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서에 왜 하천유지수 대책에 관한 언급이 없나?""기온이 2도 상승한다고 예측했는데, 하류지역인 자천마을도 안개발생 등으로 피해가 많을 것이다. 왜 주변지역 기후피해 대책은 없나?"보현산 다목적댐 건설관련 환경영향평가서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4일 오후 3시부터 경북 영천시 화북면사무소에서 2시간에 걸친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주민들의 울분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국책사업 공고 후 찬성에 도장찍고 참여했는데, 표준공시지가로 수몰 보상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공사지가 5천원 땅이 실제는 17만~18만원에 거래되는 게 현실이다.""수몰민 가운데 1000평 이하 토지를 소유한 영세민이 70%에 이른다. 댐 때문에 주변 땅값이 몇 배나 올라서 대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확실한 이주대책과 생계대책을 세워줘야 하지 않겠는가?"정부가 추진하는 낙동강 정비사업 일환으로 신설되는 '보현산 다목적댐' 건설관련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댐건설로 곧 수몰민 신세가 될 화북면 입석리 등 3개 자연 부락 주민들은 생활의 터전인 집과 토지를 잃는 대신 적절한 보상과 이주대책을 기대한 모양이다. 하지만, 설명회를 거치면서 실망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앞서, 수몰민 보상 및 구체적인 절차에 관한 설명도 잇따랐다. 특히,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표준지 공시지가는 하나의 요소이지 보상가 결정의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면서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할 때, 시행사가 2곳 그리고 주민추천 1개 업체가 참여해 평가액을 결정한다"고 강조하면서 수몰민의 우려를 잠재우려 애썼다.
댐건설반대운동을 주도한 정태호(전 도의원)씨도 포문을 열었다. 그는 "환경에 문제가 많고 먹고 살 대책이 없기에 반대했다"면서 "청와대에서 밀어붙이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몇 가지는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우선, 댐 주변을 관통하는 35번 국도가 반드시 4차선으로 개설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댐을 중심으로 영천과 청송을 잇는 국도는 4차선 계획이 확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댐 구간 도로는 2차선으로 설계된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의료기관 확대 등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은 4차선도로와 의료기관 확대와 관련, '입찰공고에 4차선계획수립'을 주문했으며 부산국토관리청과 영천시와 협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화답했다.
이렇게 공방이 거듭되는 가운데 주최측이 시간을 이유로 설명회를 마무리하려 시도하자, 공무원 출신 한 수몰민은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설명회가 어디 있느냐"고 다그치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토론하자"고 제안하며 설명회를 이어갔다.
그는 "159평 조립식 건물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주안정에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주택진흥기금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활용할 것"을 요청했다. 관계자는 집단이주든 자유이주 방식이든 이주안정에 어려움이 많은 걸 안다면서 국민주택기금 활용이 안되는 현실이지만 관계기관과 상의해 지원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덧붙여, 댐 주변지역 개발행위 제한사항에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주민들은 화북면이 '보존관리지역'으로 묶여있는 탓에 숙박시설 등 개발에 제한사항이 많은 점을 꼬집으며 '개발촉진지구'로 변경을 요구했다. 수자원 관계자는 "확정은 안됐지만 신규댐은 의원입법으로 개발촉진지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결책을 열어두기도 했다.
날선 질의와 답변이 오가는 가운데 2시간을 훌쩍 넘긴 설명회가 다음을 기약하며 끝을 맺었다. 설명회 장소를 떠나면서, 한 주민이 "수몰민과 비수몰민이 섭섭하지 않토록 수자원 직원들이 면민의 편에서 일해 달라"는 당부의 말이 떠올랐다.
더불어, "화북면민들을 부모형제처럼 모시면서 일하겠다"는 수자원공사 관계자의 각오도 귓전을 맴돌았다.
덧붙이는 글 | 제 개인블로그 '별빛촌 이야기'(http://blog.daum.net/staryc)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