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걸어가는지. 기사에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한다. 이 기획 기사는 단발성 인터뷰가 아니라 계속 취재를 해서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합쳐 20부 정도로 이어갈 예정이다.

오늘은 기획기사 첫 번째로 대학졸업 후 연극 연기자를 꿈꾸는 주현정씨가 속한 극단 '드라마팩토리'(http://www.dramafactory.co.kr)와의 인터뷰 기사를 시작으로 하여 지역 문화의 현실과 그 미래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리허설 중
▲ 극단 드라마팩토리 리허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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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준 분들은 연극배우 주현정씨, 연극배우 최무영씨, 극단 대표인 김세환씨다. 이 인터뷰는 3월12일 이루어졌다.

부산에서도 소극장들이 계속 생기고 있는 중

-안녕하세요. 우선 본인 소개와 연극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주현정: "저희 연극 제목은 <광대>라고 합니다. 4남매에 대한 가족적인 이야기로 시작 하고요. 연극 중반부부터 이런 4남매에 대한 이야기가 깨어지면서 연극 속의 연극. 즉 극단의 이야기로 변하게 됩니다. 연출가 한명과 배우 세 명의 단원들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연극 속에 연극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최영무: "극단 사람들이 연극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연습을 하다가 중간에 연극이 끊어집니다. 끊어진 다음부터 연극을 준비했던 사람들의 본 모습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결국 이 연극을 하고 있는 중간에 또 하나의 연극이 더 들어가 있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연극 속에 연극이 있는 형식입니다."

-서울과 부산 사이에 대중문화 격차가 많이 나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서울이 다른 지역 문화를 잠식해가고 있는 상태란 생각이 듭니다. 결국 지역 문화가 죽어가고 있는 상태인데요. 부산에서 이런 소극장이나 연극단 자체가 존재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문제란 생각이 듭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주현정: "서울에는 대학로라는 공간이 있구요. 많은 극장이 있잖아요. 부산에는 이런 공간이 거의 없었는데 몇 년 전부터 이런 문화공간들이 생기고 있어요. 소극장들이 형성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경성대 주변과 대연과 수영구 그리고 남구 주변에 많이 생기고 있어요. 그런 실정이라서 서울에 올라가서 경험한 선배들 이야기도 듣고 저희가 간접경험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아직은 서울에 대한 열망보다 이곳에서 더 잘하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최영무: "실제로 서울 공연이 부산에 내려오는 것이 현실이구요. 저희는 소극장에서 연극을 하고 있지만 부산은행에서 만든 극장 같은 경우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공연을 올리는 편입니다. 기획이나 홍보라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차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큰 공연들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소극장에서 하는 극단들이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보통 서울에서는 창작 작업이 많이 이루어지고 성공해서 부산에 내려오는 시스템이구요. 저희 극단 같은 경우에도 부산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연극들을 계속 창작해 나가는 상황입니다. 저희 극단은 전부 창작공연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리허설
▲ 극단 드라마팩토리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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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할 무대는 많이 생기고 있지만 문제는 창작연극!

-제가 부산수산대학교를 나왔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이 근처에 예전에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부산공업대(현 부경대), 부산외국어대, 동명대, 경성대, 그리고 고신대까지 있었습니다. 대학이 많았지만 문화공간이라는 것이 술집 외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보니 부산은 대학주변 자체도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 문화 불모지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가람과 문화회관 외에 공연할 장소조차도 변변히 없었는데요. 언제부터 부산에 이런 소극장 문화가 형성되었는지 이야기 해주실 수 있습니까?

김세환: "소극장 같은 경우는 20~30년 전부터 있었지만 시민들에게 알려진 소극장, 쉬지 않고 꾸준히 계속 공연한 소극장은 80년대 가마골소극장, 지금도 하고 있는 극단새벽, 명륜동 열린 소극장만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극단의 재정적 형편과 조건 때문에 공연이 365일 계속된 경우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왕성하게 했던 극장이 가마골소극장입니다.

가마골소극장은 부산에서도 예외적인 상황이구요. 한국에서도 성공한 극단이자 연출가가 있기 때문에 번외로 치구요. 나머지 극단 같은 경우에는 공연했다가 흩어지고, 한 1~2년 휴식 가지고 연극을 하던 형태인데요. 연극하는 사람들은 극단이나 극장을 알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존재가 잊혀져버렸습니다. 일 년에 작품을 하더라도 한 편이나 두 편이 다반사이고, 재정적으로 어렵다보니 지원금 받은 경우에는 최소한의 제작비라도 받으니 올릴 수 있는데, 지원금 못 받은 팀은 자기 돈이나 제작자를 구해야하는데, (부산에는) 아직까지 제작하려는 기업이나 이런 시스템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지원금 못 받으면 그 해에는 쉬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허설 중
▲ 극단 드라마팩토리 리허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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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목적 중 하나가 부산에서 연기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건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현정씨 같은 경우에는 이 극단에서 처음 연기자로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기자로서 연극을 지역에서 하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주현정: "제가 연극영학과를 졸업하고 생업으로 연극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물론 연극 외적으로 다른 잡비가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연극에 대해서도 좀 더 치열해져야겠구나 생각을 하고 생활하고 있고요. 공연 외 시간에는 한 학기동안 인턴 조교 일도 병행하면서 하기로 결정을 했는데요. 한 학기 시간이 끝나고 나면 연기자로서 더 발전하기 위해서 연극에 더 몰입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부산이 정말 좋습니다. 사람 살기 너무 좋구요. 지금은 부산에서 연극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김세환: "사실 이런 것 같습니다. 부산에서도 하드웨어는 많이 넘쳐납니다. 문화회관도 각 구청에서 세워지고 있고, 백화점에서도 소극장을 만드는 추세구요. 하드웨어는 부산에서도 늘어나는데 채울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경우에는 소프트웨어인 작품을 쉬지 않고 창작하고 있습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인정을 받느냐 못 받느냐 하는 것이 저희들의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계속하다보면 실력도 계속 늘어 날거구요. 중요한 것은 부산에서 포기하지 않고 연극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리허설 중
▲ 극단 드라마팩토리 리허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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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위주 문화에서 커온 대학생들 체질 개선도 결국 문화인의 몫 

-최영무씨에게 질문 드리겠습니다. 연극이든 영화든 관객이 들어야만 존재 가능합니다. 서울 같은 경우에는 작은 연극이라도 제법 관객들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부산 같은 경우에는 관객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연기자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야기 들을 수 있겠습니까?

최영무: "관객이 많이 들지 않는 다는 것에 대해서는 통감하고 있는 부분이구요. 이 문제는 이런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부산에 많은 시민들이 있지만, 연극이 어디에서 하고 있는지 이런 걸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주위에도 제가 연극을 하기 때문에 보기 시작한 분들이 많구요. 아직 문화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건 사실이구요.

하지만 경성대 주변과 남천동 그리고 수영까지 소극장이 많이 생겼습니다. 10개 정도가 넘어가는데요. 구석구석에 많이 숨어 있습니다. 그런 공연장들이 있고 공연이 올라가는데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안 오는 이유는, 결국 금전적인 문제와 인프라 문제로 홍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극단의 경우에는 엔터테인먼트 형태이니 TV등으로 홍보가 되기 때문에 알아서 오는 관객들이 많은데, 이로 인해 부산에서도 소극장에서 연극하고 있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면 관객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배우 입장에서 공연장에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으면 힘 빠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부산에서도 문화를 즐기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부산에서도 이런 재미있는 극단이 있다! 재미있는 소극장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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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드라마팩토리 리허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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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환: "극장에 관객들이 오게 하는 것은 저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재미있는 연극을 만들어야 하구요. 재미있는 연극을 만들면 관객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달콤한 연극만 하고 싶지는 않구요. 작품성과 재미를 잘 섞어보고 싶습니다. 영화도 재미있는 작품은 관객들 입소문을 통해서 작은 작품이 성공을 하듯이 연극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사실 대중들의 체질을 쉽게 바꿀 수 없을 거란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문화란 단어가 거의 없었습니다. 90년대 후반 김대중 대통령이 들어서고 나서야 문화란 단어를 사용했지, 이전까지 문화란 단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예술이란 단어는 있었지만 문화란 단어는 쉽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외국 같은 경우에는 연극이나 영화를 부모들과 함께 즐기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대한민국 에서 95%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연극 한편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이유는 고등학생 때까지 자율학습에 각종 부가 학습으로 학원에 매여 있고 입시교육에 매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공부 외에 다른 것을 할 시간이 없는데 문화를 즐길 여력이 있겠습니까? 결국 이렇게 되다보니 대학생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체질을 바꾸어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체질적인 문제가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문화를 즐기지 못하는 분들이 이런 연극이나 다른 방향으로 문화를 즐기러 오게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저희들 사명이란 생각도 하구요."

연극연기는 사람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

-마지막으로 주현정씨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연재기사를 통해 무비조이 독자를 만나게 될 건데요. 극단 소개와 함께 연극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곳에서 초보 연극 연기자로서 어떤 것을 배우고 싶은지 이야기 해주십시오.

주현정: "저희 극단은 드라마팩토리란 극단이구요. 저희 연극은 부산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극단들의 모습이란 생각이 듭니다. 관객들이 감성적으로 느낀다면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연극이란 생각입니다.

그리고 전 이 극단에서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극단에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구요. 연극연기란 것이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사람들의 좋은 면을 많이 알고 이해해야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더 좋은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면서 지금보다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제 자신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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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드라매팩토리 리허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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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최초 송고된 후 순차적으로 http://www.moviejoy.com 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태그:#주현정, #드라마팩토리, #광대,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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