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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바로 옆과 수원역, 애경백화점이 길 건너에 있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발암물질인 석면 철거를 하면서 주민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쉬쉬 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안전대책이 마련되기 전엔 더 이상 철거를 진행해서는 안 됩니다."

 

경기도 수원시 도심 초등학교 바로 옆에 위치한 KCC수원공장의 철거작업 과정에서 발암물질 석면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환경단체들의 문제제기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수원환경운동연합과 법무법인 다산, 천주교수원교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를 비롯한 10개 단체로 구성된 'KCC수원공장 석면문제 시민대책위(준)'는 11일 수원 서평초등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석면철거 안전대책 수립과 시민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윤경선 시의원(민주노동당)과 장동빈 수원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은 물론 KCC공장 근처 아파트 주민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수원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인 강관석 신부(성공회)는 "요즘 환경과 관련된 문제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환경문제는 우리 대에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와 그 다음 세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강 신부는 "인체에 치명적인 석면을 초등학교 바로 옆에서 미숙하게 처리하는 것에 경악한다"면서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 이 문제가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공장에 근무했던 노동자, 주민들에 대한 석면피해 조사 필요"

 

최예용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석면은 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면서 "그건 발암이 확인됐고 아무리 적은 량에 노출돼도 위험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집행위원장은 "이곳은 1969년부터 2004년까지 최소 35년 동안 석면제품을 만들어 왔는데, 석면은 짧게는 10년, 길면 30~40년 후에 인체에 문제가 발생하다"면서 그동안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 뿐만 아니라 인근 초등학교 졸업생, 주민들에 대한 석면피해 조사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국내 최대 석면 공장의 철거가 진행되는 겁니다. 이 넓은 공장이 모두 석면 슬레이트로 돼 있습니다. 백석면 외에도 더 치명적인 갈석면도 섞여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KCC와 수원시, 노동청은 주민들에게 이 사실 조차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최 집행위원장은 "석면 피해지역은 최소 반경 2km이내를 기본으로 조사하는데, 약 13개의 초·중·고교가 (KCC공장의) 석면 생산이 중단된 2004년 이전에 개교했다"면서 "가장 가까운 서호초등학교의 4천여명을 비롯해 총 8만6천여명의 학생들이 졸업한 상태이기에 교육당국이 나서서 피해 여부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전 조치 강구, 주민의견 반영 과정 거쳐 철거 진행해야"

 

유기수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우리 노조는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석면피해 찾기 운동을 진행 중"이라며 "최근 20여년간 여수에서 석면작업을 했던 노동자가 석면 환자로 확진됐다"고 말했다.

 

"이 (KCC) 공장에서 일했던 수많은 노동자들도 피해를 받고 있을 수 있습니다. 1970년대엔 새마을 운동 한다며 값이 싼 석면 스레트를 사용했습니다. 지붕은 물론 공작 벽에도 다 쓰였습니다."

 

유 정책실장은 "KCC는 그동안 수십년간 석면제품을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면서 "석면 공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에 대한 검진과 철거 안전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기업 윤리를 넘어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시민대책위(준)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환경부와 노동부, 수원시 등 관계당국과 KCC는 철거작업을 즉각 중단시키고 철거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철거노동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주민의견 반영 과정을 거친 뒤 철거를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시민대책위(준)은 또한 △석면철거 작업과 관련한 모든 정보 공개 △ 민관합동 감시단 구성을 통한 모든 철거과정 감시와 모니터링 △주민역학조사 실시 △피해자 대책 수립 마련 등을 강력히 제기했다.

 

주민 김아무개씨(권선구 서둔동)는 "공장 바로 옆에서 살면서도 그곳에서 석면 철거 작업중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시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를 이렇게 처리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수원시와 KCC공장 쪽 "법적으로 안전한 조치 뒤 철거 중"

 

이러한 요구와 관련 수원시 관련 부서와 KCC공장 쪽은 이미 법적으로 안전한 조치가 취해진 상태에서 철거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바로 철거 현장에 다녀왔다"면서 "흩날릴 수 있는 건 이중포장으로 처리하는 등 석면 해체 철거, 운반 과정에서 안전에 우려되는 부분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수원KCC공장에서 철거 예정으로 신고한 석면은 2600톤 분량으로 지난 2월 19일 경부터 철거를 시작해 오는 4월 말 철거 작업이 끝나게 된다.

 

KCC공장 관계자도 "법적으로 안전한 조치를 취한 뒤 철거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우려를 일축했다.

 

한편 시민대책위(준)는 조만간 광범위한 지역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책위의 공식 발족시킬 방침이다. 또한 KCC수원공장 인근 아파트와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설명회를 갖는 등 석면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실천도 진행키로 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KCC수원공장, #석면, #발암물질, #수원시, #수원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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