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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있는 봉우리는 탁필봉, 그 뒤에는 자소봉...일대에 핀 상고대...
▲ 청량산... 바로 앞에 있는 봉우리는 탁필봉, 그 뒤에는 자소봉...일대에 핀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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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옛 선비들의 청량산 유람록1>을 읽은 것은 지난 2월 9일,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1544년 신재 주세붕 선생이 청량산을 등산하고 한 편의 기행문을 남긴 것이 '유청량산록'이었고 이것이 최초의 청량산 유산기가 되었다. 그는 또 불교적인 이름이었던 청량산 12봉우리들의 이름을 유교적으로 바꾸었고 퇴계 이황이 신재 주세붕의 유청량산록을 읽고 그 감상을 기록한 것이 '주경 유청량산록발'이었다.

퇴계는 주세붕의 문장에 찬사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안동과 예안의 자그마한 산에 지나지 않았던 청량산이 크게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이황은 '청량산인'이라 불릴 저도로 이 산을 아끼고 사랑하였고 이황의 산으로 더욱 알려지게 되었다. 주세붕과 이황의 영향으로 뒤를 이어 청량산을 찾았던 많은 선비들이 유산을 하고 자연스럽게 유산록을 남겼고 퇴계 이황의 산이라 불릴 정도로 이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청량산을 선비들은 순례하였다 읽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겨 찾았던 청량산을 책으로 만나면서 따뜻한 봄날이나 가을에 꼭 한 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청량산을 만나 볼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 지난 토요일(2.27) 청량산을 만나고 왔다. 아침 일찍 준비한다고 분주했지만 막상 출발하려고 보니 오전 7시 10분이었다. 청량산은 많이 걸려 봐야 3시간 안팎이라고 생각했지만 청량산은 거리가 꽤나 멀었다. 이번 산행은 동생도 함께 동행하였다.

청송 주왕산 가던 길만큼이나 깊은 산골로 굽이굽이 돌아서 갔고 도로는 경사져서 조심스러웠다. 양산시내를 벗어나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렸고 서안동 IC를 빠져나와서 안동시내를 접어들었다. 안동시내 한 가운데를 빠져나가 굽어 도는 산길로 구불구불 지나간다. 청량산 가는 길과 도산서원 가는 갈림길이 나왔고 우린 청량산을 향하는 길로 계속 내달린다.

책 속에서 보았던 청량산을 직접 만나다

청량교를 건너면서 다리 밑으로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일별하며...
▲ 청량산... 청량교를 건너면서 다리 밑으로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을 일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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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댐을 지나 35번 국도를 타고 계속 깊은 산골로 점점 더 나아가고 있을 때 봉화군으로 들어섰다. 낮 10시 55분, 낙동강을 끼고 도는데 청량산이 멀리 조망된다. 먼 길에서 마주 올려다 보이는 청량산은 흐린 하늘 아래 구름이 얹혀져 있다. 점점 가까워지는 청량산은 바로 앞에 낙동강 물줄기가 흐르고 흘러 먼데로 휘돌아 나가고 있다.

드디어 책을 보며 상상하던 청량산을 직접 만나러 온 것이다. 청량산 공원관리소 앞에 청량교를 지난다. 청량산 등산로 입구 입석 앞에 오니 어느새 11시 25분이다. 청량산은 산세가 수려하여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렀다 한다. 1982년 8월 봉화군과 안동군 일대 48.76km2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경상북도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으며 병풍처럼 펼쳐진 12봉우리의 수려한 암봉들로 이루어진 명산이다.

연화봉, 자소봉, 탁필봉, 연적봉, 경일봉, 금탑봉, 장인봉, 선학봉, 자란봉, 축융봉, 문수봉, 향로봉 12봉우리가 연꽃잎처럼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다. 이곳 청량산은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리보전, 신라시대에 창건한 외청량사(응진전), 최치원의 유적지인 고운대와 독서당, 퇴계 이황이 수도하며 성리학을 집대성한 청량정사(일명 오산당)등 역사적 유적지가 많다. 등산로는 처음부터 깍지고 경사가 높아 이 산세의 험함을 어느 정도일지 대충 가늠케 했다.

응진전 뒤에는 금탑봉이 병풍처럼 높이 솟아 있고...
▲ 응진전 앞을 지나며... 응진전 뒤에는 금탑봉이 병풍처럼 높이 솟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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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암봉들이 즐비한 청량사...
▲ 청량산... 높은 암봉들이 즐비한 청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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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엔 기암괴석으로 된 바위봉우리가 높이 솟아 있어 우린 거대한 바위벽을 끼고 또 왼쪽엔 낭떠러지를 끼고 걷는다. 낙엽이 수북이 깔린 좁은 흙 바윗길을 따라 높은 암봉들을 끼고 계속 걷는다. 희귀한 바위봉우리들로 이루어진 청량산은 바위 봉우리에 움푹 들어간 동굴이 곳곳에 깜깜하게 패여 있다. 많은 등산객들이 찾았지만 청량산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적요하다. 가을이 오면 온 산에, 열두 봉우리마다 단풍들어 꽃불 켠 듯 더 환하겠다.

좁은 등산로를 따라 걷는 길에 저만치 눈앞에 응진전이 조망된다. 우리가 걷는 이 길은 아래로도 절벽이요 위에도 절벽을 이고 가고 있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영전이 안치되어 있다는 응진전이 소나무 사이로 조망된다. 응진전은 거대한 바위 중층에 위치해 있다. 응진전으로 걷는 좁은 길은 조금만 발을 헛딛어도 벼랑 아래로 떨어질 것처럼 위태위태하다. 산길 곳곳엔 '추락주의'라는 붉은 팻말이 붙어 있다. 응진전 앞에 도착해 소개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응진전은 중간절벽 동풍적 아래에 위치한 청량사의 부속 건물 중 하나였을 것으로 보인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주심포계 맞배 기와집으로 내부에는 석가삼존불과 16나한이 봉안되어 있다. 특히 16나한과 더불어 법당 내부에 공민왕91330-1374)의 부인인 노국대장공주의 상이 안치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공민왕의 청량산 몽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앞뒤가 모두 절벽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뒤쪽 절벽 위에는 동풍석이, 요사체 옆의 절벽 사이에는 감로수가 흘러나온다. 또한 법당 앞에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주세붕(1459-1554)은 자신의 자(字)를 따서 정유대라 이름하였다."

응진전 앞 맞은 편 산 높은 꼭대기에는 '왕모산성'이 보인다. 왕모산성은 공민왕이 피난 와서 있던 곳이라 한다. 청량산 어디를 둘러보아도 우뚝우뚝 높이 솟은 바위봉우리들이 치솟아 있다. 청량산은 또 어디를 둘러보아도 조망이 막히지 않고 열려있는 느낌, 압도하는 풍광이 눈길을 끈다. 총명수 앞에 도착한다. 낮 12시 15분이다.

김생굴이다...그 옆엔 김생폭포가 있다. 물줄기는 약하게 떨어져 내리고 있다.
▲ 청량산... 김생굴이다...그 옆엔 김생폭포가 있다. 물줄기는 약하게 떨어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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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탑봉 중층에는 신라 말 대문장가로 알려진 최치원(857?)에 관한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와 관련된 유적으로는 치원암, 총명수, 풍혈대 등을 볼 수 있다. 총명수는 최치원이 마시 뒤 더욱 총명해졌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천길 절벽이 상하로 우뚝 솟은 곳에서 물이 일정하게 솟아나 가뭄이나 장마에 상관없이 그 물의 양이 일정하다고 한다.

이 물을 마시면 총명해진다고 해서 예로부터 과거준비를 하던 선비들은 물론, 인근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 효험을 보았다고 한다. 총명수 바로 옆에는 최치원의 이름을 딴 치원암이 있던 곳이다. 총명수는 정말 물이 가득했지만 마셔보지는 않았다. 총명수(12:15)를 지나 어수대 앞에 선다. 어수대 앞에는 또 역시 수려한 경관, 압도하는 높은 암봉들이 거침없이 치솟아 있다.

어수대에서 내려다 본 청량사...
▲ 청량사... 어수대에서 내려다 본 청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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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이곳 어수대에서는 우뚝우뚝 높이 치솟은 청량산 암봉들 아래 청량사가 안온하게 들어앉아 있는 것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쩜 이렇게 이름 있는 명산에는 어디서든지 절이 들어서 있는지, 청량산 역시 다름없다. 높이 솟은 바위봉우리들이 흘러내리듯 힘차고 웅장한 기상이 서린 모습으로 긴 바위자락을 넓고 깊게 펼치고 있는 한 가운데 청량사가 자리하고 있다.

퇴계 이황이 머물며 공부했다던 곳은 청량사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까.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다. 김생폭포(12:30)와 김생굴이 나란히 있는 곳에 도착했다. 김생폭포는 높은 바위벼랑을 타고 방울방울 폭포가 떨어져 있지만 물줄기는 약하다. 바로 옆에 김생굴이 있다. 책에서 읽었던 김생굴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김생굴 앞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다.

"경일봉 중층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통일신라시대의 서예가 김생이 글씨를 연마하던 곳으로 상하가 절벽으로 되어 있고, 그 중앙으로 수십 명을 수용할 만한 반월형의 자연암굴이 형성되어 있다. 김생은 이 굴 앞에 암자를 짓고 10여 년간 글씨공부를 하여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청량산의 모습을 본뜬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인 '김생필법'을 확립하였다.

그는 당시 왕의지체, 구양순체가 유행하던 시기에 청량산의 모습을 본뜬 독특한 서법을 구사함으로써 가장 한국적인 서풍을 이끌어 냈으며, 이로 인해 해동서학의 종조로 여겨져 한국서예사의 한 획을 긋게 된다. 굴 앞으로는 김생암 터가 남아 있으며, 굴 옆으로는 천길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김생폭포가 위치하고 있다."

바람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이곳은 바람 없고 고요하게 느껴진다. 바로 옆에 김생폭포도 있으니 밥해 먹고 이 굴에서 먹고 자고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김생굴 앞에는 또 김생과 청량봉녀설화가 소개되어 있다.

총명수 앞에 서 있는 사람들...
▲ 청량산... 총명수 앞에 서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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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이 경일봉 아래 바위굴에서 글씨공부에 전념한 지 9년 만에 명필이 되었다는 자신감을 갖고 하산하려 하였다. 그때 한 젊은 여인이 나타나 자신의 길쌈 솜씨와 글씨솜씨를 겨루어보자고 제의하였다. 청량봉녀였다. 김생은 처녀의 제의를 수락하여 굴속에서 불을 끄고 서로의 실력을 발휘하였다. 이윽고 불을 켠 뒤 비교해보니 처녀가 짠 천은 한 올도 흐트러짐 없이 가지런하였는데 김생의 글씨는 그만큼 고르지 못하였다. 10년을 채운 뒤 명필이 되어 세상으로 나갔다고 한다.

청량산은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 뒤라 길은 축축하게 젖은 데가 많다. 이제 우리는 청량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이따금 계곡과 폭포를 만난다. 점점 경사도가 높아지고 언덕길을 오르다 지쳐 잠시 휴식한다. 다시 경사도가 높은 길을 발걸음 재촉해 걷는 길은 점점 고도가 높아지고 철 계단 깍진 길을 올라가니 자소봉 정상(1:25)에 도착한다.

...!!!
▲ 상고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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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있어 자소봉을 찾은 사람들의 감탄사가 연이어 터지곤 한다. 자소봉은 철 계단을 타고 높이 치솟은 봉우리를 올라가야했는데 잠시 아찔한 어지럼증이 찾아왔지만 이내 괜찮았다. 흐린 안개로 덮인 숲과 자소봉과 주변일대엔 상고대가 피어 은은하다. 다시 높은 철계단을 타고 조심스럽게 내려와서 가던 길을 재촉한다.

자소봉을 지나면서 탁필봉을 만나 그 옆을 돌아 연적봉에 이르렀다. 1시 45분이다. 연적봉에는 오르는 철 계단이 있어 계단을 타고 올라가보았다. 연적봉에 올라보니 방금 지나온 탁필봉이 짙은 운무 속에 높이 치솟아 눈앞에 있고 그 뒤에는 자소봉이 더 높아 우뚝하다. 조금전에 우리가 저렇게 높은 암봉 꼭대기까지 올라갔었단 말인가. 연적봉에서 바라보는 탁필봉과 자소봉은 압권이다.

연적봉에서 내려와 고갯길을 계속 걷는다. 연적고갯길(2시)에서 장인봉을 향해 간다. 뒷실고개(2:05)에서는 바위봉우리에 붙은 급경사 철계단을 올랐다 내려갔다 곡예 하듯 봉우리들을 타고 넘고 또 넘는다. 기온은 점점 더 차가워진다. 하늘다리(2:20)앞에 도착한다. 청량사 하늘다리는 해발 800m지점의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연장 90m 통과폭 1.2m 지상고 70m의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현수교량으로서 2008년 5월 봉화군에서 유교문화권관광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하였다고 한다.

하늘다리...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를 잇고 있다...
▲ 청량산... 하늘다리...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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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봉과 자란봉 사이 그 깊은 단절의 깊은 계곡을 이은 하늘다리는 두 봉우리 사이를 길게 이어주고 있다. 하늘다리 양쪽으로는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이 높이 솟아 있다. 하늘다리 위를 건넌다. 생각보다 어지럽지 않고 다리는 튼튼하고 안전하다. 최고봉인 장인봉을 향해 내딛는 길, 흙 비탈길 조금 지나자 저 아래까지 이어진 나무계단길이 내리꽂히듯 깊은 곳까지 내달아 있고 깊은 곳까지 내리뻗은 계단 길 그 아래서부터 다시 높이 솟은 오르막 계단길이 뻗어있어 입이 떨 벌어진다.

기겁할 듯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우린 또 내리막 계단 길을 내려간다. 계속해서 이런 계단 길을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기를 반복하다보니 종아리와 허벅지 할 것 없이 당기고 아파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다. 입산금지구역이 있어 청량산 12봉우리를 다 안 넘기 다행이지 12봉우리마다 다 올랐다면 다리가 거의 마비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장인봉을 앞에 두고 청량폭포, 자소봉, 하늘다리, 장인봉 등과 갈라지는 삼거리(2:40)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고개를 꺾어 올려다보는 급경사철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철 계단 끝에는 흙길로 이어지고 곧 장인봉 정상이 나온다. 청량산 장인봉(870m) 표지석 뒷면에는 주세붕의 시가 새겨져 있고 정상석의 글씨체는 '김생'의 글씨체로 되어 있다.

'청량산 꼭대기에 올라 두 손으로 푸른 하늘 떠받치니
햇빛은 머리 위에 비추고 별빛은 귓전에 흐르네
아래로 구름바다를 굽어보니 감회가 끝이 없구나
다시 황학을 타고 신선에게로 가고 싶네'(주세붕의 시 '정상에 올라')

장인봉 정상 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물줄기...
▲ 청량산... 장인봉 정상 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물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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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봉 정상에서는 별로 조망이 없다. 조금 더 끝 쪽으로 걸어가면 전망대가 있는데 여기서는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이 눈앞에 내다보이고 화전민들이 일군 화전마을도 조망된다. 태백에서 흘러온 낙동강 물은 굽이굽이 흘러 부산까지 흘러가 먼 바다로 나가겠지. 우리는 낙동강물이 흘러가는 것이 조망되는 곳에 앉아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청량산 12봉우리 맨 끄트머리에 있는 최고봉인 장인봉에서 조망되는 낙동강 물줄기와 화전마을, 그리고 멀고 가까운 산들은 흐린 날씨 때문에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천천히 일어나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철 계단을 내려와서 삼거리로, 삼거리에서 하늘다리로 간다. 근육이 많이 뭉쳐서 걷기가 힘들다. 이어 하늘다리에 당도한다.

한적하고 적요해서 이젠 천천히 조망하며 하늘다리를 건넌다. 오후 3시 35분이다. 하늘다리를 건너 조금 더 걸어가니 뒷실고개(3:45)가 나온다. 뒷실고개에서 이제 청량사로 내려가는 경사 길로 접어든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걷고 또 걸어도 청량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끝없이 내리막 경사로가 이어진다. 한참동안 걸어 오다보니 청량사가 나온다. 청량사는 청량산 높은 암봉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는 그 아래, 가장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퇴계 이황이 머물러 공부했던 청량정사...그 옆엔 산악인의 집이다...
▲ 청량산... 퇴계 이황이 머물러 공부했던 청량정사...그 옆엔 산악인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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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처럼 두른 높은 암봉들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 잡고 있다. 청량사를 내려오는 길에 이황이 공부하면서 머물렀다는 청량정사를 지난다. 청량정사는 청량사 옆으로 약간 비켜 앉아 있었다. 청량정사는 산악인의 집과 나란히 앉아 있다. 산악인의 집에서는 등산객들에게 무료로 차와 컵라면을 제공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주인은 없고 문은 잠겨있다.

청량사를 지나 호젓한 오솔길로 접어든다. 조용히 산책하며 걷기에도 좋을 것 같은 오솔길은 우리가 걸었던 높은 봉우리 끄트머리가 머리 위로 높이 보이고 아래로는 시멘트 임도길이 조망된다. 청량산은 마치 흙을 뚫고 바위 봉우리들이 죽순 돋듯 우뚝 우뚝 높이 치솟은 것 같은 암봉들로 이루어져 있다. 봉우리 꼭대기에는 흙으로 덮여 나무들이 암봉 꼭대기에 솟아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저렇게 높은 봉우리들 끝을 걸었더란 말인가. 새삼 신기하다.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우렁차다. 어느새 시간은 저녁이 되었다. 4시 50분에야 출발지점인 입석 앞에 도착하였다.

에필로그

퇴계 이황을 비롯해 옛 선비들의 학문탐구의 근원지로 이용하였던 청량산, 옛 선비들의 발길 닿았던 구석구석을 우리는 돌아보고 간다. 청량산과 도산서원 등 두루 둘러보리라 계획했건만 하루 만에 다 섭렵하기란 무리였나 보다. 청량산 하나를 만나고 오는 것도 하루가 걸렸다. 그래, 다음에...다음에 또 보아야만 하리라. 눈으로 일별하였다.

옛 선비들이 여러 날에 걸쳐 청량산으로 올랐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강을 끼고 우뚝 우뚝 솟은 봉우리들을 일별하고 집으로 향해 간다. 점점 멀어지는 청량산은 연두빛 강물이 띠를 두른 듯 굽어 흐르고 있었다. 서안동IC를 나와 중앙고속도로에 올려 차를 달리는데 이미 깜깜한 어둠이 깔렸고 안동서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 많은 비가 계속내리다 경주쯤 왔을 때에야 그쳤다. 꽉 찬 하루였다.

청량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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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일시: 2010년 2월 27일(토). 구름. 밤에 비
2.정상에서의 조망: 나무에 가려 안보임
3. 산행기점: 입석
4.산행시간: 5시간 15분
5.진행:입석(11:25)-응진전(12:05)-김생굴(12:30)-자소봉9840m,1:25)-탁필봉(1:40)-연적봉(1:45)-연적고개(2:00)-뒷실고개(2:05)-청량산 하늘다리(2:20)-삼거리(2:40)-장인봉(청량산정상 870m,2:50)-점심식사 후 하산(3:15)-삼거리(3:25)-하늘다리(3:35-뒷실고개(3:45)-청량사(4:10)-산꾼의집(4:25)-입석(4:50)
6.특징:①산세: 암봉과 낙동강 조망 탁월②상고대(자소봉, 탁필봉, 장인봉)③청량산 입구 낙동강 조망 좋음 ④자소봉 표지석 있음, 탁필봉(표지석 있으나 못 올라감), 연적봉(표지석 없음



태그:#청량산, #이황, #주세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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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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