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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문화진흥위원회(방문진, 이사장 김우룡)가 엄기영 전 MBC 사장의 인사안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PD수첩>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등을 내건 사실이 23일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김우룡 이사장은 이날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업무현황보고에서 "(엄 전 사장과의) 의견 접근은 (보도본부장 후보의) 단일안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엄 사장에게 전제 조건을 전달한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전제 조건 두 가지는 '시민사회의 대표가 포함되는 인사로 <PD수첩>진상조사위 구성해야 한다', '올바른 노사관계를 조속히 정립한다'였다"며 "이 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전자(권재홍 보도국 선임기자)로 갈 수 있고 아니면 후자(황희만 보도본부장)로 간다는 것이었는데 끝내 (엄 전 사장으로부터) 그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방문진이 엄 전 사장과의 합의를 번복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동시에 방문진이 '인사권 침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일방적으로 이사를 선임한 까닭이 'MBC 길들이기'에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이미 무산된 <PD수첩> 진상조사위 구성... 이사 선임 조건으로 내건 이유?

 

실제로 지난 8일 선임된 이사들은 보수적 색채가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언급된 황희만 보도본부장은 지난 9일 "공영방송은 국민의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한다"며 "현 MBC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고 밝혀 MBC 보도 방침의 변화를 예고했다.

 

엄 전 사장이 추천한 안우정 예능국장 대신 선임된 윤혁 제작본부장도 MBC 선임자 노조인 '공정방송노조' 출신으로 보수적 성향을 보인 인사이다. 공정방송노조는 그간 <PD수첩>의 공정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특히 방문진이 '<PD수첩> 진상조사위 설치 요구'를 정기이사회에 상정했던 사실도 주목된다. 당시 MBC 노조는 "<PD수첩>이 무죄판결을 받은 지 2주 만에 방문진은 거꾸로 <PD수첩> 진상조사위를 만들라며 MBC를 다시 압박하고 있다"고 격렬하게 반발했다. 결국 방문진은 지난 3일 MBC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MBC 자체 조사를 요구하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이와 같은 정황을 비추어 볼 때 방문진이 <PD수첩>과 노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엄 전 사장의 인사안을 뒤흔들었단 혐의가 짙다.

 

엄 전 사장과 김 이사장과의 합의 내용을 끝까지 캐물은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보도담당 이사 선임에 이렇게 깊이 개입한 방문진이 있었겠냐"며 "특히 보도담당 이사 선임에 프로그램 진상조사위 구성을 조건으로 내건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김 이사장을 질책했다.

 

조 의원은 또 "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PD수첩>에 대한 보복과 응징을 기어코 하겠다는 정권의 강한 의지 앞에 방문진도 심부름꾼 역할을 한 것 아니냐"며 "정권이 집요하게 MBC 방송을 장악하고 마음에 맞지 않는 경영자와 보도책임자를 경질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PD수첩>과 같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프로그램에 대해선 진상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 의원이 지적한 것은 지나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엄기영, "김우룡 이사장은 매우 부도덕한 인물... 완전히 속았다"

 

한편,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방송 장악 논란에 대해 김우룡 이사장의 책임을 지적하는 엄 전 사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김 이사장을 몰아붙였다.

 

최 의원에 따르면 엄 사장은 김 이사장에 대해 "김우룡 이사장은 매우 부도덕한 인물"이며 "그래도 방송인 출신이고 MBC 선배라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는데 완전 속았다"고 사퇴 이후 처음으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최 의원은 이와 함께 "김 이사장은 인사 권력으로 방송에 대한 테러를 자행했고 MBC를 풍비박산으로 만들었다"며 "이 사태에 대한 법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또 "김 이사장이 지난해 8월 취임 직후부터 엄기영 사장을 해임하려는 의도가 있었음이 지난 6개월 동안의 속기록에 자세히 나와 있다"며 엄 사장에 대한 사과도 함께 요구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시각에 따라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사과할 이유는 없다"며 "저 역시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관련한 신념은 변함없다. 좋은 MBC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일한다"며 최 의원의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김 이사장은 엄 전 사장의 사퇴에 대해서도 "엄 전 사장 본인이 제시한 MBC이노베이션(뉴MBC플랜)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감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엄 전 사장이 그렇게 그만둘지 몰라 당혹스러웠다"고 주장했다.


태그:#MBC, #엄기영, #김우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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